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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x cross] “익숙한 판소리에 두번째달만의 색깔을 더했다" - 국악 프로젝트 앨범 《판소리 춘향가》로 활동 중인 두번째달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7-05-04

백선열, 김현보, 이영훈, 조윤정, 최진경, 박진우(왼쪽부터).

두번째달은 몰라도 두번째달의 음악은 모를 수 없다. 드라마 <아일랜드>(2004)의 테마곡으로 쓰인 1집 수록곡 <서쪽 하늘에>, 드라마만큼 사랑받은 <>(2006)의 O.S.T, 포카리스웨트 광고음악(라라라라라라라라 날 좋아한다고~) 등 방송에서 이들의 음악은 수시로 흘러나왔다. 유럽의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었던 에스닉 밴드 두번째달은 지난해 국악 프로젝트 앨범 《판소리 춘향가》를 발표해 자신들의 음악적 지평을 한뼘 더 넓혔다. 국악에 대한 편견을 단번에 깨줄 두번째달의 이 앨범은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크로스오버음반상을 수상했다.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펼쳐질 공연을 앞두고 두번째달을 만났다. 김현보, 박진우, 최진경, 백선열, 조윤정, 이영훈 이상 6명의 멤버 중 김현보, 백선열은 사정상 인터뷰에 동석하지 못했다.

-《판소리 춘향가》 앨범의 평도 좋았지만 공연 반응 또한 상당했다. 지난해 대학로 공연의 경우 관객 평점이 9.9점이었다고.

=최진경_ 공연에 대한 반응이 좋은 건, 각종 무대 장치들이 <춘향가>의 스토리를 더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줘서인 것 같다. 또 《판소리 춘향가》수록곡 외에도 우리 밴드의 히트곡 메들리를 연주하면 다들 한번쯤 들어 본 익숙한 노래들이라 좋아한다. 포카리스웨트 광고음악(<Blue Breeze Blow>)을 연주하면 ‘이것도 얘네 노래였어?’ 하면서 신기해하고.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에서 <판소리 춘향가> 공연을 하는데, 지난해와는 레퍼토리를 다르게 준비했나.

최진경_ 예전엔 앨범에 참여한 두 소리꾼 김준수, 고영열씨가 공연을 나눠서 했다. 이번엔 두분이 함께 무대에 선다. 원래 두 소리꾼이 같이 부르는 건 앨범의 마지막곡 <더질더질> 하나뿐인데 이번엔 듀엣곡을 더 들을 수 있을 거다. 또 최근에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O.S.T 작업을 했다. 그 곡들을 라이브로 선보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공연에서 <푸른 바다의 전설> 수록곡도 들려드릴 예정이다.

-유럽의 민속음악을 재해석한 에스닉 뮤직, 크로스오버 뮤직을 해온 밴드인데 어떻게 국악 프로젝트를 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조윤정_ 예전에 여우락페스티벌에서 국악퓨전밴드 고래야와 같이 공연한 적이 있다. 그 공연을 본 정동극장쪽에서 소리꾼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하면서 <춘향가>의 몇 대목들을 편곡해 공연을 올렸다.

=이영훈_ 공연 중에 지금 앨범에 수록된 절반 이상의 곡들을 만들었다. 몇 대목만 더 만들면 <춘향가>의 내러티브를 살린 온전한 앨범을 완성할 것 같더라. 공연으로만 끝내기엔 아쉬웠다.

최진경_ 10년쯤 전 아일랜드에 여행갔을 때, 현지인들이 전통음악에 크게 손대지 않고도 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걸 보고 놀랐다. 그처럼 우리도 소리꾼과 함께 판소리를 한다면 판소리의 원형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작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판소리는 판소리대로 가져가고 우리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으로 작업의 방향성을 가져갔다. 사실 우리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국악을 하려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영훈_ 제3세계 음악을 차용할 땐 어차피 우리는 외국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한데, 국악은 우리의 음악이라서 오히려 쉽게 손을 못 댔던 것 같다.

-판소리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두번째달이 고수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소화했다. 판소리의 반주는 북으로만 한다는 개념도 깨버렸다.

최진경_ 고수의 역할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전부터 영상음악 작업을 해왔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은데, 슬픈 대목에선 정말 슬픈 반주를 하고, 사랑스러운 곡일 땐 정말 사랑스러운 반주를 하는 식으로 판소리의 이야기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편곡을 했다. <어사출두>에선 긴장감이 느껴지는 코드 진행이나 연주를 하고, <신연맞어>는 변학도가 남원부사로 부임해 거들먹거리며 내려오는 이야기라 하모니카 연주를 통해서 서부영화의 느낌을 주고, <사랑가>는 사랑스런 왈츠의 느낌을 살리고.

-소리꾼들의 소리 연출, 보컬 디렉팅에도 신경을 많이 썼겠다.

최진경_ 기본적으로 소리꾼들에게 편하게 맡겼지만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앨범에 수록된 <쑥대머리>는, 소리하는 친구들이 고영열씨가 부른 걸 들으면 깜짝 놀란다. 원래 소리꾼들이 부르는 방식과는 다른 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이영훈_ 내용과 상황이 이미 충분히 슬프기 때문에 감정을 세게, 과하게 보여주는 창법이 아니었으면 했다. 어느 정도 절제하며 불러주길 바랐고, 그게 소리꾼들에겐 낯설었던 모양이다. 느낌의 농도를 조절하면서 국악 비전공자인 우리가 듣기에 편한 음악을 만들어갔다.

최진경_ 국악을 하는 친구들에겐 당연한 것들이 우리에겐 당연한 게 아니라서 새로운 시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국알못’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웃음)

=박진우_ 퓨전 국악의 흐름을 보면, 초기엔 국악인들이 국악의 대중화라는 명제를 가지고 국악에 양악적인 요소를 차용하며 이끌어갔다. 그러다 점점 우리처럼 양악을 하던 사람들이 국악에 다가가려는 시도를 하게 됐다. 국악 비전공자들의 편안한 접근법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사랑가> 도입부의 어쿠스틱 기타 반주가 참 좋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판소리에 이토록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

박진우_ 영훈이가 기타를 잘 쳐서 그렇다.

=조윤정_ 영훈 오빠가 인트로를 정말 잘 만들었다. 우리도 연주할 때마다 감탄한다. (웃음)

박진우_ 그리고 국악에는 기본적으로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 O.S.T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최진경_ 밴드의 음악색과 영상음악의 색은 좀 다른 것 같지만 어쨌든 영상음악 작업에 최적화된 면은 있다.

이영훈_ 드라마 한편을 하면 100곡씩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멤버 대부분이 곡을 쓰니까 그러한 작업량이 가능하다. 또 각자 잘하는 게 달라서 내가 잘하는 걸 잘하면 된다.

-어떤 스타일의 영화음악을 좋아하나.

박진우_ <시네마 천국>(1988) 하면 테마음악이 먼저 떠오르지 않나. 굵은 테마로 쭉쭉 밀고 가는 영화음악, 존 배리나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들을 좋아한다. 음악을 하는 입장에선 음악이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일동_ 그건 감독님들이 싫어할 거야.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지. (웃음)

이영훈_ 영화를 많이 챙겨보는 편인데 어젠 이상일 감독의 <분노>(2016)를 봤다. 음악을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았는데, 테마가 강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선 완벽하게 그림을 뒷받침해주는 음악을 하더라. 그걸 보면서 이 사람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진경_ 일본영화를 좋아한다. <카모메 식당>(2006)이나 <안경>(2007) 같은 소소한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그 소소한 경험이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하는 음악을 해보고 싶다.

박진우_ 각자의 스타일이 다르다는 게 우리 팀의 장점이다. 그래프를 그리면 6명의 멤버가 같은 공간에 분포하지 않을뿐더러 각자의 외연 또한 상당히 넓다. 물론 두번째달의 음악은 우리의 그런 교집합을 담아낸 것이다.

조윤정_ 뭐든 잘할 수 있으니 언제든 영화음악 의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최진경_ 기사 말미에 우리 전화번호도 같이 싣는 건 어떨까. (웃음)

-두번째달의 국악 프로젝트는 계속되는 건가. 더불어 3집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최진경_ <판소리 춘향가> 이후 국악과의 콜라보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 최근엔 국악인 송소희씨와 제주민요 작업을 함께했는데, 각 지역 민요를 모아서 민요 앨범을 내도 좋을 것 같다.

이영훈_ 3집에 대해선 서로 의견을 나눈 적이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가기 전에 3집을 내면 좋겠다.

일동_ (금시초문이라는 듯) 정말? (웃음)

박진우_ 영훈씨 얘기에 공감은 한다. 1년에 하나씩 무언가를 발표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최진경_ 건강하게 오래 음악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밴드가 장수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우리는 아직도 6명이 모이면 즐겁다.

박진우_ 뚜렷한 목적의식과 이해관계로 모인 게 아니라서 10년이 넘게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진경_ 나이가 들면 싸우는 것도 귀찮다. (웃음)

《판소리 춘향가》

두번째달의 국악프로젝트 앨범. 젊은 소리꾼 김준수, 고영열과 함께 <사랑가> <이별가> <쑥대머리> 등 <춘향가>의 14대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바이올린, 아코디언, 만돌린, 아이리시휘슬 등 유럽의 민속악기들을 이용한 두번째달의 연주에 판소리가 이질감 없이 얹혀 있다. 5월 12~14일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김준수, 고영열 두 소리꾼이 한 무대에 서는 <판소리 춘향가> 공연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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