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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갈증이 컸다 - <석조저택 살인사건> 김주혁
이주현 사진 손홍주 2017-05-09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김주혁은 해방 후 경성의 최고 재력가이자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남도진 역을 맡았다. <비밀은 없다>(2015),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2016), <공조>(2016) 등 최근 그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는데, 남도진 역시 이제껏 선보인 적 없는 악인이다. “끝나고 나면 모든 작품이 아쉽다. 기본적으로 난 ‘우리 영화 죽여요. 보시면 깜짝 놀라실걸요’ 같은 말을 못하는 놈이다. (웃음) 후회를 하니 또 발전하는 거 아니겠나.” 자신의 연기건 작품이건 냉정한 평가를 서슴지 않는 그는 자신의 연기가 보다 솔직하고 담백해지기를 바랐다.

-영화적 평가는 좋았지만 흥행하지 못한 <비밀은 없다>, 영화적 평가는 박했지만 흥행한 <공조>가 최근작이었다. 어느 쪽이 더 아쉬웠나.

=둘 다 만족한다. 하나는 건졌으니까. 뭐든 하나만 건지면 만족하는 거지 뭘 더 바라나. (웃음) 평가도 좋고 관객도 많이 들면 제일 좋은데 다 잘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선 악역을 맡았다. 이 작품의 어떤 점에 끌렸나.

=원작이 있어서인지 시나리오가 구조적으로 탄탄했다. 이야기의 짜임새가 마음에 들었다. 한편으론 (원작이) 옛날에 쓰인 작품이다 보니 요즘에도 통할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남도진이란 인물의 경우 베일에 꽁꽁 싸인 인물인데 연기하면서 이 인물의 숨겨진 면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해방 후 경성, 그 시대를 살아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스릴러 장르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스릴러는 이렇게 찍어야 하는구나, 이렇게 연기해야 하는구나 싶더라.

-장르마다 요구되는 연기가 다르다는 건가.

=연기는 똑같다. 연기라는 게 사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니까. 그런데 그걸 잊고 있었다는 거다. 카메라가 스릴러를 만드는 거지 배우가 스릴러를 만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은 그걸 잊고 배우가 스릴러를 하고 배우가 공포를 해버린다. 지나고 나서 ‘아, 나도 그랬구나’ 하고 반성했다. 곧 촬영에 들어갈 <열대야>가 스릴러인데, (유재욱) 감독한테도 그 얘길 했다. ‘난 스릴러 하고 싶지 않다. 당신이 스릴러를 해라.’ 이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다. 드니 빌뇌브의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2015)같은 영화를 보면 배우들은 특별히 뭘 안 한다. 연출이 다 만들어내지. 그래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다.

-악역에다 위조지폐 동판과 관련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공조>의 차기성과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남도진은 겹치는 지점이 있어 보인다.

=작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선 그게 중요하지 않았다. 또 <공조> 때는 악역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희생당한 인물이라 생각하고 연기했기 때문에, 두 인물은 차이가 있다. 남도진은 누가 봐도 악역이다. 태생이 안 좋은 애다.(웃음) 자기가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 물불 안 가리고, 자존심도 도덕도 없는 캐릭터다.

-2000년대 초·중반 로맨틱 코미디를 한창 찍을 땐 선하고 바른 이미지가 강했는데 최근엔 악역의 얼굴도 낯설지 않다.

=천만다행이다. 솔직히 로맨틱 코미디에 질릴 대로 질렸고 어느 순간엔 로맨틱 코미디 연기가 재미없어졌다. 다른 연기를 하고 싶은 갈증이 컸다. 한편으론 사람들이 내 악역 연기를 어색해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컸다. 그 이미지를 깬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제작 과정에서 감독이 교체되는 일도 있었다. 연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텐데.

=영향을 안 받을 순 없다. 하지만 웬만하면 좋게좋게, 다들 웃으면서 행복하게 찍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편이다. 저울 같다고 할까. 어떤 문제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잘못해서 벌어지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로서는 내가 공정하고 공평하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따라오게 돼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게 연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나 혼자 튀려고 해선 안 된다. 어우러지는 게 중요하다.

-앞서 얘기한 <열대야> 외에도 차기작으로 <흥부>(감독 조근현), <짝꿍>(감독 이지승) 등 촬영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5월부터 계속 찍어야 한다. <흥부>에선 백성을 생각하는 의인 역이고, <짝꿍>에선 사연 있는 건달, <열대야>에선 연쇄살인범을 잡는 형사로 출연한다. <독전>(감독 이해영)에도 짧게 나오는데 거기선 중국 마약조직의 ‘돌아이’ 같은 캐릭터다. (웃음) 일정이 밭아서 걱정이지만 내가 정신 차리고 잘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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