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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②] ‘판타스틱영화의 거장’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특별전

이처럼 강력한 영화가 또 있을까

<칵테일 살인마>

1997년 겨울,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업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귀국하여 영화광 친구와 술자리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감독들인 존 카펜터, 조너선 드미,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을 언급하던 중에 친구에게서 새로운 이름을 들었다.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은 어때?” 친구가 추천한 <야수의 날>과 <액션 무탕트>(1993)를 찾아 헤매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컬트영화 비디오 스토어인 ‘비디오 볼트’에서 비디오테이프를 구했다. 반응은 당연히, 오 마이 갓! 이렇게 시원스럽게 공포와 코미디를 섞어 연출하는 감독은 <이블 데드> 시리즈의 샘 레이미 이후 처음. 이후 그의 신작이 나올 때마다 수입 비디오나 DVD로 구매했고,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같은 한국의 영화제 상영작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초청을 시도했으나 불발되었는데, 올해 스페인 시체스국제영화제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아시아 지역 최초로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을 게스트로 맞이하게 되었다.

스페인 장르영화 애호가들에게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라는 이름은 전설이다. <야수의 날>을 통해 관객의 ‘오감을 자극한’ 이후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은 폭발적인 연출 스타일과 엽기적인 유머 감각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스페인의 아카데미상 격인 고야상을 여러차례 수상하는 영예를 누린다. 이런 그를 위해 수많은 영화 전문가와 학자들은 ‘대중적인 독창성’(popular auteur)이라는 특별한 용어를 만들기도 하였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의 대표작 10편을 소개한다. 이중에는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과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있다. 그의 장편 데뷔작이자 이후 그가 보여줄 연출 스타일을 집약한 <액션 무탕트>를 판권 문제로 상영하지 못하게 되어 진심으로 안타깝다.

<칵테일 살인마> (Mirindas Asesinas, 1991)

한 남자가 손님이 드문 바에 들어와 미린다 칵테일을 주문한다. 바텐더가 칵테일 값을 요구하자 그는 바텐더를 총으로 쏘고, 겁에 질린 손님은 미린다를 서빙하기 시작한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이글레시아 감독의 연출 데뷔 단편으로, 특유의 기발한 유머와 호러 취향이 100% 발현된 작품이다.

<야수의 날> (El Dia de la Bestia, 1995)

<야수의 날>

크리스마스이브, 강력한 악의 탄생을 예지한 가톨릭 신부 에인절은 데스 메탈 팬인 호세와 저명한 초자연현상 연구가 카반과 함께 팀을 이루어 세계의 종말을 막고자 한다. 먼저 악과의 만남을 이루기 위해 다수의 황당한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스페인 고야상 6관왕 및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휩쓸며 이글레시아 감독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

<커먼 웰스> (La Comunidad, 2000)

<커먼 웰스>

부동산에서 일하는 홀리아는 최근 한 노인이 죽은 빈 아파트에서 거액의 돈을 발견한다. 그녀는 부유하게 살 수 있을 거란 행복한 꿈에 젖지만, 역시 그의 돈을 노리던 주민들은 그녀가 돈을 독차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발표 당시 20개 이상의 상을 휩쓸었던 이글레시아 감독의 대표작.

<800 블렛> (800 Balas, 2002)

한때 할리우드 유명 서부극에도 출연했지만 이제는 초라한 영화 세트장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액션 공연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스턴트맨 훌리안. 가족과 연락을 단절한 채 살아가는 그의 앞에 어린 손자인 카를로스와 매정한 며느리 라우라가 찾아온다. 감독의 특유의 예측불가 무질서 스타일의 스파게티 웨스턴 오마주 코미디.

<퍼펙트 크라임> (El Crimen Ferpecto, 2004)

야심 넘치는 세일즈맨 라파엘은 승진 기회를 두고 경쟁하다 그만 동료를 죽이게 된다. 그는 비밀을 묻어버리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범죄란 없는 법. 감독의 장기인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절묘하게 버무린 걸작 중 한편으로 당시 스페인의 신자유주의적 풍조를 훌륭하게 풍자한다. 그의 데뷔작을 제작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흔적(만화적인 비주얼 스타일, 밝은 색감 및 슬랩스틱 코미디)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

<잠 못 들게 하는 영화1: 아기의 방> (Peliculas Para No Dormir: La Habitacion del nino, 2006)

<잠 못 들게 하는 영화1: 아기의 방>

완벽하게 개조한 오래된 저택에 한 부부가 갓난아이와 함께 이사 온다. 집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에 아이의 방에 모니터를 설치한 부부는 아이의 요람 곁을 맴도는 누군가의 존재를 확신한다. TV시리즈로 제작된 이글레시아 감독의 정통 호러물로, 한국 관객에게 극장 최초로 공개된다.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Balada Triste De Trompeta, 2010)

슬픈 광대 하비에와 웃는 광대 세르지오, 그리고 아름다운 나탈리아를 둘러싼 사랑과 광기의 이야기. 전쟁 이후 사회의 부조리를 감독 특유의 개성 있는 연출로 그려내며 그를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한 걸작이다. 2010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골든오셀라 각본상과 은사자상을 수상한 ‘컬트영화’ 로서 그의 현 부인인 캐롤리나 방을 스타로 만든 작품.

<마녀 사냥꾼> (Las brujas de Zugarramurdi, 2013)

<마녀 사냥꾼>

금붙이를 털어 도주하던 호세와 안토니오 일행. 경찰을 피해 우연히 찾아간 곳은 하필 마녀들이 살고 있는 악명 높은 저택이다. 마녀의 제물로 바쳐질 황당한 상황에 처한 그들은 과연 마녀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마녀에게 잡힐 것인가. 그해 스페인의 아카데미상 격인 고야상 8개 부문을 휩쓴 것을 시작으로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포르투갈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 및 관객상을 수상한 ‘남녀의 전투(마녀들과의 전투)’ 영화는 이글레시아 감독 고유의 동적 연출 스타일과 유머 감각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야수의 후예> (Herederos de la Bestia, 2016)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야수의 날> 2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이글레시아 감독의 팬이라면 놓치면 안 될 매력적인 에피소드를 감독과 당시 참여했던 스탭들의 솔직한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글레시아 감독의 강력한 요청으로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더 바> (El Bar, 2017)

마드리드 광장의 한 카페. 이곳에 함께 있던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몇 시간 안에 자신의 목숨이 좌지우지될 놀라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정교한 플롯과 놀라운 긴장감으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큰 화제를 모은 이글레시아 감독의 최신작으로, 스페인의 사회정치적 현실을 그만의 ‘오버 더 톱’ 연출 스타일로 풍자한 작품.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감독의 마스터클래스에 앞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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