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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낸 배우들⑥] <군함도> 장성범 - 지금 이 순간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7-08-07

<군함도>가 개봉한 주말 <비밀의 숲>이 종영했다. 화제작 두편에 연이어 얼굴을 비춘 장성범에겐 더없이 행복한 일주일이었다. 좋은 작품을 만난 것도 모자라 두 작품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니 “천운”이란 표현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군함도>의 오장우 역은 오디션을 통해 따냈다. 군함도로 징용되는 안경 쓴 경성제국대 학생 오장우는 영화 초반부터 등장해 막판까지 자리를 지키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애써 불쌍하거나 슬퍼 보이게 그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군함도에 징용 간 오장우는 ‘같은 조선인이니까 뭉쳐야지’가 아니라 ‘내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살았을 것이다. 연필만 잡던 애가 도끼를 들기까지의 과정을 잘 전달하는 것, 좀더 냉정하게 현실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야무진 캐릭터 분석에도 불구하고 현장이 주는 압박감은 컸다. 게다가 블록버스터의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은 건 처음이었다. “현장에서 겁먹거나 움츠러든 적이 한번도 없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배우들도 많고 군중 신도 많고 세트장의 압도감도 커서 ‘잘해야겠다, 절대 폐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긴장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1995년생. 모른다고 부끄러워하고 못한다고 겁먹을 필요가 없는 나이다. 그래서 지금껏 “기죽지 말고 덤비자”는 태도로 연기했다. 데뷔작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석태(김윤석)의 유년 시절을 연기할 때도, 뒤이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조연출 역을 맡았을 때도 상대배우가 전지현이건 누구건 “당돌하게” 연기했다. “열아홉, 그땐 믿을 게 깡다구밖에 없었으니까.” 몸으로 부딪혀 배운 것이 오래 남는다는 건 <군함도>를 통해서도 제대로 배웠다. 연기의 디테일을 시연해준 “고마운” 황정민, 티 내지 않고 뒤에서 스탭과 배우들을 챙기던 “반할 수밖에 없었던” 소지섭, “지금 이 순간 오장우는 너”라며 자신감을 심어준 송중기 등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들”만 모아놓은 것 같은 곳이 <군함도>의 현장이었다.

배우가 된 계기는 소박했다. 중학생 때 학교에서 단체로 보러 간 연극이 신기했고, 무대 위 신기한 세상을 아픈 엄마에게 선보였더니 엄마가 웃었다. “엄마가 웃는 게 좋아서” 배우가 됐다는 장성범은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어제 처음 팬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감격해하던 그는, 나이에 비해 듬직한 인상만큼이나 속도 깊은 청년이었다. <비밀의 숲>의 박경완에서 빠져나온 뒤엔 영화 <썬키스트 패밀리>(감독 김지혜)를 찍었다. 여기선 상큼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작품을 하나씩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세상엔 왜 이렇게 멋진 사람이 많을까? 옛날엔 내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웃음) 그래도 장성범이라는 존재는 유일하니까. 힘을 내야겠다!”

<비밀의 숲>의 이 장면

“<비밀의 숲>의 경완이가 아버지 박무성(엄효섭)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12회).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아버지를 원망했던 지난날의 자신을 후회한다. 내가 정말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했는데 그땐 진짜 경완이가 되어 연기한 게 아니라 ‘내’가 연기한 것 같았다. <군함도>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배우게 해준 작품이라면 <비밀의 숲>은 디테일하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 많았던 작품이다. 매 순간 편하게 내 얘기를 하듯 연기했고, 그중에서도 아버지에 관한 독백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영화 2017 <군함도> 2016 <올레> 2014 <슬로우 비디오> 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드라마 2017 <비밀의 숲> 2016 <피리부는 사나이> 2015 <드라마 스페셜-머리 심는 날> <프로듀사> 2014 <힐러> <미스터 백> 2013 <별에서 온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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