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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 이종석 - 말간 얼굴에 숨은 잔혹함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7-08-15

베리 임포턴트 퍼슨(Very Important Person), 줄여서 ‘브이아이피’. 이종석이 연기하는 김광일은 이 작품의 타이틀롤이다. 북한 고위 간부의 아들로 태어나 가질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지며 살아온 광일은 천진난만한 표정 속에 잔혹한 광기를 품은 연쇄살인마다. 20대와 30대를 가르는 경계의 순간, 이종석을 찾아온 이 작품은 그의 이름 석자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보였던 남자영화, 누아르영화라는 키워드를 이종석의 필모그래피에 아로새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남자배우들 사이에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달라 보인다.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로 여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경우가 많았는데.

=맞다. 남자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하는 게 정말 재밌더라.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연기를 해오신 분들이다보니 막연하고 추상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연기할 때 쓸 수 있는 것들을 가르쳐주셔서 특히 좋았다.

-남자영화, 누아르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고. 박훈정 감독에게 직접 출연 의사를 밝혔다고 들었다.

=남자배우들마다 ‘남자영화’ 대표작이 있는 것 같다. 조인성 선배님의 <비열한 거리>, 김래원 선배님의 <해바라기>, 원빈 선배님의 <아저씨>. 나도 ‘남자영화 대표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예전부터 하고는 싶었지만 쉽게 마음먹을 수는 없었다. 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와 이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데 <브이아이피>의 광일은 내가 욕심을 한번 내봐도 될 것 같은 역할이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연락을 드렸다.

-<브이아이피>의 김광일은 전형적인 연쇄살인범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천진난만한 그의 미소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연쇄살인범이나 사이코패스가 한국영화에서 정말 많이 나오지 않았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표정은 최대한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잔혹한 행동을 하면서도 아이처럼 말갛게 웃으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굉장히 잘사는 집 아들이 하인을 죽이면 혼이 나지 않지만 기르는 소를 죽이면 재산이기 때문에 혼난다. 이게 광일이 살아온 방식이다”라는 박훈정 감독님의 말씀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드라마 <W> <피노키오> <닥터 이방인> 등 전작을 돌이켜보면 스스로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캐릭터가 많았던 것 같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VIP 대접을 받는 광일은 타고날 때부터 남다른 신분이었다는 점이 이전의 역할들과 다르다.

=맞다. 드라마의 경우, 1화에서 16화에 이르기까지 캐릭터가 성장을 한다. 김광일은 그런 인물이 아니라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동안의 출연작이 다소 드라마에 치우쳐 있다보니 일정에 쫓길 때에는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대본의 지문대로 연기하고 넘어간 순간이 종종 있었다. 해이해진 마음을 <브이아이피>를 찍으며 다잡았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구경하는 즐거움도 컸다.

-현장에서 지켜본 선배 김명민, 박희순, 장동건은 어땠나.

=김명민 선배님으로부터는 ‘이건 그냥 준비한 게 아니라 엄청나게 준비를 해오신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완벽주의자적인 면모를 봤다. 박희순 선배님은 배우 자체에서 뿜어져나오는 아우라가 굉장하시더라. 내가 평소 동경해왔던 남성상에 가까운데 귀여운 반전 매력이 있으셨다. (웃음) 장동건 선배님은 나이스하고 젠틀하신 걸로 유명하잖나. 그걸 실감할 수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선배님 정말 감사하고 진심으로 존경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형이라고 불러도 된다. 너를 실망시키지 않는 선배가 될게’라는 답장이 왔다. 그길로 ‘입덕’했다. (웃음)

-올해 29살이다.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는 점에 의미부여를 하는 편인가.

=의미부여를 안 하려고 했는데, 요즘 들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너무 좋더라. 데뷔 초에는 빨리 30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자다운 느낌의 배우가 되고 싶었고, 30살이 되면 그렇게 변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9월 방영 예정)의 방영이 끝나면 30살이 될 텐데, 20대는 정말 바쁘게 살았구나 자부하면서 조금 쉬어볼까 한다. 드라마를 같이하며 친해진 정해인, 신재하 배우와 함께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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