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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위원회 ‘MB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 발표
김성훈 2017-09-18

영화인 길들이기 어떻게 이루어졌나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이 영화계를 사찰하고, 우파영화 제작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_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네, 언론보도를 통해 봤습니다. 진실을 좀더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_ 이낙연 국무총리

“확실하게 조사해주십시오.”_ 노웅래 의원

“네, 알겠습니다.”_ 이낙연 총리

지난 9월 11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에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마포 갑)이 이낙연 총리에게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이 영화계를 사찰하고 이승만, 육영수를 소재로 한 우파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씨네21>과 <한겨레21>이 함께 지난 3개월 동안 국정원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이 내부에 엔터팀이라 불린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직보 의혹을 받는 추명호 국정원 정보보안국장 산하에서 팀 형태로 운영되던 조직이었다. 국정원 엔터팀은 대기업 투자·배급사뿐만 아니라 직배사 임원을 정기적으로 만나 어떤 영화가 투자·제작되고 있는지 동향을 파악했다. 진보 성향의 영화인들을 사찰하고, 이를 근거로 제작·투자·배급 등 영화 공정의 전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에어포스원>(1997) 같은 ‘대통령 히어로물’을 제작하려고도 했다. 영화인들은 “국정원이 영화계를 사찰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크게 놀랍지가 않다”라며 “그럼에도 그 소문은 영화인들을 위축시켰고, 그것은 결국 영화를 기획하는 데 자기 검열로 이어지게 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국정원이 엔터팀을 운영하며 영화계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다. 국정원법 제3조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첫째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둘째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서·자재·시설 및 지역에 대한 보안 업무로 제한하고 있다. 영화 제작 동향은 국내 보안정보가 아니며 영화 제작 업무 역시 국가 기밀에 속하는 보안 업무가 아니다.

<씨네21>과 <한겨레21>의 보도가 나간 뒤인 지난 9월 12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 및 ‘MB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과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이 MB 정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로 분류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 수시로 여론을 주도하는 문화·예술계 내 특정인물과 단체의 퇴출 및 반대 등 압박활동을 하도록 지시했고,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 세력을 ①대통령에 대한 언어테러로 명예를 실추 ②좌 성향 영상물 제작으로 불신감 주입 ③촛불시위 참여를 통해 젊은 층 선동 등을 사유로 분야별로 퇴출 활동을 전개했다. 문화계, 배우, 영화감독, 방송인, 가수 등 총 5개 분야 중 영화계 종사자가 영화감독이 52명, 배우가 8명으로 가장 많다(52쪽 참조). 당시 청와대는 좌파 성향 감독들의 이념 편향적 영화 제작 실태를 종합해 수시로 파악했고, 국정원은 좌파 문화·예술 단체 제어·관리 방안 등을 ‘일일 청와대 주요 요청 현황’에 따라 ‘VIP 일일보고’, ‘BH 요청자료’ 등의 형태로 보고했다.

국정원 개혁위는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 퇴출 활동과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과 김주성 전 기조실장 등에 대해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금지 위반 등으로 검찰 수사의뢰를 권고했다. 노웅래 의원은 “국정원이 우파 정권의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영화 제작에 개입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다”라며 “이 모든 공작의 시발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가 작성한 ‘문화 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을 통해 영화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계획을 수립했고, 박근혜 정부에서 악랄하게 시행됐다”라며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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