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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 아이의 시선에서 엄마와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요시노 이발관>(2004), <카모메 식당>(2006), <안경>(2007) 등의 영화로 많은 팬을 거느리며 슬로 라이프 지향 영화를 유행시키기도 했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오랜만에 신작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딸 토모(가키하라 린카)와 그녀의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트랜스젠더 린코(이쿠타 도마)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마음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는 과정 속에 엄마와 딸의 관계, 가족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는 영화다. 첫질문을 하기가 무섭게 지금껏 만들었던 “힐링영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운을 뗀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신작의 출발점과 최근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변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눈에 보이는 풍경과 스타일보다는 보이지 않는 관계와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번 영화에 관해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에게 물었다.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를 연출한 후 5년 만에 신작을 발표했다.

=그동안 쌍둥이를 출산했고 일본 문화청의 기금을 지원받아 가족들과 1년 동안 뉴욕에 머무르면서 유럽 여행도 다녔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바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는데 잘 안 써지더라. 이러다가 두번 다시 영화를 못 찍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하던 차에 이번 영화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처음부터 <안경>이나 <카모메 식당>처럼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힐링영화와는 전혀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신문 기사를 읽다가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던데.

=각본을 쓰다가 뒤엎기를 반복하던 와중에 우연히 한 신문에서 트랜스젠더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여성으로 성전환한 아이가 사춘기 시절에 엄마한테 가슴이 갖고 싶다고 말하니 그 엄마가 당시 아들이었던 아이에게 가짜 가슴을 만들어줬다는 내용이었다. 읽고는 충격을 받아 ‘이 엄마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며 수소문했다. 실제로 만난 엄마는 자기 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였고 또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긍정의 기운이 넘치는 사람이더라. 그래서 각본을 쓰는 데 많이 참고했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출산과 육아 경험도 영화에 담겼다.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린코와 엄마 사이의 관계를 잇는 중요한 소품으로 뜨개질을 설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실제로 나는 뜨개질을 안 한다. 각본 쓰던 무렵에 우연히 책방에 들렀는데 어떤 잡지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니트 디자이너이자 게이 커플인 ‘아르네 앤드 카를로스’를 소개한 기사가 실렸다.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신선해서 뜨개질이란 설정을 가져왔다.

-트랜스젠더 린코 역을 맡은 배우 이쿠타 도마의 어떤 점이 린코 역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이쿠타 도마는 데뷔작 <인간실격>(2010) 때부터 주목한 배우다. 정말 예쁜 외모를 가졌는데 린코 역할도 그렇게 예쁜 사람이 맡아주길 바랐다. 당연히 거절할 줄 알고 제안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는 선뜻 하겠다고 대답해 놀랐다. 그런데 막상 같이 작업하려니 생각보다 큰 골격 때문에 헤어, 메이크업, 의상팀이 고생했다. (웃음)

-트랜스젠더를 주인공으로 다루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이었나.

=일단 내가 LGBT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게 되면 이 영화는 실패하는 거였다. 그래서 사전에 각본을 게이나 트랜스젠더들에게 보여주고 모니터링을 했다. ‘영화에 거짓말을 넣지 않고 그들을 상처주지 않을 것.’ 이게 나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물론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한 아이의 시선에서 엄마와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극중 유일하게 과거가 언급되는 인물이 린코다. 그의 과거가 필요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린코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좋은 삶을 살고 있다. 반면에 린코의 연인 마키오(기리타니 겐타)의 조카인 토모는 제대로 엄마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산다. 두 사람의 상황을 대비해서 보여주려고 했다. 다양한 엄마의 유형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크로우즈 제로> 시리즈, 드라마 <루키즈> 등에서 보여주던 기리타니 겐타의 거칠고 장난기 많은 모습과 달리 그에게 정반대되는 차분한 캐릭터를 맡긴 것도 의도한 것인가.

=물론 나에게도 겐타는 늘 뜨겁고 건강하고 밝은 남자의 이미지였다. (웃음) 어느 날 TV를 보는데 그에게서 어느덧 나이 들어가는 남자로서의 섹시함이 느껴지기에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가 연기해온 캐릭터와 달리 현장에서 그는 의지하고 싶은 듬직한 면이 있었다.

-가족과 연인 모두 심각한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마키오는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로 묘사되다 보니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일 때가 있었다.

=지인 중에도 트랜스젠더 커플이 있는데 그들은 정말 호쾌하게 산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갈등이나 고민을 안고 살겠지만 누구보다도 차분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다. 나는 마키오를 차분한 캐릭터로 묘사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뜨개질은 가족을 서로 이어주기도 하지만 엄마의 삶과 고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 같기도 했다.

=뜨개질을 통해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보여주자는 생각이 강했다. 딸보다는 여러 유형의 엄마 이야기에 좀더 집중하고 싶었다. 린코 또한 여성으로서 뜨개질을 통해 엄마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린코는 여성으로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위해 짊어져야 할 삶의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려 한다. 그토록 간절하게 엄마가 되고 싶어 하는 린코를 통해 엄마의 조건은 무엇이라 말하고 싶었나.

=조건?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전혀 모르겠다. (웃음) 한 가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육아보다는 영화 촬영이 훨씬 편하다는 점이다. (웃음) 일을 할 때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지만 육아는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인격도 다른 아기를 대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나와 다른 사고체계를 지닌 아기를 이해하는 건 굉장히 힘들다.

-지금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을 있게 한 <요시노 이발관> <카모메 식당> <안경> 등의 슬로 라이프 영화들이 지금의 작품 활동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 적은 없나.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영화들을 더 많이 찾아봐주길 바란다. 한국에 ‘카모메 식당’이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이 영업 중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어떻게 나에게 말도 안 하고 이름을 가져다쓰지 싶다가도 인기가 좋으니까 그런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반반 섞여 있는 기분이랄까? (웃음) 머리가 조금 복잡하긴 하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영화 <리락쿠마>의 각본을 쓴다고.

=맞다. 실은 리락쿠마가 뭔지도 모르는데 하겠다고 했다. (웃음)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주어진 이야기도 없고 캐릭터 외에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 정말 마음대로 만들어보라는 조건을 제시하기에 하겠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나도 궁금하다. 2019년 이후에 공개될 예정이다.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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