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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BPM> 배우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 - 내게는 현장이 서바이벌이었다
이주현 사진 백종헌 2017-11-16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120BPM>의 배우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가 한국을 찾았다. 로뱅 캉피요 감독의 개인적 경험이 녹아들어간 이 영화는 1990년대 초반 에이즈운동단체 ‘액트 업 파리’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르트는 에이즈로 죽어가는 션을 연기한다. 삶을 사랑했기 때문에 세상과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었던 션의 삶을 온몸 던져 연기했다. 제7회 서울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국내에서 첫 상영된 <120BPM>은 내년 2월 국내 개봉예정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처음 공개됐고,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칸에서 첫 기자시사가 열리던 때 우리는 포토콜을 진행하고 있었다. 포토콜 이후 트위터 반응을 살피니 긍정적인 글들이 올라오더라. 아르헨티나 기자로부터 극장에서 사람들이 울기도 하고 박수도 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모든 게 믿기지 않았다. 이 영화 덕분에 매일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배우 중 첫 번째로 영화에 합류했다고.

=캐스팅 과정 자체는 특별할 게 없었다. 파리에 있는 에이전시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었고 로뱅 캉피요 감독님을 만났다. 감독님은 케미스트리가 좋은 커플을 찾으려 했다. 액트 업은 결속력이 끈끈한 그룹이기 때문이다.

-상대 배우인 나단 역의 아르노 발루아를 만났을 땐 그와 사랑에 빠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나.

=상대 배우를 만나면 무의식적으로라도 사랑에 빠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아르노를 처음 봤을 땐 너무 거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거대한 사람으로 다가왔다. 나와는 너무 달랐다. 아르노는 단단하고 똑똑하고 우아하고 침착하고 평화롭다. 그에 비해 나는 어설프고 무력하다. 영화 속 캐릭터처럼. 아무튼 상반신을 탈의하고 함께 소파에 누워 있던 순간 그에게 내 몸을 기대어 쉬어도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지 섹스 신만을 위해 그런 과정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섹스 신은 운동하듯 몸을 쓰면 된다. 그것보다 기대어 쉴 수 있는 친밀한 사이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액트 업 회원들의 토론 장면은 밀도가 굉장히 높은데 촬영 과정은 어땠나. 프랑스어가 모국어가 아니라서 토론 장면을 촬영할 때 벅차기도 했을 것 같다.

=어제 이 영화를 네 번째로 봤다. 자막을 보는데, 특히 토론 장면에서 그 많은 디테일과 유머를 사람들이 자막으로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싶더라. 연기할 때도 쉽지 않았다. 만난 지 3주밖에 안 된 100명의 사람들과 토론을 해야 했으니까. 언어의 경우, 이번 영화를 위해 따로 프랑스어 트레이닝을 받았다. 프랑스어는 6년 전에 처음 배웠다. 내게는 현장이 서바이벌이었다. (웃음)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션은 서서히 쇠약해져간다.

=짧은 시간에 체중을 감량해야 했다. 촬영기간이 10주였고, 촬영하면서 15일만에 7kg을 뺐다. 내 몸이 실제로도 약해져가는 게 느껴졌고 그게 연기에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 원래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를 혹사시켜 연기하는 타입이 아니다. 현실과 연기를 구분 짓는 편이다. 그런데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몸이 되자 괜히 다른 배우들이 나를 신경 써주더라.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고, 아르헨티나와 유럽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유럽에는 특별한 연줄도 없다. 모든 일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소극장에서 연기를 했고, 공연 때 나를 눈여겨본 감독이 뉴욕에서 같이 작업하자는 제의를 했다. 그렇게 22살 때 뉴욕으로 건너갔다. 그게 외국에서의 첫 연기 경험이었다. 그 뒤로 웨일스영화, 프랑스영화, 스페인영화 등에 출연했고, 여행하며 일하는 삶이 자연스러워졌다. 언젠가 한국 감독이 출연제의를 해온다면 기꺼이 한국어를 배울 의사도 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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