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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라이언 존슨 감독, 배우 마크 해밀 인터뷰
안현진(LA 통신원) 2017-12-22

이제 시리즈의 미래를 향한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포스터

지난 7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라이언 존슨 감독과 출연진을 만날 수 있었다. 영화 개봉으로부터 거의 5개월 전, 영화를 볼 수도 없었고 영화의 플롯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조금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최고 수준의 보안을 약속한 뒤에야 가질 수 있었던 라운드테이블 인터뷰는, 고백건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인터뷰와 비교해도 최고의 경험이었다. 라이언 존슨, 마크 해밀,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베니치오 델 토로, 켈리 마리 트랜, 그웬돌린 크리스티까지 7명과 만나 나눈 이야기 중 이 지면을 통해서는 라이언 존슨 감독과 배우 마크 해밀의 인터뷰를 정리해 전한다.

배우 마크 해밀, "제작진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를 원했다"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 스케줄이 매우 빡빡했다고 들었다. 맘 놓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고 하던데. (웃음)

=J. J. 에이브럼스가 나를 앉혀놓고 영화를 설명한 방식에 속았다. 그는 이 영화가 루크 스카이워커를 찾는 여정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믿었던 거다. 그러면서 영화를 위해 조금 준비하자고 했다. 그런데 그게 무려 1년이 걸렸다. 일주일에 두번씩, 2시간씩 두번이다. 그들은 내게 영화를 위해 신체를 단련하자고 말했지만 그건 사실 고문의 다른 말이다. (일동 웃음) 어쨌든 20kg 정도 체중이 감량됐다. 그리고 스크립트를 받고서야 이게 나에 대한 영화라는 걸 실감했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나는 영화의 마지막 5분 동안 나온다고 해도 만족스럽고 행복했을 거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J. J. 에이브럼스를 붙잡고 슬쩍 항의했다. 이런 건 줄 알았다면 당장 트레이닝을 그만두었을 거라고. (웃음)

-고 캐리 피셔(레아 공주 역)와의 우정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나.

=캐리는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대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앞으로 만들어지는 <스타워즈>는 이전과 절대로 같을 수 없을 거다. 내가 이기적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그녀가 이제 없다는 사실 때문에) 캐리에게 너무 화가 났다. 지금 함께 이 모든 것을 즐기고 누렸어야 했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한 솔로에 대한 이야기고,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대부분 내가 맡은 루크에 대한 이야기라면 다음 영화는 그녀가 연기한 레아 공주에 대한 이야기가 됐어야 했다. 지난 40년 동안 연락이 끊긴 적은 없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잘 알았고 서로를 신뢰했다. 캐리는 유머를 비장의 무기처럼 사용했다. 보통 때의 캐리는 냉소적이고 보수적인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그건 그녀가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만나자마자 그녀의 삶에 바로 매료됐다. 그녀의 주변에 있다는 사실에 그저 행복했었다. 그녀가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지 말고 그녀가 옆에 있었을 때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기억하고 감사하기로 했다.

-루크 스카이워커를 다시 연기한 기분이 어떤가.

=오래전 첫 영화에서 루크 스카이워커에게는 굴곡이 있었다. 나는 의도적으로 이 소년이 철이 없게 보이길 원했고 그런 모습을 연기에 반영했다. 그 당시에는 2편 또는 3편이 만들어질 거라는 걸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좋은 대조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속편들이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루크는 점점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라이언(존슨) 감독에게 내 캐릭터에게 전사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라이언도 동의했다. 어떤 면에서는 요즘 관객에게는 불필요하거나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중요했다. 나는 이 캐릭터의 일부분을 소유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나이 든 루크의 현재를 따라잡기가 힘들었다. 내가 어떤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이미 어떤 식으로든 <스타워즈>의 방대한 세계 안에서 한번은 다뤄졌다는 거다. 제작진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백스토리(영화·소설 등의 배경이 되는 내용)를 원했다.

-배우로서 당신이 쌓아온 경력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는 어떤 의미인가.

=사람들은 내게 한 가지 캐릭터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쉬운지 묻는다. 한 가지 캐릭터로만 기억된다는 점이 다른 많은 좋은 점들을 가져오는 걸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수백만명이 보는 영화에 출연하는 것만큼이나 500명을 앞에 두고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연기하는 것도 사랑했다. 나는 그저 연기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가 내가 배우가 된 지 47년째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상상하지 못한 곳에 도착해 있다.

라이언 존슨 감독, “<스타워즈> 팬들을 놀라게 하고 싶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9>에 참가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맞나.

=맞다. 지금 9편의 제작진이 작업 중이고 어떤 이야기가 될지 어떤 영화로 탄생할지 기대가 크다. 8편을 만들고 9편의 관객이 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다. 바통을 넘기는 거다. 앞으로를 응원하면서. 솔직히 말하면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다음 영화는 레아 공주에 대한 이야기가 될 거라고 예상했고 믿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럴 수 없다. 모든 것이 바뀔 수밖에 없게 됐다.

-첫편의 성공으로 또 다른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작업의 기준이 있었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스타워즈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과 마찬가지로 3부작의 두 번째 영화였기 때문에 내가 할 일은 속도를 늦추고 캐릭터 안으로 깊게 들어가는 거였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이 캐릭터에 애정을 갖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그래서 세 번째 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야 했다. 가장 처음에 한 일은 노트를 꺼내서 캐릭터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의 어떤 면을 알고 싶은지,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그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적었다. 또한 어떤 일이 그들의 여정에서 가장 힘든 도전이 될지에 대해서도 적었다. 거기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 영화는 그래서 도전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를 어둡게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삶이란 모두에게 어려운 순간과 거친 순간을 주기 마련이지 않나. 이 영화가 재미있기 위해서 어두운 분위기는 필수였다. <스타워즈 에피소드5: 제국의 역습>은 <스타워즈> 시리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6: 제다이의 귀환>의 장난스러움과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도 모험적인 면이 내게는 <스타워즈>의 일부로 느껴졌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모험과 장난스러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어둡고 심각하기만 하길 원하지 않았다. <스타워즈>라는 유산을 이어받는 동시에 재미있기를 원했다.

-당신에게 모이는 기대가 부담스럽진 않았나.

=그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평생을 <스타워즈> 팬으로 살아왔고, 그런 기대를 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내가 이 영화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세탁기 옆에 “새 <스타워즈> 영화에서 보고 싶은 것들”이라는 목록을 만들어두었을 거다. 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 한 가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본능을 믿어야 했다.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모든 창의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한다면 결국 만들어지는 건 나쁜 영화 한편일 거다. 그래서 스스로 내가 팬이라는 사실에 겁먹지 말자고, 팬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팬들을 놀라게 하자, 결심했다.

-마크 해밀과 캐리 피셔와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말로 하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캐리와 마크의 삶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러니까 정의할 수 없는 깊은 무엇이었다. 그들이 살아온 <스타워즈>의 세계에서는 그게 누구라도 그저 스크립트 하나를 들고 와 ‘이렇게 하자’고 말한다 해서 그대로 이뤄지는 일은 없을 거다. 마크와 캐리와의 작업에서 중요한 과정은 논쟁과 토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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