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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스토리>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 "작품에서 서서히 흐르는 시간을 찬란하게 보여줘야 했다"
이화정 2018-01-03

이 영화의 모든 전개와 시선은 유령이 된 C에게서 비롯된다. 사물을 인식하는 지각의 영역에서 벗어난 이 독특한 시선은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고 상실의 시간을 버텨내는 M의 시간을 더 더디고 아프게 만든다. 디즈니 어린이 판타지 어드벤처물 <피터와 드래곤>(2016)에서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드래곤을 통해 그 존재를 향한 경외와 묘사방식을 고민하고 반영해왔다. 장르는 달라졌지만 감독이 지각하는 ‘다른 존재’에 대한 관심은 이 영화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재기 있는 형식에 함몰되지 않고 깊은 정서적 울림까지 묘사해낸 아름다운 영화. 이 영화를 연출한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전작이자 디즈니 판타지 어드벤처물 <피터와 드래곤>을 끝내고 이틀 후부터 저예산 제작 방식으로 이 영화에 착수했다. 급하게 서두른 만큼 절실한 이유도 엿보인다.

=<피터와 드래곤>은 제작 기간이 오래 걸렸는데, 사실 내가 집중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나는 참신하면서도 이번처럼 뭔가 실체화가 되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특히 <피터와 드래곤> 같은 대작을 만들고 나서인지 규모가 작고 수작업이 들어가는 작품은 만들기 쉬울 것 같았는데 똑같이 힘들더라. (웃음) 단지 기간만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을뿐이다.

-살던 집을 떠나지 못하는 유령이 등장한다. 공간과 영혼의 상관관계에 있어서 영혼이 공간을 떠나지 못하고 ‘접착’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봤나.

=전작에서처럼 이번에도 많은 촬영지를 거친 후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 중 하나는 아내와 겪었던 갈등과 관련이 있었다. 아내는 현실적이지만 난 감성적이라 사는 곳과 관련해서 가끔 의견이 맞지 않는다. 유령이 떠나지 않고 한 공간에 머무르는 이유는 그게 편해서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보통 편한 장소나 자신과 잘 어울리는 곳에 마음이 기울지 않나. 나는 내가 자란 도시에서 쭉 살고 있는데 감정적으로 그리고 실제로도 편안하다. 차마 떠날 용기가 없는 게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비슷한 감정을 이 영화에 반영했다.

-영화에서 유령을 표현할 때는 좀더 심령술적으로 보이는 장치를 쓰게 마련이다. 그런데 평범한 시체안치실의 침대보를 쓰고 거기서 그대로 걸어나온다는 설정은, 영화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좀 우스꽝스러운 시도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영화 속 유령은 분명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한편으론 귀엽고도 소탈하다. 관객도 그 모습에 웃다가 극이 진행되면서 그 웃음이 점차 사라졌으면 했다. 사실 유령은 내가 늘 애착을 가졌던 이미지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영화나 사진, 그림 등에서 봐왔던 그런 모습이었다. 이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침대보를 뒤집어쓴 사진들을 많이 보내주더라. (웃음)

-C의 영혼은 아내와의 물리적 접촉이나 영혼의 교감을 전혀 나누지 못한다. 가끔 책을 떨어뜨리거나 전등을 끄는 등 파워를 과시할 때가 있지만 일반적 공포영화처럼 공포심을 유발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의 새로움은 여기서 출발하는데, 시나리오 전개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설정으로 보인다.

=믿기 힘들겠지만, 대부분의 촬영은 유령 위주로 돌아갔다. 유령에 대한 정의라는 게 딱히 없다. 본 적은 없지만 영의 세계를 믿고는 있다. C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은 다른 책이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바탕으로 했다. 침대보로 유령을 탄생시켜보자는 아이디어도 정말 재미있었다.

-자신의 상황에 갇힌 유령 C의 감정을 어떻게 포착하고 표현하려 했나. 뚫린 두개의 눈 구멍만으로도 유령의 감정 상태가 고스란히 전해지더라. 컴퓨터그래픽 등의 장치도 사용했나.

=유령의 감성은 우리가 보는 그의 상황에 엮여 있다. 어떤 특수효과나 기법을 따로 쓰진 않았다. 그의 눈은 움직이고 싶어도 항상 고정되어 있다. 그의 상황이 그렇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전개되는 많은 롱테이크, 사람과 유령의 조우를 표현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유려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도 여전히 남아 있는 카메라의 시선이 슬픈 정서를 대변해 준다. 특히 M이 파이를 먹는 4분여의 롱테이크가 주는 집요한 따라잡기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촬영 컨셉은 무엇이었나.

=작품에서 서서히 흐르는 시간을 찬란하게 보여줘야 했다. 극적인 부분, 인물의 감정, 비극적인 정서들을 시간 속에 응축시키고 싶었다. 파이를 먹는 장면에 그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지켜보는 시간인데, 그 시간이 몸을 지치게 하는 걸 담고자 했다.

-C는 영혼이 된 채 고담시티를 연상시키는 도심 마천루부터 오래전 서부시대까지, 시공간의 변화를 경험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주변을 그려내고 싶었다. 시내가 강이 되는 걸 말이다. 변화하는 공간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 발전하는 교외의 모습보다 좋은 건 없다. 이곳, 내가 살고 있는 댈러스가 그렇다. 오래된 집들이 높은 빌딩으로 변하고 있다.

-형식적인 부분에서의 시도들도 시선을 끈다. 고전영화를 연상시키는 1.33:1의 화면 채택, 그리고 주변을 흐리고 어둡게 처리하는 비네트(Vinette) 효과로 더욱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강화했다.

=1:33:1 비율은 내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다. 오래된 느낌이 든다. 비네트가 들어가면 더욱 그런데, 마치 옛날 가족사진을 보는 것 같다. 이 비율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오래된 감성을 자극할 것 같았다. 물론 아름다운 프레임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기술을 쓸 영화를 만들기를 오랫동안 바랐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촬영 당시 무더운 여름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케이시 애플렉이 침대보를 쓰고 연기를 하는 고통을 어떻게 감내했을지 궁금하다. 또 케이시 애플렉과 루니 마라는 한 공간에 있지만 함께 존재하지 않는 연기를 해야 했다. <에인트 뎀 바디스 세인츠>(2013)에 이어 당신과도 두 번째 작업이었다.

=케이시는 도전을 즐겼다. 하루는 그에게 문자를 보내서는 텍사스에서 유령놀이를 좀 해보지 않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더라. 대본을 미리 본 것도 아닌데 말이다. 특히 케이시와 루니는 정말 잘 맞았다. 그 둘과 같이 작업해봐서 잘 아는데, 내 일이라곤 그들을 카메라와 함께 방에 두고 근사한 장면이 나오길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그들의 관계가 대본에 딱히 설정되어 있진 않았지만 서로를 자동적으로 보완해가며 잘해내리라 믿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아 보이는, 그러한 감정들을 전달하는 것은 미스터리한 영화에 포착된 다양한 사운드의 역할이 크다.

=음향감독인 조니 마셜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는 내가 편집한 <업스트림 컬러>(2013)도 작업했는데 차기작도 함께 작업할 예정이다. 나는 보통 이렇게 저렇게 손을 흔들어가며 느낌을 묘사하는 편인데 그는 그런 묘사나 손짓을 사운드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평범한 바람 소리도 실력을 발휘하여 상황에 맞게 창조해내는 사람이고, 어떤 때에는 정말 모두의 예상을 깨는 독단적인 사운드로 특정한 감정을 강조해내기도 한다.

-대사가 거의 없는 대신 음악의 적절한 사용이 내용을 보충하고 때로 이끌어간다. 특히 작곡가인 C가 M에게 만들어준 <I Get Overwhelmed>는 C가 살아 있을 때와 이후 영혼이 되었을 때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곡이다.

=<I Get Overwhelmed>를 작곡한 대니얼 하트는 내 모든 작품의 음악을 담당해왔다. 하루는 <피터와 드래곤>의 주제가를 작업하다가 들려준 노래를 듣고 푹 빠져버렸다. 그걸 <고스트 스토리>에 삽입했고 그게 이번 작품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루니가 듣는 노래였는데 점점 캐릭터들의 본질과 관련이 깊어졌다.

-차기작으로 로버트 레드퍼드 주연의 범죄물 <올드 맨 앤드 더 건>을 진행 중이다.

=지금 촬영 막바지다. 일종의 범죄영화이지만 웃음을 자아내는, 그렇다고 코미디는 아니다. 옛날 느낌이 많이 난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작업하면서 많이 웃었다. 로버트 레드퍼드의 팬이라면 분명 좋아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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