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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④] <마약왕> 우민호 감독 - 장르에 가두지 않고 리얼한 느낌을

<마약왕>

감독 우민호 / 출연 송강호, 조정석, 배두나, 이성민, 김대명, 김소진 /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 배급 쇼박스 / 개봉 2018년 여름

● 시놉시스_ 1970년대 부산. 밀수가 횡행하던 시대, 온갖 밀수에 가담해 돈을 벌던 가장 이두삼(송강호). ‘수출이 곧 나라 경제 살리는 길’이라는 신념의 소유자다. 그러던 중 히로뽕을 제조해 일본으로 되파는 게 가능하다고 여긴 그는 마약도 수출경제에 이바지한다는 믿음 아래 본격적으로 마약 제조 유통 사업에 뛰어든다. ‘마약왕’이라 칭해도 될 정도로 큰손이 된 그는 거대 권력자들과 자신을 이어줄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와 내연 관계를 맺으며, 점점 더 부와 권력의 세계에 빠져든다. 하지만 무리한 행동으로 가족은 그의 곁을 떠나고, 그를 처벌하려는 검사 김인구(조정석)의 수사망은 점점 좁혀져 온다.

● 포인트 : 악행이 구현되는 이두삼의 집_ 이두삼의 집은 그냥 집이 아니다. 겉에서 보면 2층 가옥이지만, 그곳은 마약 제조와 함께 이를 통해 벌어들인 검은돈을 전시할 다양한 기능이 집약된 곳이다. 우민호 감독은 “조사차 실제 민락동 별장을 가봤더니 궁정동 안가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지하에는 마약 제조 공장과 금고가 있고, 2층에는 이두삼이 쾌락을 행할 공간이 있다. 마당의 장미꽃은 미관이 아닌, 마약 제조 과정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감추기 위한 술수였다고. 부산지역에 마약 제조가 성행했던 것도 해풍에 냄새가 날아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때문. 이두삼의 집은 이렇게 ‘기능적’으로 구현된다.

우민호 감독

강렬하다. 세다. 매력적이다. <내부자들>(2015)의 우민호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1970년대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던, 히로뽕 제조 유통업자 이두삼(송강호)의 이야기다. 일명 ‘마약왕’으로 통하던 이두삼이 마약 사업에 빠져들어 부와 권력을 누리다 파멸하는 과정을 좇는다. ‘마약왕’이라는 설정에서 떨쳐버릴 수 없는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의 수괴 파블로 에스코바르와는 차별화된다. 우민호 감독은 70년대 코리안드림 속, 일확천금을 꿈꾸다 사멸되는 한 인간, 배우 송강호가 새롭게 해석한 한국적인 악행의 실행자를 만들어나가려 한다.

-실제 활동했던 한국 마약 카르텔의 여러 실존 인물을 모델로 창조한 이두삼의 일대기다. 어떻게 착안했나.

=70년대 초반에 영화 속 이두삼 같은 사람이 몇명 있었다더라. 일본에서 히로뽕 제조를 하면 사형을 시키는 등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할 때라 가까운 부산으로 눈을 돌린 거다. 일종의 OEM 방식의 제조다. 그렇게 만든 걸 일본으로 역수출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마약왕을 잡는 과정이 찍힌 신문 사진을 봤다. 부산 민락동 별장에서 잡혀 나오는데 문 앞에 군인, 경찰들이 카빈총을 들고 대치하고 있었다. 그 이미지에서부터 출발했다.

-‘마약왕’이라는 수식어가 당시 존재했었나. 실제 사건과 인물들을 바탕으로 하다보니 자료 조사도 상당히 많이 했을 것 같다.

=신문 제목에 ‘마약왕’이 실제로 있었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이 자료 조사를 가장 많이 한 경우다. 생각보다 꽤 자료가 있더라. 부산에 가서 당시 조사 담당자나 관련자들을 만나고, 도서관에 보관된 옛날 신문들도 꽤 찾았다. 70년대 유신정권 시대에 존재했던 마약왕이라니… 처음 접근할 땐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자료를 조사하다보니 오히려 그 시대라 가능했겠다 싶더라. 최대 화두가 ‘잘살아보자’인 시절, 그 미명 아래 모든 악행을 눈감아줬던 시대다.

-앞서 말한 대로 돈이 된다면 ‘유엔 대사가 뒤로 고아까지 수출하던’, 그런 부패의 시대였다. 마약 제조, 유통이라는 악행에도 이두삼은 ‘가족을 먹여살린다’는 70년대식 자기 논리를 가진 인물이다.

=영화를 찍을 때는 몰랐는데, 편집하다 보니 마약왕이 마약왕 같지 않더라. 그가 누리는 게 거의 없었다. 마약왕이 되고도 권력에 굽신대고, 누군가에게 얻어터지고, 가족에게는 멸시를 당한다. 내가 71년생인데, 그때는 내 아버지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대다. 그들 역시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으니. 무조건 그 시대는 잘못됐다고 극단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겠더라.

-송강호라는 배우를 통해 나타날 이두삼의 모습이야말로 <마약왕>의 가장 큰 기대 지점이다.

=처음부터 누가 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을 하면 답은 하나였다. 무엇보다 감독이라면 누구나 꼭 한번 작업하고 싶은 배우기도 하고. 돌아보면 근 10년간 송강호 배우가 한 역할들이 대부분 시대를 각성한 인물이었다. 나는 좀더 송강호 배우의 초창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두삼은 각성하지 않고, 그를 통해 대중이 그 시대를 되돌아보길 기대한다. 송강호 배우와 같이 캐릭터를 구상하면서 드라마 <나르코스>를 비롯해 <대부> <스카페이스>처럼 너무 어둡게 몰고 가지 않았다. 그게 주안점이었다. 장르에 가두지 않고 리얼한 느낌, 어떻게 하면 더 한국적인 인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나갔다.

-사촌동생 이두환(김대명), 사촌 이두숙(이봉련) 등이 함께 마약 제조, 유통에 참여하는 가족 비즈니스다. 마약 제조 공정과 비즈니스 방식의 구현이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일 것 같다.

=‘뽕 비즈니스’가 원래 패밀리 비즈니스다. 믿을 사람이 없어서 가족이 참여한다고 하더라. 자료 조사를 하니 대부분 가족이 연류되어 있다. 너무 심각하지 않게, 오히려 화려하고 신나게 이들의 행위에 접근했다.

-영화는 이두삼의 일대기로 그의 흥망성쇠를 따라간다. 전체적인 촬영톤과 리듬감은 어떻게 진행되나.

=70년대의 화려함이 컨셉이었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세계, 화려함은 분명 존재했다. 색을 과감하게 썼다. 기존에 우리가 한국영화에서 구현하던 70년대 톤을 배제하고, 톤을 한톤 이상 올렸다. 촬영, 미술뿐 아니라 배경색에 맞춰 의상도 그렇게 화려하게 갔다. 오히려 70년대 할리우드영화가 연상되어서, ‘한국이 저랬어?’ 할 정도까지 밀어 붙인 면이 있다. 색감에 비해 스타일은 고전적이고 클래식한 점을 부각시키고 싶어서 카메라 한대로만 찍었다. 집중도가 확연히 달라지더라.

-한창 편집 중이다.

=거의 마무리 단계다. <내부자들> 편집본보다 좀 줄긴했는데 그래도 많이 편집하고 있다. 찍은 걸 들어내야 하니 요즘 마음이 썩 좋지 않다. (웃음) 다음 작품에서는 더 냉정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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