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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⑬] <염력> 연상호 감독, "매우 독특하지만 일반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18-01-08

<염력>

감독 연상호 / 출연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 / 제작 레드피터 / 배급 NEW / 개봉 1월

● 시놉시스_ 평범한 은행 경비원 석현(류승룡)은 집안사정으로 딸 루미(심은경)와 10년째 떨어져 지내고 있다. 루미는 혼자 씩씩하게 살아가며 닭집을 운영하는 청년 사장이다. 어느 날 민사장(김민재)과 그 일당에 의해 루미를 비롯한 상인들이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그즈음 석현에게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초능력이 생긴다. 무기력했던 석현은 이제 자신의 능력으로 딸을 돕고자 하고 그의 결심에 따라 능력도 점점 강해진다. 평범했던 한 남자를 둘러싼 세계가 점차 변화하고 이에 따라 남자도 성장하기 시작한다.

● 포인트 : <아키라>+<동경대부>=?_ 워낙 전무후무한 결합이라 어떤 설명을 보태도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장르보다 차라리 애니메이션을 예로 들어보자. <아키라>의 톤을 뼈대로 <동경대부> <노인Z> 같은 코미디를 결합한 실사영화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아니 사실 비유를 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이 영화는 당신의 기대를 어떤 식으로든 배신할 것이다. 분명한 건 새로우면서도 매우 익숙한 방식으로 재미있을 거라는 것. 온 가족이 함께, 아니 누구와 봐도 좋을 만큼 원초적인 즐거움에 충실하다. 짜장면도 라면도 아니지만 어쨌든 맛있는 짜장라면처럼!

연상호 감독

무엇이 가장 어려웠냐는 질문에 연상호 감독은 주저없이 마케팅이라 답했다. 그럴 만도 하다. 그는 늘 전에 없던 걸 만든다. 동시에 매우 익숙한 것들을 끌고 들어온다.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진 좀비물에 전에 없던 활력을 불어넣은 <부산행>(2016)처럼 <염력> 역시 낯설면서도 보편타당한 재미를 안기는, 절묘한 경계선에 있는 영화다. 심지어 초능력이라는 이색적인 소재와 코미디 장르를 결합했다. 예고편만 보고는 도저히 감이 안 잡히는 이 영화의 가장 뚜렷한 정체성이 있다면 믿고 보는 흥행감독 연상호다.

-두 번째 실사영화다. 전작 <부산행>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서 부담이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그래서 더 의식되는 것도 같다. 차기작으로 생각한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부산행>이 흥행도 했으니 기왕이면 차기작에선 시도하기 힘든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좀비물도 도전이었는데 이번 영화도 초능력이라는 이색적인 소재에 도전하고자 한다.

-제목이 <염력>이다. 독특하다.

=물체를 생각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남자의 이야기다. 초능력이 소재이긴 하지만 베이스는 코미디다. 코미디가 이런 소재와 결합해 이 정도 큰 규모로 만들어지는 건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래서 해보고 싶었다. 아이디어는 꽤 오래 품고 있었는데 <부산행> 고사 때 구체화되었다. NEW에 넌지시 제안했는데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와서 <부산행> 촬영 끝내자마자 시나리오를 썼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부산행>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설득이 쉽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 <부산행> 감독이 만든 게 맞나 싶을 만큼 다를 것이다. 나름 전략을 짠 도전이다. (웃음) 이런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상업적으로 성공시켜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연상호 감독과 코미디의 조합은 어딘가 새롭다.

=아기를 키우다 보니 아기가 좋아하는 영상을 유심히 본다. 요즘 아이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건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다. 그걸 좋아하는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누구에게나 통하는 슬랩스틱 코미디기 때문인 것 같았다. <염력>도 모두에게 통하는 슬랩스틱을 기반으로 연출했다. 물체를 움직이는 초능력 자체가 일종의 슬랩스틱인 셈이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그간 나름 성취해온 분야나 주제와는 전혀 다른 걸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어렵더라. (웃음) 웃음을 끄집어내는 것도 어렵고 그 긴장을 유지해나가는 게 정말 고난도다. 노력에 비해 평가가 박한 장르가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웃음은 매우 섬세한 감정이다. 지역이나 문화의 색이 짙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부산행>이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었던 건, 보편타당하고 원초적인 재미와 한국적 배경이 적절히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모두가 재밌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그 균형감은 가져가려 한다. 공장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데 길을 가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다. 익숙한 풍경에 낯선 소재가 결합했을 때의 긴장감이 즐겁다. 염력을 활용한 볼거리나 스펙터클한 화면도 많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무게를 잡거나 대규모 예산에 짓눌리는 영화가 아니었으면 한다. (초)능력을 가진 사람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 능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이 보였으면 좋겠다.

-더이상 좀비로 뭘 보여줄 수 있을까 싶을 때 <부산행>에서 전에 없던 좀비 액션들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도 비장의 액션들이 있나.

=보이지 않는 걸 표현하는 애크러배틱이 중심이 된다. 여러 재미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을 거다. 기본적으로 CG의 수준이 <부산행> 때보다 훨씬 높다. 이만큼 본격적으로 초능력을 묘사한 한국영화가 있을까 싶다. 그걸 위해 와이어 액션 등 아날로그적 요소도 충분히 활용했다. <그래비티>(2013)처럼 허공에 매달릴 수 있는 장치도 만들었다. 전에 없던 걸 보여주려고 실험을 하다 보니 다들 고생이 많다. 후반 20분에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기대해 달라.

-애니메이션을 할 땐 사실적으로 접근하고 반대로 실사를 할 땐 만화적으로 상상한다.

=남들이 하라는 대로 잘 안 하는 성격이다. (웃음)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하고 싶은 거고, 그게 그렇게 메이저한 감성은 아닌 것 같다. 어려운 걸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좋아서 계속 도전하는 것이고 기왕이면 다음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성공하고 싶다. (웃음) 요리로치자면 짜장라면을 만들고 싶다. 짜장라면을 처음 만든 사람의 심정을 자주 상상한다. 짜장면처럼 만들려고 시작했겠지만 하다 보니 무엇과도 같지 않은 이 세상에 없는 맛을 만든 거다. 그런데 그 맛이 아주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거지. 매우 독특하지만 일반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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