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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밥바룰라> 임현식 - 웃음의 달인
이화정 2018-01-16

‘웃음’의 계보를 따지자면, 특히 그 웃음이 삶에서 묻어나오는 페이소스에 무게를 둔다면 대한민국에서 배우 임현식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임현식은 병들고 늙어가는 친구들 곁에서 항상 어린 시절 가졌던 젊은 마음을 일깨워주는 유쾌한 친구 ‘현식’을 연기한다. ‘비밥바룰라~’를 읊으며, ‘여자들에게 인기 많다’고 뻐기지만, 첫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습.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배우 임현식을 만났다.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는데, 이런 영화가 자주 나오는 게 아니고 흔치 않은 기회라는 따님의 말에 설득당했다고.

=노인들이 활약하는 시니어영화가 만들어지는 일이 흔치 않다. 매번 작품을 선택할 때 딸들이 의견을 많이 주는데, 우리 딸들은 모처럼 만들어지는 영화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거 같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노인이 아니라고, 늙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웃음) 노인으로서 내 인생 준비가 덜 되어 있는데, 노인 역할을 맡으니 좀 거북했던 거지. 그런데 나도 충분히 노인이지 않은가. 점점 역할에 몰입이 되더라.

-현장에서 신구, 박인환, 윤덕용 등 또래 배우들과 같이 일한 것도 도움을 줬을 것 같다.

=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이 영화로 나도 영화배우로서 뭔가 인정도 받고 싶고 그래서 이런 소재의 영화들도 좀 많이 만들어질 수 있게 하자. 나아가서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더 역동적인 노인 역할도 보여주고 싶더라. 늙은이들이 액션도 하고, 불의에 맞서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도 만들어질 수 있는 거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극중 이름을 그대로 ‘현식’으로 썼다. 애드리브도 많아서, 극중 캐릭터에 원래 자신의 모습이 많이 반영되었을 것 같다.

=내가 내 이름을 쓰자고 하진 않았다. (웃음) 어릴 적부터 사랑했던 첫사랑과 나이 70이 넘어서 다시 사랑을 이루는 캐릭터인데, 치매 걸린 부인을 둔 순호(신구), 암 선고를 받은 영환(박인환) 등 친구들에게는 나만 즐거운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더라.

-오히려 그게 ‘배우 임현식’이 지금까지 보여준 서민들의 애환을 반영한 진짜 웃음 아닌가.

=늘 그런 역할을 해왔다. 이 영화도 어떻게 보면 상당히 코믹하지 않나. 영화 속 인물들이 암과 치매,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 등에 얽혀 있다. 이렇게 무거운 분위기가 깔려 있지만, 친구들끼리 만나서 놀 때는 또 아무 근심이 없어 보인다. 그런 데서 현실감이 온다고 생각한다. 내가 맡은 역할이 그렇게 즐겁게 해주는 역할이다. 그래도 눈물이 확 쏟아지는 지점은 한번쯤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그것을 못했다. 그건 속편으로 나중에 보여줘야 하나. (웃음)

-JTBC 예능 프로그램 <님과 함께>에서 인기도 많았다. 지난해엔 보아와 함께 영화 <가을우체국>에도 출연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박원숙과는 오래전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에서 순돌이 엄마와 아빠로 7년간 호흡을 맞췄으니, 같이 장난처럼 보이지 않게 해보자 한 거다. 영화는 웬만하면 해보고 싶은데 사실 작품이 별로 없다. 비록 70이 넘었지만 나는 홈드라마에서부터 액션영화까지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인물에 대해서는 소화력을 가지고 해야지. 내 타이틀을 가져와 뼈와 살을 붙여가며 캐릭터를 운영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한다. 옛날처럼 역할에 욕심을 내는 때는 지났지만 안정적으로 잘하고 싶다. 역시 임현식은 죽지 않았구나, 그런 걸 역할로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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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사 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