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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④] #MeToo Q&A - 미투 운동과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임수연 2018-03-12

특별한 사람에서 내 주변으로 확장될 때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말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는 데 ‘미투’가 과연 적합한 방식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서, 혹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명예훼손 등 법적 소송을 당하는 일이 걱정되어 망설일 수 있다. ‘미투’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꼽아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다.

SNS에 올리는 것이 나을까, 제보자의 신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언론사에 제보하는 것이 나을까.

: 어떤 경로가 더 낫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본인의 얼굴 혹은 실명 등 개인 정보를 드러내고 싶은 선과, 신상을 공개했을 때 본인이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여부를 종합해 제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온 세상에 알리는 것 외에 방법이 없을 시에는 가장 파급력이 센 쪽을 선택해야 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법적 소송을 걸기 전에 미투 운동으로 피해 사실을 먼저 알리고 싶다. 사건을 먼저 공론화하는 것이 판결에도 도움이 될까.

: 기존에 성폭력 사건을 지원했던 경험에 따르면 사법기관이 여론과 아예 동떨어진 판결을 내리지는 않는다. 지금 미투 운동으로 고발된 사건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지 않았다면 경찰이 즉시 내수에 착수하고 특별검사가 여럿 배치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판결이 어떻게 날 것인지는 판사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떠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시민의 관심이 있었던 사건은 보다 신경 써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유리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 가해자가 자백 형식으로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서는 그렇다. 하지만 가해자가 끝까지 자인하지 않는다면 판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 같지는 않다. 민형사 재판 모두 증거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국민 여론이 적극적인 수사를 가능케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

반드시 가해자 실명을 거론해야 할까.

: 미투 운동에 동참한다고 해서 반드시 고발자와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만큼 성폭력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역할과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실명을 거론하지 않으면 피해자를 의심하는 일부 시선이 있어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사건의 진실성을 의심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행위가 문제라는 점을 명심하자.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무고죄 혹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지만 피해자쪽이 승소한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 성폭력의 무고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허위 사실’을 의도적으로 조작·신고하여 특정인을 곤란에 빠뜨리게 하려는 목적성 있는 행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피해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무고죄로 고소한 경우 오히려 가해자가 죄질 불량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다. 수원지방법원 2014고합255 사건은 “피고인이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여 상해를 입게 하고, 위 피해사실을 신고한 피해자를 무고한 것으로 그 죄질이 불량한 점, 이 사건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당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서 가해자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한편 명예훼손 소송은 적시한 내용이 허위가 아닌 사실이라 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의 입을 막는 용도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때가 있다. ‘OO대 대학교수 연구실 성추행 사건’을 지역 여성단체 인터넷 홈페이지 및 소식지에 기재한, 대법원2003도2137 사건의 경우 무죄판결이 났다. “학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문제는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사안으로서 사회의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측면이 강하고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중략) 학내 성폭력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처벌 그리고 학내 성폭력의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달리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성폭력 역고소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 중에서 인용)

공소시효가 지난 일도 처벌이 가능할까

: 수사기관에 따르면 가해자의 상습성이 인정되면 처벌할 수 있다.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연출가 사건은 상습성이 인정된 경우다. 또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연장을 위한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싶다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등 각자의 의견을 계속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 공소시효 자체를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3월 8일 여성가족부는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협의회’에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연장한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법정형을 7년에서 10년으로 상향할 경우, 업무상 위계·위력 간음죄의 공소시효는 현행 7년에서 10년, 업무상 위계·위력 추행죄는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된다. (여성가족부)

: 법 개정에 앞서 국민들의 인식 조사가 이루어지고, 법 개정의 하나의 근거가 된다. 공소시효 연장 역시 국민들의 의식 변화와 지지가 중요한 힘이 된다.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

이제 막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바로 미투 운동을 통해 고발해도 될까.

: 증거 확보 없이 바로 피해 사실을 다른 이에게 밝힐 경우 오히려 가해자가 피해자의 연락을 피하며 무고죄로 소송을 걸 수 있다. 가해자에게 문자로 항의를 한 후 답을 받아두거나 음성을 녹취해두면, 추후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툴 때 필요한 증언이 될 수 있다. 개별 사례에 따라 대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먼저 전문적인 성폭력 상담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를 권해드린다.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

미투 운동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 일단 사실에 입각한 피해 내용이 구체적으로 진술되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 당시 본인이 느꼈던 힘들었던 감정을 가감없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의 통념 때문에 자신의 판단이 흐려지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을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 내가 먼저 계기를 제공한 게 아닐까를 우려하며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한다. (원민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

: 제보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범위 안에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고발자가 충분한 자기방어를 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사실을 밝히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의 고소가 들어올 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 관계 단체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후, 어떤 보호를 받고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을 한 후 결정을 해야 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가해자가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서, 내가 겪은 일이 상대적으로 미미해 보여서 주저된다.

: 그런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지금 미투 운동의 핵심은 일부 대단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다. 이게 얼마나 사회에 만연한 일인지, 얼마나 해결이 안 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알려야 한다. 가해자의 유명세나 범죄의 경중은 상관이 없다. 사실은 이런 목소리에 우리가 더욱더 귀기울여야 한다. 물론 유명인들의 기사도 많이 나와야 하지만 이번 미투운동이 특별한 사람에서 내 주변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