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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⑤] 언론의 #MeToo 보도,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주현 2018-03-12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이다

“‘안희정 스캔들’ 정치권 강타.” “더러운 욕망 주체 못해 실수.” “조재현·조민기 성추문에 왜 더 분노? 딸 가진 아빠라 소름.”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미투(#MeToo)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보도의 경우 사건의 선정성만 부각하거나 성폭력 범죄를 ‘스캔들’로 칭하면서 사건을 가십의 수준으로 만들어버리는 행태를 기사의 제목에서부터 목격하게 된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성추행 오해를 살까 직장 내에서 과도한 여성 경계 ‘펜스 룰’을 세운다는 내용의 기사가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려 있었다. 미투 운동을 남성과 여성의 갈등으로 부각하는 기사의 방향에 화가 났다. 지금의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의 오래된 성폭력과 성차별을 얘기하는 건데, 남녀칠세부동석과 다를 바 없는 얘기를 하는 건 결국 미투 운동에 찬물 끼얹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이 얘기한 것처럼, 현상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분석은커녕 본질을 흐리는 문제적 프레임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2014년에 발간한 <성폭력 사건 보도수첩>은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과 ‘성폭력 사건 보도 실천요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2006년 한국여성민우회는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공개했다. 언론의 2차 가해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들 보도 가이드라인은 하나같이 ▷피해자 보호 최우선, ▷선정적 보도 지양, ▷잘못된 통념의 재생산 경계 등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언론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라고 해서 피해자나 가족의 사생활이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될 수 있는 정보 혹은 성폭력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취향, 직업, 주변의 평가 등 사적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피해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은 정말 미투 운동을 보도할 준비가 되었을까’라는 제목의 방송 모니터링 글을 통해 “성폭력 상황을 상세하게 부각하고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피해자를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고, 성폭력 자체를 ‘하나의 성적 스토리’로 소비되도록 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따라서 성폭력에서 폭력 묘사는 최대한 ‘건조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피해자의 말과 글을 따옴표로 직접 인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개인은 자신의 피해 상황을 최대한 객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SNS에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지만 “언론인이 피해자들이 올린 SNS 글을 인용해 보도에 활용할 때에는 개인의 글 중 ‘언론이 묘사해도 될 수위와 표현을 정제하여’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가해를 변명하는 가해자의 주장을 부각해 보도하거나 가해자의 주장을 따옴표로 직접 인용해 제목에 받아쓰기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하는 보도란 “성폭력을 딸들과 딸 가진 부모가 조심해야 하는 범죄”로 다루거나 “성폭력 범죄가 피해자의 잘못된 처신으로 발생했다고 인식될 수 있는 보도” 등을 말한다.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여성폭력 인식개선 연중 캠페인 카피로 내건 문장이다. 성폭력이 어떤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지 들여다보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건 언론의 역할이다. 그러한 역할 수행에 앞서 언론인이라면 자문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사소한가. 성폭력에 관해서라면, 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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