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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특집③] 김성훈 기자, 유튜브 방송에 도전하다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8-03-19

기획부터 촬영, 편집, 업로드, 댓글반응까지. 어쩌면 나도 스타가… 안 되면 말고

<씨네21> 장영엽 취재팀장과 김성훈 기자(왼쪽부터)가 유튜브에 올릴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활영하고 있다.

“유튜브가 뭔지는 알아?”

이번호 <씨네21> 기획회의 시간에 장영엽 기자가 도발하자 다른 기자들이 깔깔 웃었고 내 속에서는 천불이 났다. 내가 ‘컴맹’이고 트렌드에 뒤처진 ‘아재’라는 사실을 두고 농을 던진 줄은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유튜브가 생긴 지 언제인데 아직도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내일모레가 40대이지만 나는 평소 유튜브에 가서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박주민&송채경화의 법발의바리>를 즐겨 듣는다. 그럼에도 “(유튜브가 뭔지는 잘 모를 것 같은) 선배의 역할도 나름 중요하다”는 임수연 기자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갔다.

일주일 안에 유튜버가 되어라. 그게 내게 주어진 임무다. 만들 콘텐츠를 정하고, 촬영과 편집을 직접해 완성된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린 뒤 올라온 반응을 확인하면 된다. 인기 유튜버들은 유튜브의 모든 것을 유튜브에서 배운다던데, 서점에 달려가 <유튜브로 돈 벌기>나 <허팝과 함께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되기> 같은 책부터 찾아 읽고 있으니 아재 인증! 유튜브를 책으로 배우겠다는 시도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채널 만들기부터 섬네일(콘텐츠 내용이 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해 화면에 띄운 것.-편집자) 만들기까지 여러 팁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무식하게 온몸으로 부딪혀보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구독자 수 목표는 1만명? 아니, 10만명?! 꿈과 목표는 크면 클수록 좋다고 하지 않았나.

1 기획. 무리수 기획의 시발점

주말 내내 (유튜브 아이디어를 낸 임수연 기자를 떠올리며) 이불을 찼다. 거장감독들이 블루레이 명가 크라이테리온 창고를 뒤지는 컨셉에서 영감받아 최근 지른 블루레이 타이틀을 소개하자니 허약한 내 리스트가 밑천을 금방 드러낼 것 같아 두려웠다. <한겨레21> 기자들이 매주 자신의 보도 뒷이야기를 전하는 <한겨레21 훅>처럼 영화계 블랙리스트나 미투(#MeToo) 취재 뒷이야기를 전하자니 초보인 내가 짧은 분량으로 소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생후 12월짜리 딸 도담이와 함께 ‘육아일기나 찍어볼까’ 생각하다가 영화 잡지에 적합한 내용이 아니었고, 도담이로부터 초상권 허락을 받지 못했다. 대체 뭘 만들어야 할까. 올해 <씨네21> 기자들이 ‘문화산업4.0: 일자리 페스티벌’에 직접 참가하여 취업준비생들을 만나기로 한 터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씨네21> 기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하면 되는지 <씨네21> 기자가 직접 알려주면 유익하지 않을까. 마침 <씨네21>이 취재기자를 모집하고 있으니 볼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래서 페스티벌에 참석하고 온 김현수, 임수연 기자에게 <씨네21> 취재기자로 응시하려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을 각각 10개씩 받았고, 이중에서 방송에서 다룰 질문을 선정했다.

2 준비. 첫 단추 끼우기도 쉽지 않다

Q. 라이브 방송과 녹화 방송 중에서 뭐가 좋을까요?

A. 성훈씨 채널 구독자가 한명도 없는데 라이브로 하면 누가 볼까요?

Q. 사진팀의 DSLR 카메라로 찍을까요?

A.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간단하게 편집하는 게 훨씬 수월할 거예요.

<씨네21>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온 정진영 개발지원팀장은 한숨을 계속 내쉬었다. 보아하니 유튜브의 유자도 모르는 것 같은데 일을 어렵게 만드는 기자의 질문이 답답했을 것이다. 인기 유튜버들은 캐논80D나 마크2 같은 DSLR 카메라로 촬영한다지만 전문가의 조언대로 내 스마트폰인 아이폰X 카메라로 촬영하기로 했다. 삼각대와 마이크는 개발지원팀의 장비를 빌리기로 했다. 촬영의 마지막 퍼즐은 지원자들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이다. 취재팀장 장영엽 기자가 시간을 내주기로 하면서 섭외 성공.

3 촬영. 가내수공업 영상업자는 10만뷰의 꿈을 꾼다

모든 공정이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촬영감독이 따로 없다. 장 기자와 내가 화면에 어떻게 나오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셀카 모드로 전환했다. 사용 카메라가 DSLR이라면 노출, 초점, 색온도 등 여러 설정을 맞춰야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는 최적의 화면으로 자동 설정되는 까닭에 화면 구도 말고는 특별히 신경 쓸 게 없다. 또 엔지가 나더라도 편집에서 잘라내면 되니 굳이 플레이 모드를 끊지 않고 녹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편리함도 있다. 다만 출연자가 자신의 얼굴을 마주보고 말을 하는 게 다소 민망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출연자인 기자가 말을 하는 동시에 연출을 신경 써야 하는데, 말을 하다보면 제대로 찍고 있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이처럼 1인 촬영은 장단점이 분명한 방식이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촬영은 큰 문제 없이 끝낼 수 있었다. 급하게 진행하는 바람에 대본 없이 진행돼 기자가 하는 말이 종종 산으로 갔는데도 장 기자가 노련하게 정리해준 덕분이다. 두서없이 떠든 말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4 편집. 가장 어려운 최종관문

산 넘어 산이다. 인기 유튜버들은 편집 프로그램인 ‘파이널 컷 프로’를 통해 편집한다지만 초보 유튜버인 내게 그 프로그램은 ‘넘(을 수 없는)사(차원의) 벽’이다. 사용하는 노트북에 설치되어 있는 편집 애플리케이션 ‘아이무비’(iMovie)를 이용하기로 했다. 편집은 촬영보다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인터뷰 녹취 풀기가 그렇듯이 자신이 한 말을 듣고 또 듣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다. 장 기자가 던져준 말에 좀더 재치 있게 반응하지 못한 게 아쉬웠고, 말을 길게 하는 화면 속 나를 혼내고 싶었으며, 장 기자와 기자의 투숏 화면만 있는 까닭에 화면이 지루해 차라리 스마트폰을 한대 더 설치해 ‘숏-리버스숏’ 구도로 이어붙이면 어땠을까 싶다. 하나부터 열까지 단점만 눈에 들어오면서 최초 목표로 한 구독자 수 10만명은커녕 10명이나 볼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촬영 소스를 돌려보고, 쓸데없는 숏을 자르는 데만 시간이 오래 걸려 ‘예능 프로그램처럼 자막을 재치 있게 넣겠다’는 애초의 목표는 사라졌다. 숏을 제대로 이어붙이는 데 집중했다. 그러고 보니 떠올랐다. 영화 전공 시절 편집을 하기 싫어서 기자가 되었잖아?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왜 이걸 다시….

5 업로드와 반응 확인. 두근두근 개봉박두

새로 개설한 유튜브 채널 ‘펩시 팩트 체크’에 편집한 영상을 올리는 일만 남았다. 자막(이라 해봐야 타이틀뿐이지만)을 포함한 영상 길이는 총 24분. 유튜브를 즐겨보는 지인이 “24분짜리 영상은 안 봐. 길어야 15분 내외로 다시 편집해봐”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마감날인 수요일 밤, 아이무비 창을 다시 붙잡고 내 장황한 말들을 과감하게 쳐냈다. 영상은 딱 15분 길이로 몸집이 가벼워졌다. ‘<씨네21> 취재기자 채용 Q&A’ 라는 제목을 달고 업로드를 다시 시도하니 성공했다. 영원히 봉인하고 싶은 이 영상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내 페이스북에 공유했고, 그걸 본 한국영상자료원 트위터 계정이 트위터에 날라주었다. 덕분에 마감이 임박한 목요일 오전 현재, 조회수 195회를 기록하고 있고, 댓글은 하나 달렸다. “취업박람회에서 시간이 촉박해 못 물어본 질문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질문 취합해서 올려주셔서 정말 좋습니다!”(ㅅㅇ) ‘ㅅㅇ’님의 소중한 댓글 하나 덕분에 초보 유튜버 탄생!

6 섬네일. 에필로그

“유튜브에서는 섬네일이 조회 수와 구독자 수를 좌우한대요.” 후배의 말을 뒤늦게 듣고 섬네일을 영상에 넣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됐다. 앞에서 짧게 언급한 대로 섬네일은 제목이나 홍보 카피 같은 역할을 한다. 다음 기회에 꼭 챙기리라. 다음 영상도 만들 생각이 있냐고? 조회 수와 구독자 수부터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