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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특집①] 유튜브는 어떻게 뉴미디어 중 최고가 되었나
임수연 2018-03-19

재미있다. 돈이 된다. 사람이 모인다

사진 1. 연도별 구독자 10만/100만/1000만 돌파 국내 채널 수

사진 2. ‘유튜브’와 ‘아프리카TV’의 세대별 이용시간 추이

“전 <무한도전>은 너무 길어서 못 보겠던데요.” 최근 중학생들 말을 듣다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세대차를 극복하고 그들과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요즘 모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 멋지지 않으냐, 지난주 <무한도전>은 혹시 보았느냐 하고 이야기를 꺼내자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TV프로그램이 너무 길다고 말하는 이들은 대신 5~20분의 짧은 유튜브 토막 영상을 즐겨 보고, “갓보겸”, “양띵님”이라 부르는 유튜브 스타에게 열광했다. “집에서 TV를 켜두기는 하지만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동안 배경음악처럼 틀어놓는 것”이라거나 “반에 방탄소년단 팬이 10명, 유튜버 팬이 10명”이라고 평소 분위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일부의 단편적인 사례가 아니다. 닐슨코리아의 ‘세대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 현황 분석’에 의하면, Z세대(13~24살)의 가장 두드러지는 스마트폰 이용 특성은 ‘유튜브’의 이용 커버리지가 86%로 타 세대 대비 10% 이상 높다는 것이다. TV시청 프라임타임인 오후 8시부터 밤 11시 사이에도 모바일 동영상 이용시간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가까운 미래에 경제력을 갖게 될 세대의 강력한 지지와 함께 유튜브는 결국 시장 전체를 흔들어놓았다. 앱 조사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유튜브다. 2016년 3월 카카오톡, 네이버에 이어 3위를 차지했지만 급격히 시장이 확장한 결과 올해 2월 257억 시간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사진 3. 국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의 애플리케이션 이용시간

사진 4. 세대별 각 미디어 디바이스 이용시간 비중

검색 가능해 과거 콘텐츠에서도 수익 발생

올드미디어를 위협하는 뉴미디어의 성장세가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주목할 것은, 왜 많은 플랫폼 중 ‘유튜브’가 1위로 올라섰는가 하는 점이다. 누구나 창작자가, 더 나아가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과거의 UCC, 아프리카TV와 네이버의 블로그 같은 플랫폼에서도 가능했다. 한국에 본사가 있지도 않은 유튜브가 국내에서 1인자가 된 가장 큰 요인은 수익 배분 구조에 있다. 초기 한국의 UCC 플랫폼을 통해 스타가 됐던 사람들은 아무리 유명해져도 추가적인 수익 창출 방안은 스스로 찾아야 했다. 유튜브는 구글 애드센스에 가입하기만 하면 조회수에 따른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100달러 이상부터 현금화가 가능하다. 1인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MCN 사업자 트레져헌터의 이수현 이사는 “구글에서 초기부터 적극적인 광고 세일즈를 했다. 광고 배분에 있어 다른 플랫폼보다 빨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한다. 1인 창작자들이 돈을 버는 경우가 생기자 더 많은 창작자들이 유튜브로 몰려들었고, 먼저 자리잡은 창작자들이 수십, 수백만명의 지지자를 거느리고 나면 다른 플랫폼이 이들의 수익화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더라도 좀처럼 거처를 옮기려고 하지 않는다. 기존 팬덤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TV, 카카오TV 등 후발주자가 아직 고전하는 이유다.

이른바 ‘별풍선’을 통한 수익화 모델이 일찌감치 자리잡은 아프리카 TV에 비해서는 검색에 강점이 있다. 이들 플랫폼은 검색을 통해 지나간 방송의 콘텐츠 내용을 알아볼 수 없기 때문에 오래된 콘텐츠에 대해서는 거의 조회 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이수현 이사는 “누적형 아카이빙 시스템이기 때문에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오래된 콘텐츠부터 새로운 콘텐츠까지 조회 수가 비례해서 늘어난다. 아프리카TV나 트위치TV는 실시간으로 수익이 발생하지만, 유튜브는 누적형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튜브의 콘텐츠 검증 기술(Content ID, CID)은 내 콘텐츠로 엉뚱한 타인이 대신 이득을 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게 돕는다. 저작권자의 원본 저작물이 시스템상에서 동일한, 혹은 일부를 포함하고 있는 형태로 확산되면 해당 콘텐츠를 차단하거나 광고를 붙여 창작자에게 수익이 돌아오게 할 수 있다. 유튜브에 따르면 “CID 개발과 운영에 투자한 비용은 6천만달러 이상이며, ‘CID를 통한 수익화’를 선택한 저작권자가 창출한 수익은 10억달러 이상”이다. 크리에이터들이 저작권이 보장되지 않는 페이스북보다 유튜브를 선호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수익을 보장하는 만큼 유튜브의 시스템은 창작자를 부지런하게 만든다. 유튜브는 실질적인 시청 시간을 전부 집계해 창작자에게 보여준다. TV드라마는 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으며 보거나 그냥 장시간 틀어놓기만 할 수도 있지만 유튜브의 경우 재미가 없으면 즉시 스크롤을 내리거나 ‘뒤로’ 가버린다. 때문에 창작자들은 시청자의 반응을 분석하며 다음 작업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 영상들 특유의 빠른 호흡, 많은 자막, 핵심만 요약하는 편집은 이러한 피드백 과정에서 모바일 유저 특성에 맞게 완성된 것이다. <씨네21>과 영화 유튜버와의 대담에 참석한 유튜버 김스카이는 “오프닝이 길어지니 사람들이 영상을 다 안 보고 나가더라. 그 결과 점점 오프닝이 짧아졌다. 오프닝을 길게 만드는 사람은 초짜”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이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업로드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BTS는 직접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거대 회사 소속은 아니지만, 데뷔 초부터 ‘마르지 않는 떡밥’, 즉 활동하지 않을 때도 꾸준히 인터넷 방송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멤버들의 실제 모습을 담은 ‘방탄 밤’, 다이어리 형식으로 찍은 멤버 개인별 영상인 ‘방탄 로그’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유튜브에서 제공했다. 이것을 팬들이 자유롭게 2, 3차 재가공하며 이른바 ‘리액션 영상’이나 안무 커버 영상을 만드는 등 하나의 문화처럼 즐긴 것이 BTS에 대한 관심도에 좋은 영향을 줬다”고 말한다. 유튜브에서는 꾸준히 업로드를 하고 시청자들이 머무는 시간이 긴 콘텐츠가 상단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BTS와 팬덤의 부지런함은 그들의 존재를 전세계 구석구석까지 퍼뜨렸다.

사진① My Self Reliance.

‘신뢰’의 딜레마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도 누군가의 마케팅에 속고 있다는 느낌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포털 사이트는 대체로 ‘연예’ 섹션 상단에 방금 방송된 TV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클립 및 기사를 노출시킨다. 반면 유튜브는 사용자의 반응에 따른 메타 데이터를 분석한 후 적정 콘텐츠를 상단에 노출시킨다. 관심 없는 연예인이나 드라마를 홍보하는 기사보다는 유튜브의 추천 기능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난다.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는 ‘가짜뉴스’를 진짜로 믿거나, 그럴싸한 허위 마케팅에 속는 피해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부작용도 사실 이러한 플랫폼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위기라고 생각한다”(네이버의 사업전략 발표회 ‘네이버 커넥트 2018’에서)고 발언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포털 사이트의 ‘카페’를 둥지 삼은 커뮤니티 문화는 하락세를 탄 지 오래고, 기존의 포털 사이트가 독점하던 다른 영역도 유튜브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익숙한 세대는 유튜브 영상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포털 사이트가 아닌 유튜브에 가서 검색하고, 유튜브에서 맛집을 추천받는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 기능까지 대체 가능할 만큼 창작자와 소비자들이 유튜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교한 시청자 분석에 따른 표적형 광고가 가능하고,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이 플랫폼에는 더 많은 자본이 흘러들어오게 됐다. 소수의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위한 콘텐츠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다. 다양한 취미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성별 및 인종과 성정체성에 구애받지 않는 콘텐츠는 지금 TV가 아닌 유튜브에서 만들어진다. 그간 대중문화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 ‘할머니’를 내세워 유튜브 스타로 만든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사진②)는 좋은 예다. 그 결과 유튜브는 어느 곳보다 독창성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이 됐다. 방송계에서 가장 트렌드를 잘 잡는다고 평가받는 나영석 PD의 새 예능 프로그램 <숲속의 작은 집>은 오프 그리드 하우스를 소재로 한다. 산속에서 전기 없이 모든 에너지를 자연으로부터 얻고 식사도 해결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나영석 PD답게 아주 참신한 소재이지만, 유튜브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기획에서 강한 기시감을 받을 것이다. 30만명 이상의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My Self Reliance’(사진①)에서 이미 인기를 얻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사진② 박막례 할머니.

사진③ ASMR PPOMO 뽀모.

영화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유튜브와 대척점에 있는 영화의 미래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라는 예술은 굳이 극장까지 가서, 돈을 지불하고, 2시간가량 한 영상에만 집중해야 한다. 영유아 시기부터 ‘헤이지니’(‘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1대 캐리 출신 강혜진 크리에이터가 CJ E&M의 다이아TV에서 진행하고 있는 채널)에서 장난감 영상을 보고, 초등학교 입학 후 ‘양띵’의 <마인크래프트> 게임 방송을 보는 미래 세대는 손바닥에 들어오는 작은 스마트폰의 크기와 짧은 호흡에 익숙해져 있다. 문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업계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디지털 스튜디오 딩고(Dingo) 채널을 운영하는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의 최재윤 이사는 “영화는 확연히 다른 복합문화”라는 입장이다. “유튜브가 대체한 것은 영화보다는 뷰티·게임 미디어 등이다. 영화는 장편 비디오 이상의 판타지다. 영화를 보겠다고 일단 결심한 소비자는 긴 이야기를 듣겠다고 준비된 사람들이니, 미래의 영화 형태에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수현 이사는 조금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요즘 친구들은 짧게 핵심만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60분이 넘어가는 드라마를 점점 보지 않게 됐다. 그들은 긴 영화를, 호흡이 느린 작품을 지루해할 수도 있다. 그러니 유튜브에 맞는 스타일, 즉 10분, 15분 형태로 마치 웹드라마처럼 잘린 영화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가 영화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은 섣부르다. 유튜브에는 거친 대화가 오가고 빠른 호흡을 자랑하는 게임 방송도 있지만, 최근 몇년 새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일상적인 소리로 심신의 안정을 유도하는 콘텐츠, 사진③)은 중요한 유튜브 시장이 됐다. 세계 전체로 시선을 돌리면 소수로 치부되던 시장이 다수가 될 수 있고, 이를 포착한 유능한 창작자는 시장을 키우며 또 다른 소비를 자극한다. 이수현 이사는 “유튜브가 충족시켜줄 수 없는 지점이 있고, 짧게 핵심만 요약해서 보여주는 리뷰형 콘텐츠를 보고 오히려 ‘풀 버전’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상생이 가능하다”라는 생각을 덧붙였다. 상업성이 없다고 재단된 취향을 공유하며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까지 미치는 집단이 형성된다면, 오히려 영화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유튜브를 딴 세상처럼 바라보던 영화계 종사자와 영화 팬들도, 지금 이 시장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유튜브 채널 추천

유튜브 초심자라면

뷰티 ▶ RISABAE(이사배)_ 단계별로 차근차근, 어려운 메이크업도 쉽게 가르치는 메이크업계의 ‘백종원 셰프’. 왕초보를 위한 기초 강의를 먼저 마스터한 후 연예인 커버 메이크업을 찾아볼 것. 화장법에 따라 선미를 닮았던 이사배의 얼굴이 설현처럼, 태연처럼 변신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한 오락거리다.

게임 ▶ 양띵 유튜브_ 명절 때만 만나는 조카와의 서먹한 분위기를 단번에 무너뜨리게 해줄 마법의 이름, 양띵. 주로 <마인크래프트>를 소재로 스토리가 있는 일종의 예능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이 크리에이터 자체에 호기심이 생겼다면 ‘양띵의 사생활’이라는 또 다른 채널을 구독할 것. 먹방, 여행기 등 평소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음악 ▶ JFlaMusic(제이플라)_ 이 채널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도, 특유의 목소리는 익숙할지 모른다. 무려 구독자 수 678만명(3월 15일 기준)을 자랑하는 그의 노래를 카페 등에서 트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유명한 팝송을 커버한 콘텐츠가 대부분인데, 이중 에드 시런의 <Shape of Love>를 부르는 영상이 최근 조회 수 1억4천만건을 돌파했다.

이사배·양띵·제이플라는 아는 정도라면

브이로그 ▶ KINDA COOL(카인다쿨)_ 아영 브이로그는 비디오(video)+블로그(blog)의 합성어다. 아침이나 잠들기 전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는 이른바 ‘루틴’ 콘텐츠나 쇼핑 등 일상적이면서 제법 유용한 소재가 많다. 카인다쿨 아영은 특히 깔끔한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유튜버다. 편집 기술이나 BGM 선택 면에서도 크리에이터의 취향이 녹아 있다.

요리 ▶ happycooking120180(해피쿠킹)_ 유명 셰프들의 ‘쿡방’은 요리 초심자들에게 맞지 않을 때가 있다. 해피쿠킹의 쿠미가 스스로 터득한 오리지널 레시피는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고 퀄리티도 높다. 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과학적인 요리법부터, 5천원 이하로 만들 수 있는 메뉴까지 목적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책 ▶ Winter Bookstore(겨울서점)_ 최근 유튜브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북튜버’의 대표주자. 어떤 책을 리뷰하거나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자체 제작 굿즈를 소개하고, 전자책 단말기 체험기를 올리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