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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 한국영화의 흐름
2002-04-19

세상의 이면을 응시하는 짧은 필름들

한국영화의 흐름

오늘, 여기, 우리는...

‘한국영화의 흐름’에서는 한국영화의 오늘을 확인할 수 있는 기성감독과 신인감독의 영화를 모았다.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로 주목받았던 남기웅 감독의 신작 <우렁각시>가 전주에서 첫선을 보인다. 불법 총기제조장인 ‘뒷거래철공소’ 직원 건태가 어느 날 우렁이를 사람으로 변하게 하는 독을 얻고 우렁각시를 만난다. <대학로…>에서 액션과 누아르의 형식을 마구 뒤섞었던 남기웅 감독은 이번엔 괴수영화 등 B급영화 스타일을 엮어 ‘디지털 동화’를 만들었다.

‘일흔이 넘은 노인의 사랑’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죽어도 좋아>(박진표 감독)는 실제 주인공이 출연해 노년의 사랑과 섹스를 낱낱이 재연한다. 카메라는 담담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그들을 지켜본다. <아미그달라>(이충직, 이현승, 김의석, 한상준, 김명화 감독)는 ‘기억’을 주제로 만든 5편의 디지털 연작. ‘아미그달라’라는 칵테일을 마시고 잃었던 기억을 되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빛깔로 펼쳐진다. 그 밖에 이미 개봉한 <마리 이야기> <공공의 적> <정글쥬스>도 다시 전주를 찾아온다.

디지털의 독립선언: 낡은 것으로부터의 탈주

<굿로맨스>(이송희일 감독)는 33살의 유부녀 미현과 18살 소년 원규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린다. 전작 <슈가 힐>에서 한 남자를 사랑하는 남매의 삼각관계를 그렸던 이송희일은 <굿로맨스>에서 15살 차이가 나는 남녀의 애정관계를 따라간다. <탐폰설명서>(성새론 감독)는 ‘탐폰콤마’라는 제품에 대한 영상 사용설명서 형식. 3개의 장으로 나누어 도입부에 뮤지컬을 삽입하고, 강사가 탐폰의 용도를 설명하는 형식이 발랄하다.

<연애에 관하여>(김지현 감독)는 연수, 현경, 정민이라는 세 처녀의 연애담을 통해 ‘연애감정’과 관계의 아이러니를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삶은 달걀>(황철민 감독)은 카지노 딜러인 여자아이,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은 남자, 생의 의지를 잃고 있던 아버지의 삼각구도를 통해 고통스러운 삶을 헤쳐가는 생의 의지를 역설한다. <자살비디오>(최양현 감독)는 한동안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인터넷 자살사이트와 동반자살을 소재로 한 작품.

코미디 전성시대: 대안의 방식으로

<새천년 건강체조>(권경원 감독)는 학생들에게도, 동료 교사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체육선생의 환상을 그린다. <짜라파파>(이세련 감독)는 이웃들 앞에서 거짓 행복을 연출하는 중년부부를 통해 기성세대의 위선을 비웃는다. <돼지 멱따기>(정강우 감독)는 순환의 역사관을 무언극의 형태로 드러낸다. 어른들이 돼지 잡는 것을 본 아이들이 이것을 흉내내는 놀이를 하다가 한 가족이 죽는다. 마을에서는 육식을 금하지만 육식에의 욕망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육식을 하게 되고, 아이들은 다시 그것을 흉내낸다. <호모 파베르>(윤은경, 김은희 감독)는 액션, 코미디, 공포 등 홍콩영화의 여러 장르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온 코미디. 7시만 되면 집에 와 식사를 하고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아버지와 그 틈바구니에서 숨막혀 하는 어머니와 충식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묘사했다. <목요일 3교시>(임나무 감독)는 한여름 가사시간의 해프닝을 빌어 교육현실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작품.

새로운 세대의 출현: 70년대 산의 기억 - 노스탤지어와 시네키드

‘노스탤지어와 시네키드’는 80년대를 추억하는 권종관, 민동현 감독의 작품을 상영한다. (권종관 감독)과 <지우개 따먹기>(민동현 감독)는 초등학교 소년의 일기장 한 토막 같은 소박한 일화를 통해 권력과 독재를 풍자하고, 80년대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이발소 異씨>(권종관 감독)는 나긋한 말씨와 얌전한 자태를 가진 이발소 이씨의 일상을 통해 성적 정체성이라는 문제를 슬그머니 제기하는 작품. <외계의 제19호 계획>(민동현 감독)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다가 고등학생들에게 쫓기게 된 초등학생 3명의 모험을 그린다. <E.T.> <달세계여행> 등 SF와 공포영화들을 패러디한 장면의 재치가 돋보인다.

‘역사와 가족에 말걸기’는 <바르도>(윤영호 감독) 등 역사와 가족을 주제로 한 단편 5편을 모았다. <바르도>와 <스토리블라인드>(변승현 감독)는 ‘역사’에게 말걸기. <바르도>는 군대에서 의문사한 허원근이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과거를 둘러보는 이야기를 통해 지나간 역사를 증언한다. <스토리블라인드>는 사진을 찍지 않고 침묵하는 사진작가의 일상을 따라가면서 역사 속에서 개인의 무기력함을 드러낸다. <안다고 말하지 마라> <사춘기> <숨바꼭질>은 가족의 소외와 붕괴를 그린 영화. <안다고 말하지 마라>(송혜진 감독)는 무슨 말만 하면 “안다”고 답하는 보수적인 고3 사촌동생 장철과 진보적인 사촌누이 장주의 충돌과 화해의 여정을 따라간다. <사춘기>(제창규 감독)는 사춘기 소녀의 미묘하게 불안정한 심리를 흑백 톤으로 담아낸 영화. <숨바꼭질>(권일순 감독)은 낮잠 자는 동안 사라진 엄마의 행방을 통해 가족의 붕괴를 그로테스크하게 그렸다. 위정훈 oscarl@hani.co.kr▶ 2002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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