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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영화 부문
2002-04-19

욕망의 낮과 불멸의 밤

끽연구역 Smokers only

감독 베로니카 첸. 아르헨티나 2001년

이 영화로 데뷔한 여감독 베로니카 첸이 보여주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밤 풍경의 네온 지도는 영화 속 여주인공의 말처럼 “촉수를 어지럽게 내뻗은 거대한 문어” 같다. 그 문어발 사이에 갇힌 이 젊은이들의 절망은 또 다른 색깔로 다가온다. 여주인공은 카페에서 연주하는 무명 록밴드의 보컬리스트이지만 밴드의 다른 멤버들은 그를 교체하려 한다. 거리에서 우연히 남창을 만났다가 그와 사귀고, 그의 세계에 다가서기 위해 스스로 몸을 팔기도 한다. 그러나 남자는 현실에 안주한 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남창의 시선을 빌려 욕망의 소비에 허기진 도시의 밤 거리 풍경을 현란하면서도 공허하게 잡아낸다. 미래는 물론, 향수할 과거조차 없어 보이는 남미 청춘의 우울한 초상화이다.

개 같은 나날 Dog Days

감독 울리히 사이들. 오스트리아 2001년

울리히 사이들은 다큐멘터리 <상실시대>(92년), <애니멀 러브>(95년)와 세미다큐멘터리 <모델>(98년)을 통해 현대인들의 파편화된 욕망과 삶을 에누리없이 일러바치는 것으로 자신의 영화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본격적인 첫 극영화 <개 같은 나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비엔나 외곽의 한 시골마을을 무대삼아 스트레스에 가득 찬 세일즈맨, 자신을 학대하는 남자를 떨치지 못하는 노년의 여성, 반쯤 미친 히치하이커, 사실상 부부관계가 실종된 중년 부부 등 여러 인물들이 펼치는, <숏컷>처럼 일그러진 삶의 이어달리기이다. <숏컷>보다 적나라하게 난교파티, 사도마조히스트적 성행위가 거침없이 등장하지만 그런 만큼 인물들에게 보내는 연민도 <숏컷>보다 깊다. 전주영화제는 ‘전주-불면의 밤’에 <상실시대>부터 이 영화까지 울리히 사이들의 영화 네편을 묶어 상영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Spirited Away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일본 2001년

실사영화까지 포함해 일본영화 사상최대의 흥행을 기록했고,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받았다. 올 여름 국내개봉에 앞서 전주영화제를 찾았다. 10살짜리 소녀 치히로는 터널 속에서 길을 잃고 부모와 함께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음식을 먹고 부모가 돼지로 변해 어디론가 끌려간다. 치히로는 부모를 구하기 위해, 여러 신과 정령과 괴물이 사는 이 세계에 남아 갖가지 모험을 겪는다. 이번 영화제 최고의 인기작이 될 듯.

란위 Lan Yu

감독 스탠리 콴. 홍콩 2001년

88년 베이징에서 대학생 란위가 젊은 사업가 한동에게 몸을 판다. 얼떨결에 이뤄진 우발적인 ‘매춘’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란위는 자신의 게이 성향을 발견함과 동시에 한동에게 애정을 느낀다. 4달 뒤 우연히 다시 만난 둘은 사랑에 빠지고, 톈안문 사태를 계기로 더 뜨거워진다. 그러나 ‘남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동이 여자와 결혼을 한다. 그뒤에도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둘의 동성애는, 함께 가족을 이루지 못하는 다른 여러 형태의 제도권 밖의 사랑처럼 애처롭다. <완령옥> <붉은 장미 하얀 장미>의 스탠리 콴 감독은 사랑이 일깨우는 개체의 상실감을 이 둘의 관계에 심어놓는 데 성공한다.

자유 Freedom

감독 리산드로 알론소. 아르헨티나 2001년

숲에서 야영하면서 나무를 베어 팔며 사는 젊은이의 하루 일과를 시간순으로 내리 비춘다. 별다른 이야기도 없이, 가끔씩 엉뚱한 웃음을 자아내는 독특한 영화.

볼리비아 Bolivia 감독 애드리안 (이스라엘) 케타노. 아르헨티나 2001년

볼리비아 출신의 불법체류자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겪는 고난의 연대기. 바닥 인생들끼리의 유대에서 희망을 모색한다.

삼인조 택시강도 A Cab for Three 감독 올란도 루버트. 칠레 2001년

두명의 강도와 강제로 이들의 공범이 된 택시운전사 사이의 갈등과 배신을 다룬 칠레판 <택시 블루스>.

거리의 아이들 Streeters 감독 제라도 토트. 멕시코 2001년

부패한 경찰관 밑에서 마약을 파는 15살 소년이 경찰의 돈을 빼돌리고 달아난다. 그를 통해 멕시코 뒷골목의 사회상을 파헤친다.

한숨 Deep Breath 감독 다이안 오둘. 프랑스 2000년

시골생활을 갑갑해하는 사춘기 소년의 사정이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자꾸 나빠진다. 흑백화면에 유머와 판타지를 섞었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분위기는 차갑다.

조용한 마을 The Town is Quiet 감독 로베르 구에디귀엥. 프랑스 2000년

세계화 시대임에도 프랑스 한 어촌의 주민들은 좌·우파로 나뉘어 다툰다. 그들 저마다의 상처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한 킬러가 자살하는 정점에서 제니스 조플린의 <크라이 베이비>가 울려퍼진다. 변하는 것 없이 그저 시간이 흘러갈 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의 별 Be My Star 감독 발레스카 그리스바흐. 오스트리아, 독일 2001년

성인들의 연애방식을 그대로 흉내내면서 나름의 사랑법을 찾아가는 10대 남녀의 사랑만들기. 의외로 분위기가 건조하다.

자유문신 A Way We Go 감독 왕툰. 대만 2001년

중국 전통음악 단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수호신이 새겨진 고대의 문이 주민들의 대화를 돕는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그 문이 학자들에게 발견돼 뜯겨져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헤이, 해피 Hey, Happy 감독 노암 고닉. 캐나다 2001년

왕성한 성욕의 리비도 추종자 DJ, 별난 성취향의 여자, UFO 추종자 등이 레이브 섹스파티에 몰려든다. 이 세기말적 기인들을 옹호하는, 급진적인 낙천주의의 영화.

에스코트 Escort 감독 치싱. 중국 2001년

사기사건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로, 중국에서 흥행한 장르영화의 성향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2002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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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틴 버천 회고전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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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 한국영화의 흐름

▶ 중국과 일본의 전쟁영화·어린이 영화궁전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