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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④] <클레오와 폴> <풍요의 세대> <가족의 형태> 外
김현수 2018-05-02

<씨네21> 기자들이 가려뽑은 추천작 20편

<클레오와 폴>

Cleo & Paul 스테판 드무스티에 / 프랑스 / 2018년 / 60분 / 시네마페스트

3살짜리 소녀 클레오와 동생 폴이 유모 손을 잡고 프랑스 파리의 라 빌레트 공원을 찾는다. 아마도 Ar 게임 <포켓몬고>에 빠져 있는 듯 엄청난 인파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공원을 몰려다니는 중이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한 유모는 클레오와 폴의 빠른 걸음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인파 속에서 이들을 놓치기 일쑤다. 국립과학박물관에서부터 각종 놀이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는 공원은 자동차나 테러의 위험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실은 어린아이들이 활보하기에 너무 넓고, 너무 복잡하다. 숨바꼭질을 하다가 결국 길을 잃고 만 클레오는 동생과 유모를 찾기 위해 어딘가로 향하고, 그러는 사이 폴과 유모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영화는 길을 잃은 꼬마의 눈높이에서 그 뒤를 따라가면서 과연 남매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끔찍한 유괴나 사고를 당하지 않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게 만든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폴마저 유모의 시야에서 벗어나 클레오를 찾아나서고, 결국 클레오와 폴은 각자 전혀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찾게 된다. 말이 찾아나서는 것이지 실상은 길 잃은 두 아이들의 모습을 거의 실시간으로 따라가며 관망하는 괴로움을 안겨주는 영화다. 하지만 아이들의 길 잃은 모습 속에서 도시 한복판에 놓인 공원의 풍경, 공원을 둘러싸고 일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혹은 어떤 사연을 갖고 찾게 된 사람들의 일상이 완전히 다르게 재해석된다는 점이 <클레오와 폴>을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특히 클레오의 시선에서 자신이 길을 잃었고 누군가에게 유괴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그 천진함은 공포와 힐링이라는 이상하고 복잡한 감정을 갖게 한다. 데뷔작 <40-러브>(2014)로 2004년 칸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주간에 초청됐던 스테판 드무스티에 감독은 애초 차기작인 범죄 드라마 <소녀의 팔찌>를 구상하던 중 두 아이가 공원을 배회하는 두 번째 장편영화를 먼저 연출하게 됐다. 클레오와 폴을 연기한 배우는 실제 감독의 아이들이다.

<풍요의 세대>

Generation Wealth 로렌 그린필드 / 미국 / 2018년 / 106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모든 것을 누리고 사는 미국 최고의 부자들은 대체 어떤 것을 소비하며 살까. 혹은 그들은 돈을 쓰기 위해 무엇에 집착하며 사는가. 경제 호황 속에서 실제로 그것을 누려왔던 LA의 젊은이들, 화려함의 꼭대기에 위치해 있던 연예인 혹은 월스트리트의 금융 전문가들이 모두 로렌 그린필드가 지난 25년 넘게 공들여 카메라에 담아낸 사람들이다. 영화는 돈을 둘러싼 미국인들의 삶과 문화를 다뤄왔던 사진작가 로렌 그린필드가 그동안 취재하며 모았던 다양한 작업물을 토대로 쓴 책과 영상물, 전시회의 확장판 같은 다큐멘터리다. 그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뉴욕타임스> 그리고 여러 패션 매거진의 사진 작업을 하면서 축적된 작업물을 통해 돈과 명예, 섹스, 성형수술 같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이 실은 모두 하나로 묶여 있다고 말한다. 어떤 사회현상이나 욕망의 근원을 파헤치기보다는 킴 카다시안과 트럼프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미국 사회가 갖고 있는 부의 상징적인 이미지에 과장과 왜곡을 가해 본질을 비판하는 그녀의 사진 작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2006), <베르사유의 여왕>(2012), <블링 다이너스티>(2015) 등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돈과 청소년 문제, 미국과 중국의 최고 부유층의 삶 전반을 다뤄왔던 로렌 그린필드의 4번째 장편다큐멘터리다.

<가족의 형태>

A Sort of Family 디에고 레만 / 아르헨티나 / 2017년 / 96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엄마가 되길 간절히 원했던 말레나(바바라 레니)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갓난아기의 입양을 택한다. 그런데 그녀는 합법적인 입양이 아니라 출산이 임박했으나 아이를 키울 처지가 안 되는 엄마들이 불법적으로 입양을 ‘거래’하는 곳을 찾아간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순조로운 것이 없다. 모성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지 혹은 거부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영화는 말레나를 더욱더 극단적인 상황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녀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일념하에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녀의 선택을 두고 올바르지 못한 처사라고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는지를 마치 심판하듯 묻고 있는 영화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디에고 레만 감독의 작품. ‘입양’을 주제로 여성들의 삶 자체를 피폐하게 만드는 출산의 현실과 모성애, 부와 가난의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한다.

<상속녀>

The Heiresses 마르셀로 마르티네시 / 파라과이 / 2017년 / 95분 / 국제경쟁

파라과이의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온 첼라(아나 브룬스)는 자신의 노년을 30년 지기 친구인 치키타(마가리타 이룬)와 조용하게 보내는 중이다. 그런데 보유한 재산을 처분해가며 살던 그들의 안락한 삶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이제 거의 재산이 바닥난 것. 급기야 치키타가 사기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첼라는 예전처럼 우아하게 일상을 보낼 수 없게 된다. 첼라는 부유층 부인들의 택시기사 노릇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새로운 일상의 감각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 속에는 고통도 있고 우연히 만나게 된 여인 안지(아나 이바노바)와의 사랑과 같은 환희의 순간도 담겨 있다. 파라과이의 붕괴된 계급 문제와 더불어 한 레즈비언 여성이 주체적인 삶과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연출이 돋보인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알프레드 바우어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

<도블라토프>

Dovlatov 알렉세이 게르만 주니어 / 러시아, 폴란드, 세르비아 / 2018년 / 126분 / 마스터즈

잡지사와 신문사 등에 기고하며 살던 도블라토프(밀란 마릭)는 자신이 가야 할 삶의 방향을 아직 결정하지 못한 듯 갈등한다. 아내와 딸을 위해 체제에 순응해야 할지, 자신을 위해 앞으로 어떤 글을 쓰며 살아야 할지를 깊이 갈등하는 모습이 스탈린그라드의 아름다움 풍광과 어우러져 아이러니한 모습을 자아낸다. 똑똑하지만 때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곤 했던 그가 기사를 쓰기 위해서 직접 취재를 하면서 보고 듣고 겪어낸 노동자의 삶은 참혹하기만 하고 반체제 인사와 지식인들의 삶은 답이 없다. 러시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세르게이 도블라토프가 1971년 11월의 어느 날부터 자신의 친구이자 훗날 노벨상을 수상하게 될 시인인 요세프 브로드스키(아르투 베샤스투니)와 마지막으로 이별하게 되는 약 일주일간의 여정을 다룬 영화다. 끝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미국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의 삶의 방향키가 되었던 일주일간의 여정이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수상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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