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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자뷰> 이천희 - 연기, 정말 재밌다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18-05-22

<데자뷰>에서 이천희는 어딘가 수상한 우진(이규한)과 지민(남규리) 커플을 지켜보는 형사 차인태를 연기한다. 커플이 차로 친 건 사람이 아니라 노루라고 하지만, 그 말을 의심하며 커플의 주변을 맴돈다. <데자뷰>의 속을 알 수 없는 차인태와 달리 이천희는 솔직하다. 꿍꿍이나 전전긍긍 같은 단어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사람. <돌연변이>(2015),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 <남영동1985>(2012), <바비>(2011) 등 작품의 의미를 관객과 함께 나누는 데서 기쁨을 느끼고, 연기한다는 것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천희는 배우로서의 삶과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조화롭게 디자인할 줄 아는 사람이다.

-<돌연변이> 이후 3년 만의 영화다.

=공방에서 가구 만드는 일이 너무 재밌어서 마음이 확 끌리는 작품이 아니면 고사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은퇴한 거야?” 묻기도 하더라. (웃음) 적당히 쉬어가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연인 이천희의 삶이 즐겁고 행복했다.

-여러모로 행복한 삶을 살다 택한 작품이 혼란스럽고 어두운 이야기인 <데자뷰>다.

=<데자뷰>의 차인태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지만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한데 행복하지 않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힘들어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했다. 감독님한테도 그런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솔직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좋다고, 그 모습이 차인태 캐릭터에도 어울린다고 함께하자 그러시더라. <바비>를 찍을 때도 비슷했다. 결혼을 하고 행복을 만끽하던 시점이었는데, 돈 때문에 조카를 팔아버리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어둡고 아픈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는 게 힘들었다. 밝고 즐거운 작품을 하고 싶었지만, <데자뷰> 시나리오에서 그려진 차인태의 두 가지 모습, 영화 마지막에 반전을 보여주는 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

-이중적인 모습을 연기로 표현하는 건 재밌었나.

=시나리오를 읽고 인태가 이중적인 언어를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걸 표현하는 게 매력적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속마음과는 다른 표현을 하는 게 쉽진 않더라. 게다가 인태의 감정을 따라가면 영화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어서 ‘인태에게 뭔가 있는 것 같다’는 실마리를 주는 연기를 하지 않았다. 5회차 촬영까지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영화의 반전을 극대화하는 연기가 이 작품에 맞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우진과 지민 커플의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로서의 인태와 어떤 사연을 가진 인태의 모습 사이에 좀더 논리적인 연결이 있기를 바랐지만, 극대화된 반전을 위한 연기 또한 이해가 됐다. 미묘한 감정 표현도 자제해야 할 때가 많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닌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한때는 밝고 엉뚱하고 엉성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데자뷰>에서도 그렇고 이제는 세월의 흔적이 적당히 묻어나는 남자의 얼굴을 보여준다.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의 이미지를 많이 기억하는 것 같다. 깨야 할 이미지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연기에 임할 땐 언제나 진지했고, 그외의 나는 편하게 살아왔으니까. 나이가 들고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도 좋다. 마냥 청춘물을 할 건 아니니까. 그런데 다들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보는 사람이 많다. 마흔이라고 하면 다들 놀란다. (웃음) 나이가 들어 더 근사한 모습으로 변하고 싶고, 근사한 인간이 되면 좋겠다. ‘끝내주게 멋있어’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근사하게!

-실제로 근사한 삶을 살고 있다. 목공과 캠핑을 취미로 즐기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론칭했고 회사의 대표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연기도 그렇지만 재밌어서 시작한 일이다. 작품이 없는 동안 멍하니 작품을 기다리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즐겼다. 서핑도 하고 캠핑도 다니고 목공도 하고. 그러다 공방도 만들고, 내가 만든 걸 좀더 나눴으면 하는 마음으로 브랜드도 론칭했다. 처음부터 정말 연기를 잘하는 대단한 배우가 될 거야, 돈을 많이 벌고 큰 인기를 누릴 거야, 그런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좋아서 시작한 연기인데 이것저것 연연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서 연기가 싫어지면 안 되니까. 느리더라도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자연인 이천희로 재밌게 살다가 배우 이천희가 되어 다시 작품을 찍으면 또 연기가 너무 재밌다. <데자뷰> 찍으면서도 그런 생각했다. 연기가 정말 재밌는 거구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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