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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에서 만난 사람들⑩] <라이브하드> 황욱 감독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18-07-25

"흑백에 음악이 더해질 때 영화 자체가 풍성해지기를"

<라이브하드>는 오지 않는 밴드의 리더를 기다리는 멤버들과, 블루스 음악을 하고 싶지만 기회를 잡지 못하는 흑인 기타리스트의 이야기를 통해 뮤지션들의 인고의 시간을 들여다본다. 흑백의 아름다운 판타지 음악영화 <라이브하드>는 황욱 감독이 자신의 단편 <라이브 클럽 그레이하운드>(2016)에 새로 살을 붙여 완성한 영화다.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콜라주하는 황욱 감독의 연출이 <라이브하드>를 뻔하지 않은 음악영화로 만든다.

-단편 <라이브 클럽 그레이하운드>를 장편으로 확장했다.

=음악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음악은 내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 선뜻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썼다. <라이브하드>에 ‘임재가 부다페스트에 갔다’라는 한줄 대사가 나오는데, 제일 처음 쓴 시나리오가 부다페스트로 간 임재의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임재를 기다리는 밴드 멤버 섭과 철의 이야기, 흑인 뮤지션 덕규의 이야기로 단편 <라이브 클럽 그레이하운드>를 만들었다. 단편을 만들고 나니 그들의 일상의 고민을 더 이야기하고 싶어져서 장편까지 만들었다.

-1930년대에 활동한 미국의 블루스 뮤지션 로버트 존슨의 이야기가 영화의 모티브였다고.

=내가 뮤지션이 아니니까, 모티브가 될 만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로버트 존슨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음악적 재능을 얻었다는 신화화된 루머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지금이야 그의 음악이 널리 사랑받고 있지만 생전의 로버트 존슨은 거리를 떠돌며 음악을 하다 요절한 천재 뮤지션이다. 문득 한국에도 로버트 존슨처럼 살아가는 뮤지션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 서기까지, 무대에서 빛을 보기까지 뮤지션들이 참아야 하는 감내의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흑인 뮤지션 덕규가 바로 로버트 존슨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로버트 존슨이 연상될 수 있게 옷을 입고 로버트 존슨의 <크로스로드 블루스>도 편곡해서 연주한다.

-어떻게 다른 음악영화와 차별화하려 했나.

=음악에 최대한 집중했다. 드라마를 위해 음악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중심에 놓고 음악을 통해 인물들의 삶이 그려질 수 있게 했다. 라이브클럽 오디션 무대에 오르는 밴드들이 모두 다른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데, 여러 장르를 대표해서 보여줄 수 있는 음악과 뮤지션을 찾는 것도 중요했다. 뮤지션을 섭외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는데, 그래도 노브레인의 허락을 받고 <자유로 센티멘탈>을 커버할 수 있었던 건 기쁘다. 무대연출, 음악연출의 경우, 후시녹음은 거의 하지 않았다. 최대한 현장에서 녹음한 소리를 믹싱해서 사용했다. ‘음악이 진짜 좋은 영화구나‘라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흑백으로 연출한 이유가 있다면.

=로버트 존슨이 내게는 흑백의 이미지다. 또한 관객이 음악에 더 집중하길 바랐다. 흑백에 음악이 더해질 때 영화 자체가 풍성해질 것 같았다.

-어떻게 영화감독이 되었나.

=대학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가 한 학기만 다니고 그만뒀다.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좋은 글을 쓰는 게 영화감독이 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소설을 써서 신춘문예에 응모하기도 했고, 글 쓰는 연습을 많이 했다. 앞으로도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개성이 담긴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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