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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와 친구들
2002-04-24

문단에서 영화계까지, 유하의 문화동지들

세종대 동기생인 <무사>의 김성수 감독과 <아줌마> 등을 만든 안판석 PD는 유하의 21년지기들이다. 그는 김성수와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보다는 뒷골목을 자주 찾았고, 교과서보다는 주먹을 믿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고, 안판석과는 문학에 조예가 깊고 69번 버스를 함께 타러 다녔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학 시절부터 어울렸던 이들은 고 진이정 시인과 함께 ‘관극회’라는 모임을 결성해 영화, 연극, 무용, 미술 등에 관해 평론을 하기도 했다.

‘반영화’ 모임도 “영화 한번 만들면 재밌겠다”는 누군가의 말에 진이정이 “그럼 하면 되지”라고 답하면서 만들어졌다. 김성수가 영화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도 결국 유하 덕택이었다. ‘반영화’ 결성 직전, 신촌 ‘우리마당’에서 8mm영화 워크숍 수강 신청을 했던 유하는 갑자기 시를 써야 하는 상황을 맞았고, 김성수에게 대신 참여할 것을 권했다. 여기서 재미를 느낀 김성수는 87년 동국대 연극영화과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이후 김성수는 영화계로, 안판석은 방송계로, 유하는 문단으로 각각 흩어져 바쁜 나날을 보내는 통에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진이정의 기일에 그의 유골이 뿌려져 있는 적조사를 찾을 때만큼은 항상 회동해왔다.

소설가 김영하도 유하보다 5년 아래지만 친구임엔 틀림없다. 97년 어느 날 김영하는 생면부지의 유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소설에 유하의 시를 무단인용했던 그는 뜨끔했지만 전화 속의 이야기는 의외의 내용이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읽었는데 좋더라. 한번 만나자.” 어색한 첫 만남 속에서 김영하는 호오가 분명하고 담백한 유하가 좋아졌고, 자주 술을 마시게 된다. 99년에는 김영하 부부의 유럽여행에 유하가 동행하기도 했을 정도.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김영하가 깜짝 출연하게 된 것도 이같은 인연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김영하는 “2000년 내내 유하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어지럼증에 시달렸는데, 영화를 시작하더니 싹 낫더라. 역시 영화를 해야 하는 인물”이라고 말한다. ▶ <결혼은, 미친 짓이다 >로 돌아온 감독 유하, 시와 영화의 나날들

▶ <결혼은, 미친 짓이다 >로 돌아온 감독 유하, 시와 영화의 나날들 (2)

▶ 유하와 친구들

▶ 유하의 키워드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