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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탄생>(1937) vs <스타탄생>(1954) vs <스타탄생>(1976) vs <스타 이즈 본>(2018)
장영엽 2018-10-10

"그냥 한번 더 보고 싶어서요"

스타 이전에 또 다른 스타가 있었다. 1937년 오리지널 <스타탄생>부터 2018년의 <스타 이즈 본>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스타 캐스팅으로 동시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타탄생>의 역사를 정리해보았다.

1937 드라마의 맛

<스타탄생>(1937)

<스타탄생> 감독 윌리엄 웰먼 / 출연 재닛 게이너, 프레드릭 마치

<스타탄생>의 탄생을 둘러싼 여러 루머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이 영화가 당대 스타들의 실제 삶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었으리라는 짐작이다. 알코올 문제가 있으며 스타로서의 경력이 저물어간 당대의 남자배우들이 영감을 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고 그중에는 할리우드 배우 바버라 스탠윅의 남편 프랭크 페이나 콜린 무어의 남편 존 매코믹 등이 포함됐다. 그게 진짜이거나 말거나, 할리우드의 거물 프로듀서 데이비드 O. 셀즈닉이 제작하고 윌리엄 웰먼이 연출을 맡은 이 영화는 골든에이지를 맞은 할리우드의 풍경을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위트 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스타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시골 마을에서 할리우드로 온 여성 에스더 블로젯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파티장에서 할리우드 스타 노먼 메인을 만난다. 노먼은 에스더의 쾌활한 매력으로부터 스타가 될 잠재력을 발견하고, 제작사 대표에게 그녀를 소개해 할리우드영화에 출연시킨다. 그러나 에스더는 노먼의 예상보다 더 유명한 스타가 되고, 노먼은 갈수록 외면받는다. 이 작품은 “그냥 한번 더 보고 싶어서요”라는 명대사(네편의 영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와 두 사람의 간소한 결혼식, 시상식에서의 난동 장면과 극적이며 통렬한 엔딩 등 <스타탄생>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들을 탄생시킨 영화다. 1930년대의 시대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서둘러 은퇴한 뒤 집안일을 도우며 아내의 커리어를 챙기는 남편 노먼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진보적이다. 한편 에스더의 할머니가 영화의 오프닝과 엔딩 즈음에 등장해 스타의 숙명에 대한 촌철살인의 조언을 들려주는데, 그녀가 들려주는 말은 <스타탄생>의 핵심적인 테마이기도 하다. 뮤지컬리티에 초점을 맞춘 후대의 작품들에 비하면 드라마가 인상적인 영화이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1954 주디 갈런드의 삶과 영화

<스타탄생>(1954)

<스타탄생> 감독 조지 쿠커 / 출연 주디 갈런드, 제임스 메이슨

두 번째 <스타탄생>을 연출한 조지 쿠커는 오리지널 영화의 전신과도 같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왓 프라이스 할리우드?>의 연출자였다. 그는 1937년 데이비드 O. 셀즈닉이 <스타탄생>의 연출을 제안하자 <왓 프라이스 할리우드?>와 너무 비슷한 이야기라는 이유로 거절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오리지널 영화의 성공은 오랜 시간이 흘러 조지 쿠커를 다시금 이 프로젝트로 향하게 만들었다. 할리우드 뮤지컬영화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3시간 분량의 러닝타임에 500만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으로 완성됐다. 특히 1954년작은 뮤지컬영화 스타 주디 갈런드의 4년 만의 복귀작으로도 화제가 됐는데, 후대의 영화사가들은 재기에 몹시 목말라 있던 주디 갈런드의 열망이 곧 그녀가 연기한 여주인공 에스더의 모습에 투영되었다고 전한다. 원작 영화와 달리 1954년작에서 에스더는 경력이 전무한 초짜 배우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노래 부르고 춤추는 무명의 배우다. 술에 취해 무대에 난입한 노먼을 에스더가 임기응변으로 도와주며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이야기는 원작과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지만, 서사의 중요한 대목마다 주디 갈런드의 춤과 노래를 앞세운 뮤지컬 장면이 삽입돼 눈을 호사롭게 한다. 특히 <Born in a Trunk>가 흐르는 장면은 비키 레스터(여주인공 에스더 블로젯의 활동명)라는 스타가 탄생되는 중요한 대목으로, 조지 쿠커는 15분가량을 온전히 주디 갈런드의 뮤지컬리티를 보여주는 데 할애하고 있다. 대작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주디 갈런드는 이 작품을 촬영하며 정신적으로 몹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조지 쿠커는 동료 배우에게 “기이하고, 불길하며, 슬픈 일이 주디에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거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인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1954년작의 촬영을 마친 뒤 주디 갈런드의 남편 시드니 루프트는 이 영화에 등장한 모든 가구를 사들여 집에 놓았다고 한다. 어떤 영화는 삶보다 더 맹렬하게 누군가의 인생을 잠식하는 법이다.

1976 <Evergreen>이 남았네

<스타탄생>(1976)

<스타탄생> 감독 프랭크 피어슨 / 출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스타 이즈 본>과 가장 유사한 배경에서 진행되는 1976년작은 뮤지션 출신의 두 배우를 앞세워 할리우드를 떠나 당대의 로큰롤 신을 조명한다.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난 팬에게 약에 취해 총을 쏘거나 무대 위로 오토바이를 몰고 돌진하는 등 온갖 기행을 일삼는 록스타 잭 노먼(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은 네편의 <스타탄생> 영화를 통틀어 가장 악동에 가까운 이미지로 묘사된다. 그는 술에 취해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노래하는 에스더(바브라 스트라이샌드)를 보고 호감을 느낀다. 두 사람은 곧 동반자적 관계가 되고 에스더는 잭의 무대에 함께 서며 사랑받는 뮤지션이 되어가기 시작한다. 자유분방하고 반골적인 에너지를 담은 프랭크 피어슨의 1976년작은 이전 두편의 영화와 시공간적 배경과 분위기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당대의 디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컨트리 뮤지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연기하는 남녀주인공은 서로를 물고 뜯으며 사랑을 나누고, 말을 타고 초원을 뛰어다니며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전 두편의 영화에 비해 이야기 전개가 엉성하고 두 주인공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극의 중심이 지나치게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쪽으로 쏠려 있다. 프랭크 피어슨에 따르면, 주디 갈런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이 커리어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바랐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이 작품에 프로듀서로 합류한 그녀의 남자친구 존 피터스는 감독에게 끊임없이 더 많은 장면에서 스트라이샌드의 클로즈업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스트라이샌드는 이 영화에서 부른 <Evergreen>으로 아카데미 주제가 상을 수상했지만, 두 남녀 배우의 화학작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스타탄생>의 역사에서 스트라이샌드와 크리스토퍼슨의 멜로 연기는 빠르게 잊혀졌다.

2018 브래들리 쿠퍼 연출·주연

<스타 이즈 본>(2018)

<스타 이즈 본> 감독 브래들리 쿠퍼 / 출연 레이디 가가, 브래들리 쿠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스타탄생>의 리메이크에 눈길을 두고 있다는 소식이 지난 2011년 전해진 이래, 수많은 스타들이 이 프로젝트의 물망에 올랐다. 비욘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윌 스미스, 크리스천 베일…. 하지만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리바이벌된 <스타탄생> 영화의 스포트라이트는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이 감독 데뷔작인 브래들리 쿠퍼는 몇년 전 이스트우드로부터 <스타 이즈 본>의 캐스팅 제안을 받았지만, 남자주인공의 연륜을 이해하기에 자신의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 출연을 고사했다고 말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또 다른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와 연극 <엘리펀트 맨>에 출연하며 “이제는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는 브래들리 쿠퍼는 <스타 이즈 본>의 오프닝 시퀀스에 대한 꿈을 꾼 뒤(극중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워너브러더스쪽에 적극적으로 연출 의사를 밝혔다고. 동료 뮤지션으로서 두 남녀가 주고받는 교감에 더욱 초점을 맞춘 브래들리 쿠퍼의 영화는 창작에 대한 그의 관점, 그리고 예술과 상업성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남자주인공의 퇴장 방식이 네편의 <스타탄생> 영화 중 유일하게 다른 작품. 1976년작의 주연배우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이 영화의 촬영을 돕기 위해 뮤직 페스티벌에서 자신의 스테이지를 잠시 빌려주었다는 트리비아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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