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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전주데일리]<나비의 미소> 감독 허 젠준 인터뷰
2002-04-29

`낡은 것은 사라져가고 새것은 완전하지 못하다`

허 젠준(42) 감독은 전주와 인연이 깊다. 전작 <붉은 구슬>(93년)과 <우체부>(95년)가 재작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허 젠준은 그러나 세번째 영화 <나비의 미소>를 촬영중이어서 한국에 오지 못했다. 그 <나비의 미소>가 올해 초청돼, 결국 전주가 그의 첫 한국 방문지가 됐다. 그는 “한국은 세계영화로 뻗어나가는 창구다, 앞으로도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허 젠준은 20년전인 1982년 중국 4세대 감독인 황지엔종의 조감독으로 영화 인생을 시작했다. 이어 5세대인 첸 카이거, 장이무 밑에서 <황토지> <홍등> 등의 조감독을 맡았다. 1988년 베이징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 1년반동안 수업한 뒤 <붉은 구슬> 등 독립영화 두편를 만들었다. <나비의 미소>(2000년)는 그가 베이징필름스튜디오(북경재편창)에서 만든 첫 영화다.

독립적으로 영화를 만들 때와 베이징필름스튜디오에서 만들 때의 차이는.

얼마 전에 영화관련 법이 바뀌어서 시나리오를 영화국에 내고 검열을 받으면 스튜디오와 손잡지 않고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스튜디오에서 돈을 대겠다고 하면 함께 하는 것이고, 아니면 혼자 만드는 수밖에 없다. 영화아카데미 졸업 뒤 바로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밑바닥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조감독까지 다 해봤다. 지금 바로 내 영화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독립영화로 시작했다.

영화는 지나간 시절을 향수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지금 중국사회의 변화를 회의적으로 보는가.

전통적인 것들은 사라져가지만, 새로 오는 것들은 아직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자동차의 개인 소유가 허용된 뒤로, 베이징에 뺑소니사고가 무척 많다. 이전 같으면 뺑소니치고 달아난 여자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들이 등장한다. 전통적 도덕이 물러나면서 개인주의적, 상대적 가치관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어느 게 좋다고 말하기보다 그 변화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담아내고 싶었다.

극단적인 클로스업이나, 남자의 관음적 시선을 그대로 중계하는 카메라는 중국영화에서 자주 보지 못한 것같다.

원래 각본에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걸 드러내기 위한 장치들이 많았다. 여자가 입는 옷을 훔쳐오고, 마네킹을 껴안기도 하고…. 그런데 검열당국에서 고치라고 했다. 그런 묘사를 뺀 채로 남자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남자의 시점숏을 늘렸고, 남자의 일상 행동을 기록영화처럼 쫓아갔다. 영화의 큰 줄거리도 달라졌다.

그러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떨어지지 않는가.

영화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공동작업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여럿의 노동의 대가로서 그 영화를 사랑한다. 이 영화도 여전히 아낀다.

4, 5 세대 감독 밑에서 일하다가 6세대 감독이 됐다. 세대간에 차이가 있다면.

4, 5, 6세대라는 구분을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겠는데, 차이는 크다. 하지만 단순하다. 6세대는 문화혁명을 직접 겪지 않았고, 도시에서 자랐다. 나는 다른 6세대 감독의 영화를 보면 별다른 동질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나 있다면 배경이 도시라는 것이다. 그건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이고, 따라서 특별한 게 아니다.

검열 등 중국 영화의 열악한 여건이 앞으로 낳아질 것으로 보는가.

미래에 대한 것이라면 비관적이다. 시장이 다변화돼 발전적으로 변하길 원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좋아진다, 나빠진다 예측을 못하겠다.

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