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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완 감독의 <아쿠아맨>, DC 코믹스의 미래 밝힐 수 있을까

DC를 구하라, 환경도 구하자

“망토 없이도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호러영화 <컨저링>(2013)으로 새로운 유니버스를 창조한 제임스 완 감독이 이제는 슈퍼히어로영화에 도전한다.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쿠아맨>이다. 미국 개봉을 앞두고 2주 전 중국에서 단독 개봉한 이 작품은 무려 9300만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전문가들의 기대를 훨씬 뛰어넘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사회에서도 제임스 완 감독이 <아쿠아맨>을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성공한 듯하다는 호평이 지배적이다. 지난 12월 1일 뉴욕 다운타운에서 제임스 완 감독과 주연배우 제이슨 모모아, 앰버 허드를 비롯해 <아쿠아맨>의 주요 출연진을 만났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제작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아쿠아맨>은 등대지기 아버지와 바다 왕국 아틀란타의 여왕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서(제이슨 모모아)의 이야기다. 사정에 의해 어머니와 일찍 헤어지게 된 아서는 육지나 바다에 온전히 섞이지 못한 아웃사이더로 자라지만, 올곧은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정의로운 남자로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메라(앰버 허드)가 찾아와 아서의 이부형제인 옴(패트릭 윌슨)의 소식을 전한다. 옴이 오랫동안 바다를 오염시켜온 육지를 상대로 전쟁을 준비 중이라는 것. 아서는 메라의 도움을 받아 해저 7개 왕국을 통일시켜 육지와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처음부터 인기 히어로는 아니었지만

사실 ‘아쿠아맨’은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과 같은 DC의 인기 슈퍼히어로가 아니었다. 하지만 배우 제이슨 모모아(그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의 칼 드로고 역으로도 유명하다)가 지닌 특유의 매력이 코믹스 팬들이 변변찮게 여기던 아쿠아맨이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탈바꿈하는 데 일조했다. “아쿠아맨은 파워풀하지만 동시에 사람이기도 하다”는 제임스 완 감독의 말처럼, 아서 커리/아쿠아맨 캐릭터에는 제이슨 모모아의 약간은 빈틈 있고 유머러스하며, 몸 쓰기를 좋아하는 밝고 즐거운 성격이 녹아들어가 있다. 제이슨 모모아에게 즉흥연기를 적극 권한 제임스 완 감독은 “관객이 터프가이가 아니라 로맨틱하고 유머러스한 남자로서의 아서 커리/아쿠아맨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호러영화에서도 관객을 계속 놀라게만 할 수 없듯이, <아쿠아맨>에서도 코믹한 요소나 로맨틱한 요소를 넣어 숨 쉴 여유를 줬다는 것이다. 감독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아쿠아맨 캐릭터를 비웃었지만 그 부분을 인지하고 함께 웃어넘길 수 있으며 동시에 쿨한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흡사 큰 곰인형 같은 인상을 주는 모모아는 20년간 무명에 가까운 시절을 보내서인지 갑자기 쏟아진 관심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는 수차례 깜짝 스크리닝에 직접 등장해 팬미팅과 사진촬영에 참여하고, 극중 아쿠아맨의 주요 소품인 삼지창을 들고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나타나 팬들과 인사를 하는가 하면, 지난 12월 8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호스트로 출연해 엄청난 몸 개그를 선보였다. 영화 속 슈퍼히어로 캐릭터이기 전에 그는 현실에선 독특한 사람이었다. 물론 좋은 면에서다.

지금까지 DC 영화들이 시각특수효과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아쿠아맨>은 다르다. 이 영화에서 시각특수효과는 전적으로 아쿠아맨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도구다. 제임스 완 감독은 <아쿠아맨>에서 7개의 바다 왕국(아틀란타, 브라인, 피셔맨, 제벨, 트렌치, 데저터, 더 로스트)을 코믹북 속 이미지를 바탕으로 해 놀라울 만큼 독창적인 영상으로 만들어냈다. 이 세계에는 마법과도 같은 바닷속 세상의 멋진 광경도 펼쳐지지만 제임스 완의 호러영화를 연상시키는 무서운 이미지도 공존한다. 제임스 완 감독은 <아쿠아맨>이 선보이는 바닷속 왕국을 통해 “모두가 감탄사를 뱉을 만큼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아서의 어머니의 고향이자 옴이 지배하는 아틀란타 왕국은 다소 우주와 같은 느낌이 드는 곳으로, 테크놀로지가 놀랍게 발전했지만 동시에 오랜 역사를 중요시하는 사회이며, 이해심보다는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곳이다. 또 옴은 바다를 오염시키는 육지의 인간들을 처벌하기 위해 다른 왕국들을 설득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바닷속 왕국의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메인 악역 옴은 일종의 ‘에코 워리어’로, 지구의 오염에 분노하는 캐릭터다. 옴을 연기한 배우 패트릭 윌슨은 “특히 바다 오염이 심각하다”라며, “아이들이 <아쿠아맨>을 보고 바다 오염에 대해 한번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제임스 완과 이번 영화까지 5작품을 했을 정도로 인연이 깊다.

비공식적으로 1억6천만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작품은 바다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장면 때문에 배우들이 장시간 소형 와이어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고 한다. 배우 패트릭 윌슨에 따르면 시나리오의 반 페이지 비중에 해당하는 분량을 촬영할 때에도 배우들은 물속에 있는 것처럼 날아다녀야 했다고. 영화 촬영을 위해 와이어와 특별 제작된 크레인 등 다양한 장치들이 동원됐고, 스탭과 배우들은 매 장면을 13~15번 정도 연속적으로 촬영해야 했다. 이러한 <아쿠아맨>의 연출 방식은 경력 있는 스턴트맨들에게도 놀라운 시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장시간에 걸친 와이어 연기 때문에 배우들의 신체적 부담이 컸고, 촬영장에는 늘 마사지 세러피스트와 척추교정 전문의, 물리치료사 등이 상주했다고 <아쿠아맨>의 주요 출연진은 말했다.

본래 ‘아쿠아맨’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으나, 영화 <아쿠아맨>은 이중 가장 타당하고, 감성적인 버전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틀란타 여왕이 두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지 못한다는 설정은 미래에 일어날 두 형제간의 갈등을 가히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콤플렉스한 가정사로 끌어올리며, 옴은 단순한 2차원적 악당이 아닌 입체적인 캐릭터가 됐다. 그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관객은 이들이 핏줄이기 때문에 어디엔가 희망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걸어보게 된다.

속편 논의는 시작되었다

<아쿠아맨>에는 강한 여성 전사들이 나온다. 니콜 키드먼이 맡은 아틀란타 여왕과 앰버 허드가 맡은 메라가 바로 그들. 두 여성 캐릭터는 아쿠아맨에 버금가는 슈퍼파워를 지녔지만 동시에 인간세계를 존중할 줄 아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남자 캐릭터의 도움이 필요한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위험에서 구해준다. 이 밖에도 윌럼 더포가 아쿠아맨의 멘토 역할을 하는 누이디스 벌코 역을 맡았고, 얼마 전 <크리드2>로 오랜만에 팬들을 찾은 돌프 룬드그렌이 네레우스 왕 역을, 한인 배우 랜들 파크가 속편의 주요 등장인물일 거라 짐작되는 스티븐 신 박사 역을 맡았다. 아서의 아버지이자 등대지기 토머스 커리 역으로 출연한 테무에라 모리슨은 1994년작 <전사의 후예>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다. 모모아의 추천으로 <아쿠아맨>에 합류하게 된 모리슨은 TV시리즈 <프런티어>에서도 모모아와 작업했다. 한편 올겨울 <아쿠아맨>과 극장가에서 맞붙는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의 전편인 <메리 포핀스>(1964)에서 메리 포핀스를 연기한 줄리 앤드루스가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주요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임스 완 감독은 기대를 하지 않은 채 앤드루스측에 출연 요청을 했는데, 다행히 그녀의 손자가 제임스 완 감독의 팬이라서 캐스팅이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제임스 완 감독은 인터뷰에서 속편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는 이미 <아쿠아맨>의 속편 제작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쩌면 올겨울 <아쿠아맨>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DC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해 여성감독 패티 젠킨스가 연출한 DC 슈퍼히어로영화 <원더우먼>(2017)에 이어, 말레이시아계 호주 감독인 제임스 완의 <아쿠아맨>에 쏟아지는 호평은 슈퍼히어로영화의 새로운 희망이 창작자의 다양성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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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