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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전주데일리]<왕수선의 여름> 감독 리 지시안 인터뷰
2002-04-29

“문화적 개방이 중국의 소박한 일상을 가리고 있다”

<왕수선의 여름>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리 지시안(39). <북경 자전거>의 왕 샤오솨이,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침묵의 강>의 닝 징우와 함께 북경영화아카데미에서 수학한 그는 실제로 이번 영화제에 오랜 친구인 닝 징우와 함께 일정을 잡았다. 시골 마을로 영화를 촬영하러 온 촬영팀과, 영화의 주인공을 맡고 싶지만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 12살짜리 아이 왕수선의 이야기인 <왕수선의 여름>은 그의 말에 따르면 스스로 매우 만족스러운 영화다.

이번이 첫 장편연출작이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북경영화아카데미에서도 미술 전공으로 시작했다. 같은 기숙사에 묵었던 왕 샤오솨이, 닝 징우 등과의 교류를 통해 연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으나 정작 영화에 관해 깊이있게 알게된 것은 졸업 이후라고 생각한다.

왕수선과 대칭되는 어른인 따리우의 역할을 조감독으로 잡았다. 실제 경험에 의거한 설정인가.

나의 경험이 바탕이 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어느 감독이든 영화 속의 모든 인물에게 자신을 투영시킨다. 왕수선과 따리우는 공통적으로 중국의 현실을 반영한다. 지금 중국에서 보이는 문화적 개방은 매우 피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런 피상적인 수용이 중국의 소박한 일상을 가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일상에 묻혀 하루하루를 물 흐르듯 보내지만 그 이면에 꿈을 간직하고 있다. 왕수선과 따리우는 그점에서 공통적이다.

중국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들었다.

정말 그렇다. 우선적으로 제작비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왕수선의 여름>도 지난해 만들어진 중국영화 중 가장 제작비가 낮은 영화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금전적인 문제는 사실 부차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훨씬 괴로운 것은 검열 때문에 침묵을 지켜야 하는 경우다. 그런 문제로 인해 하고싶은 이야기를 끝까지 속에 담아두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답답하고 힘들 때도 있다.

장이모, 첸 카이커 등으로 대표되는 5세대 감독들과 지금의 6세대 감독들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5세대 감독들이 중국의 과거, 전통 속에 담긴 인간을 그렸다면 6세대 감독들은 현실의 모습을 직시하고 있다. 여태까지 중국에는 현실을 그대로 그려낸 영화나 문학이 거의 없었고 그런 점에서 나를 포함한 6세대 감독들이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이에 대한 평가는 후세가 내려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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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를 본 적은 있나.

비디오로 사둔 것은 많은데 볼 시간이 없었다. 와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본 <고양이를 부탁해>가 전부인 것 같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아주 좋았다. 사람을 진실되게 그리는 영화가 좋다.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은가.

현실의 압력이 자꾸만 밀어내 버리는 소박함과 소망에 대해 깊은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일상을 살면서 자꾸만 잃어버리게 되는 것들을 따뜻한 눈으로 보듬고 싶다. 영화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손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