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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전주데일리] 피플-카븐 드라크루즈
2002-04-29

“필리핀의 디지털 선봉장입니다요”

본격 상영 첫날인 27일. 디지털 영화 <매닉>의 상영장인 대한극장 로비에 등장한 카븐 드라 쿠르즈(28)는 여러모로 눈에 띄는 심사위원이었다. 불타는 빨강 머리에 비보이(B-Boy)를 연상케 하는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 왕성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는 장난스러운 눈빛까지 영화제의 슬로건에 맞춘 듯한 정말이지 ‘젊은’ 심사위원이었던 것. 사춘기의 절망을 그린 내용 탓인지 유독 어린 관객이 몰린 <매닉>의 상영장 한 구석에서 그는 예의 그 빛나는 눈초리로 한국 관객들의 마니아적인 호기심을 탐닉하는 듯했다.

사실 외모만으로 그의 독특함을 논할 순 없다. 스스로 “대중적인 사교 예술로서 상업영화의 가능성이 싹튼 지 얼마 안 되는 필리핀에서 상업영화 감독의 길을 과감히 포기하고 디지털 카메라를 든 비디오 액티비스트”를 천명한 그는 자국에서도 디지털 영화의 ‘선봉장’으로 유명하다. 1997년 이후로 꾸준히 각종 단편 독립영화의 제작, 배급을 도와온 그는 올해 2월 드디오 그 결실로 독립단편영화제 ‘닷 무브(.MOV)’(The Digital Moviefest of Philippine)를 개최하기도 했다.

영화 뿐만 아니라 뮤직 비디오 감독, 시인, 뮤지션(피아니스트), 작가로 활약하는 그는 모든 영화에는 단지 창조적인 ‘메시지’만이 중요할 뿐이라며,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편가르기에 일침을 놓았다. 그의 심사 기준은 ‘독창성’이 될 듯.

심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