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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전주데일리]관객과의 대화 - <우렁각시> 남기웅 감독
2002-04-29

“같은 반지 얘기를 피터 잭슨은 천억대로, 나는 6억으로 만들었다”

27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남기웅 감독의 <우렁각시> 상영이 끝난 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의 사회로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다. 남기웅 감독과 함께 가수 ‘고구마’로 더 잘 알려진 권병준, 채명지 등 주연배우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아직 일반 극장에서 개봉되지 않은 <우렁각시>는 우렁각시 설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저예산 디지털 영화. <다찌마와 리>같은 신파적인 과장법, 키치적인 감수성으로 그려낸 천연덕스러운 판타지다. 주윤발을 동경하며 ‘뒷거래 철공소’에서 불법으로 총을 만들어 파는 청년 건태, <스타 트랙>에 나올 법한 외계인의 귀를 가진 악당 용백, 킬러와 색색의 우렁이 인간들과 다방 마담의 사연이 뒤얽힌 황당한 코미디에 객석에서는 소소한 웃음이 일곤 했다. 왜 우렁각시냐는 첫 질문에 남 감독은 “알던 설화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 같아서”라며 말문을 열었다.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세트와 독특한 이미지를 궁금해하는 질문이 이어지자, “<강철>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 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에서도 낮 장면은 하나도 없었다. 낮을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닌데 판타지에는 밤이 더 좋은 것 같다”며 “민화를 좀더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예산을 궁금해하는 물음에는 “<반지의 제왕>을 봤다. 같은 반지 이야기인데, 피터 잭슨은 천억원대 영화를 만들고 난 6억원짜리 영화를 만들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대학로에서…>를 봤거나 오페라를 거쳐온 감독의 이력을 숙지한 일부 관객들은 세트 촬영을 선호하는 것 같다, 오페라적인 느낌이 많다는 등의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밝고 개방된 것보다 밀폐된 공간을 좋아한다”는 감독은,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연극배우를 해 왔고, 연극 연출과 오페라 조연출, 무대미술, 조명, 영화 조감독 등 여러 일을 거치면서 몸에 밴 것”이라며 낯선 스타일에 이른 배경을 들려줬다. 또 “계산되고 똑똑한 영화가 아니라 그냥 내 느낌대로 쓴 것”이라며 “우렁각시란 설화가 현대적으로 각색된 것을 보고 싶었고, 애니메이션으로 할 얘기를 실사로 했을 때의 재미를 생각했다”고 강조하기도. 한편 나른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펼친 권병준씨는 오랜만의 등장을 반가워하는 팬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달파란 강기영씨와 함께 모조소년이란 팀을 만들고 연말에 음반을 낼 계획”이라고 근황을 밝힌 그는, “배우이자 스탭으로서 영화를 배워간다”고 연기와 영화음악을 병행한 <우렁각시>에 참여한 느낌을 털어놨다.

황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