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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영화⑦] <해치지않아> 손재곤 감독 - 잘 만든 재미있는 영화, 그런 영화 만든다
임수연 2019-01-02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이층의 악당>(2010) 이후 오랜만에 손재곤 감독의 코미디가 돌아온다. 살인마나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배짱에, 이질적인 재료를 과감하게 배합한 전작들을 떠올려보면 그의 신작 <해치지않아> 역시 평범한 코미디영화는 아닐 듯한데 인간들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인 척 연기한다는 원작의 기발한 설정을 영상으로 어떻게 옮겨올지가 관건이다. “영화의 주된 재미가 그 장면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나오도록 편집을 열심히 하겠다. (웃음)” 정현주 전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이 세운 신생 투자·배급사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해치지않아>는 2019년 1월 하순경 크랭크업을 앞두고 있다.

-원작 웹툰은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됐나.

=<해치지않아> 영화화를 준비하던 제작사에서 먼저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에게 연출을 제안했고, 원작을 읽어보니 설정도 기발하고 재밌어서 그때부터 참여하게 됐다. 사실 웹툰을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해치지않아>를 보고 웹툰이 내가 알던 옛날 대본소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엔 재능 있는 스토리텔러들이 웹툰계에 몰리는 것 같다.

-웹툰과 영화의 호흡이 다르다는 고민도 있었을 텐데.

=각색 작업을 할 때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긴 했다. 웹툰 작가들이 스크롤을 통해 만드는 리듬은 영상에서의 페이스 조절, 편집과는 아무래도 좀 다르다. 그런데 이론은 이론이고, 작업할 때는 그냥 재미있고 잘 짜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이층의 악당>은 지하실까지 이어지는 집이라는 공간을 활용한 코미디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해치지않아>의 동물원은 어떨까.

=시간을 굉장히 많이 투자했다. 실제 동물원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로케이션과 영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공간을 구현한 오픈 세트를 활용했다. 그렇게 조합해서 영화에서 하나의 동물원으로 만드는 작업에 미술팀과 촬영팀이 아이디어를 내며 많은 공을 들였다. <이층의 악당>의 김현옥 미술감독, <리틀 포레스트>(2018), <최악의 하루>(2016)의 이승훈 촬영감독과 함께한다.

-촬영감독의 전작을 보면 동물원은 본래 인공적인 공간이지만 화면이 예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

=<리틀 포레스트>와 <최악의 하루> 같은 분위기의 색감, 배우의 스킨톤을 담고 싶어서 제안했다. 동물원은 나무도 많고 풍광이 중요한 장소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스토리에 맞는 컬러, 조명에 신경 쓰고 있는데 그렇다고 영화가 지나치게 동화처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 박혁권 등 캐스팅 면면만 봐도 다채로운 캐릭터 군상이 기대된다.

=결국 어떤 캐릭터가 되느냐는 상당 부분 배우에게 달렸다. 그래서 ‘저 배우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캐스팅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캐스팅은 곧 그 배우의 연기 스타일을 캐스팅하는 것이다. 그러니 감독은 배우의 연기 스타일을 존중하고, 대본 작업을 할 때 머릿속에 그리던 것을 어느 정도 양보하고 배우의 스타일을 받아들여야 하는 지점이 있다. 모든 배우가 내가 기대한 바를 보여주기도 하고, 좋은 의미로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표현을 하는 의외의 순간도 있었다.

-<씨네21>이 선정한 2018년 결산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전여빈도 사육사의 일원으로 출연한다.

=캐스팅할 당시엔 <죄 많은 소녀>(2017)를 보기 전이었다. 사석에서 본 적 있는데, 몇년 지나 드라마 <구해줘>나 <여배우는 오늘도>(2017)를 보면서 굉장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이때는 여빈씨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언급할 작품이 없었는데, 마침 <죄 많은 소녀>가 화제가 되면서 제작사에서도 영화를 보고 캐스팅이 진행됐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코미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완전한 코미디에서 코미디 드라마로 가는 방향을 계속 잡고 있다. 코미디 드라마는 코미디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스토리도 무척 중요하다. 내가 만들려고 하는 영화는 잘 만든 재미있는 영화지, 그냥 잘 만들기만 하거나 그냥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결과는 보는 사람들이 평가하겠지만,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웃고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시나리오 표지.

<해치지않아>

감독 손재곤 / 출연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김성오, 전여빈, 박혁권 / 제작 어바웃필름, 디씨지플러스 /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개봉 2019년

● 시놉시스_ 동물원의 폐업을 막으면 정규직이 될 기회를 얻게 되는 로펌의 수습 변호사 태수(안재홍)는 얼떨결에 ‘동산 파크’의 원장으로 부임한다. 북극곰 ‘까만코’를 지키기 위해 동물원을 떠나지 못하는 수의사 소원(강소라)을 비롯한 직원들은 동물 탈을 쓰고 동물이 있는 척 연기하는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친다. 박영규가 전임 원장을, 김성오와 전여빈이 사육사를 연기하며 로펌의 대표로 박혁권이 캐스팅됐다.

● 좋은 웹툰 원작_ “각색을 좀 하긴 했지만, 원작 웹툰의 아이디어 자체가 기발하고 재미있다. <해치지않아>의 가장 큰 장점은 원작의 설정과 거기에서 나오는 코미디가 될 것이다. 영화가 공개된 후 사람들이 원작 웹툰도 찾아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웹툰 <해치지않아>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알려진 Hun 작가가 2011년 연재한 작품이다. 기본적인 설정은 갖고 왔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르게 각색됐는데, 가령 웹툰의 남자주인공은 사육사지만 영화에서는 로펌의 수습 변호사다. 여기에 추리소설부터 앨프리드 히치콕까지 아우르는 손재곤 감독의 다양한 개인적 취향과 코미디 감각,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질 전망이다. “결국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들의 영향을 받아 만드는 작품이다. 이미 잘 만들어진 작품의 장점을 잘 흉내낸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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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