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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후 항설백물어>
김송희 사진 백종헌 2019-01-22

<후 항설백물어>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 심정명 옮김 / 비채 펴냄

일본 작가 중 어느 한명에게 ‘이야기꾼’의 칭호를 내려야 한다면 그것은 단연코 교고쿠 나쓰히코의 차지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기담과 민속학, 종교학을 아우르며 괴이한 사건을 현실에 밀착해 풀어내는 작가다. 교고쿠 나쓰히코의 소설 중 처음 만난 것은 <우부메의 여름>이었다. 책을 읽은 지 10년도 더 되었는데, 지금도 독서 당시 여름의 끈적한 감촉이 기억난다.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르는데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땀을 흘리며 그 길고 긴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우부메의 여름>은 내게 괴물을 잉태한 여자의 커다란 배를 펜으로 그린 삽화로 기억되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내 기억에 달라붙어 있던 삽화가 책에는 없었다. 그러니까 책을 읽고 내 멋대로 상상한 그림을 삽화로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교고쿠는 독자의 기억에 자기가 만들어놓은 묘사를 이미지로 남겨버린다. 교고쿠는 비논리의 대상인 요괴(혹은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귀신)를 확인하는 추리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유일무이한 작가다. <후 항설백물어> 역시 교고쿠의 방대한 작품 세계의 연장선에 있으며, 주인공들이 일본 어딘가에 떠돌 법한 괴담을 채집하듯 묶어낸 소설집이다. 에도 막부가 문을 내린 일본. 요지로, 겐노신, 쇼마와 잇파쿠 옹 등의 주인공들은 회사원, 경찰, 백수 등으로 소일하며 지내고 과거 기이한 사건을 해결했던 인연으로 이들 주변에는 항상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일본 각지에서 일어나는 괴상한 사건들을 만나게 되는데 각 사건은 서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방대한 여정 중 일부만 읽어도 좋다. 인간은 추하다. 인간은 가엾다. 인간은 악하다. 인간은 지혜롭고, 인간은 쓸쓸하다. 그 모든 인간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후 항설백물어>는 <항설백물어> <속 항설백물어>에 이은 세 번째 작품이며, 제130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고베의 처

이 섬은 모모스케가 살던 곳과는 다른 나라이다. 모든 일이 다른 이치에 따라 움직인다. 이런 일은 아마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스미라는 여자는 고베의 처가 아니었다. 그저 고베의 아이를 낳았을 뿐인 물건인 것이다. (중략) 뭘 어떻게 하든 마음대로이다.(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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