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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조우진 - 연기보다 이해가 먼저
이주현 사진 최성열 2019-03-19

<>에서 조우진이 연기한 한지철은 금융계를 교란하는 자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금융감독원의 수석검사다. 조우진의 얘기대로라면 <>은 신참 주식브로커 조일현(류준열)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작품이기 때문에 자신은 “으깬 감자나 삶은 달걀, 삶은 고구마 같은 인물”이어야 했다고 한다. “그래야 조일현이 가진 밝고 경쾌한 기운, 청량감이 확 살아날 테니까.” 조우진은 자신의 캐릭터에만 집중하지 않고 영화의 전체 판을 읽는 시야 넓은 배우다. “나에게 돈이란?”이라고 물었을 때도 “돈보다 어려운 건 사람이고, 사람보다 어려운 건 연기”라는 대답을 들려주는 그는 자나 깨나 돈이 아닌 연기만 생각하는 배우다.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나. 돈에 대해 욕심을 내기 마련이고. 돈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와 생각이 모두 다른데, 각 인물들의 욕망이 계속해서 부딪힌다. 그 중심에 조일현이란 인물이 있다. 일현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았다. 처음엔 일현의 호흡을 따라가며 시나리오를 읽었다. 일현의 감정을 먼저 파악하고 영화의 전체 판을 읽어야 내가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확한 분석이 가능할 것 같았다. 캐릭터의 개성이나 매력으로 봤을 땐 번호표(유지태)가 흥미로웠는데, 물론 유지태 선배가 연기했기 때문에 존재감이 더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간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때론 목소리만으로도 특별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본인이 연기한 한지철이라는 캐릭터에선 어떤 매력을 발견했나.

=자신의 일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추진력,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솔직함! 또 한지철은 돈보다는 정의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폭주기관차처럼 돈을 좇는 사람들 틈에서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돈이 우선인 세상에서 고립된 인물처럼 느껴졌다. 캐릭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선 일에 굉장히 빠져 있는 인물로 접근했다. 고지식한 공무원이자 지독한 일개미이자 한번 문 사건은 놓지 않는 사냥개라고 할 수 있는데, 관객이 한지철의 인간적인 면모 또한 봐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캐릭터의 전사를 생각했다.

-금융감독원의 수석검사 중 실제로 한지철 같은 캐릭터가 존재할까 싶기도 했는데, 어떻게 캐릭터에 리얼리티를 더하려 했나.

=캐릭터가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스스로 납득되고 이해돼야 연기할 수 있는 편이다. 그래서 최대한 이 인물과 비슷한 성향과 행동과 말투와 스타일을 가진 현실의 인물을 떠올리려고 한다. 한지철도 그렇게 접근했다. 한지철은 사냥개이기 이전에 일개미였을 거다. 조직의 원칙과 규칙을 따라 수사했지만 범죄는 지능적으로 변하고 세상도 너무 빨리 나빠졌다. 그러다 보니 규칙을 어겨서라도 죄짓는 사람들을 잡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돼버린 게 아닐까. 번호표를 잡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실패를 맛봤겠나. 그리고 일 때문에 이혼까지 한 사람이다. 가정을 포기할 정도로 번호표를 잡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면, 또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이라면, 흔한 감정을 가진 인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또 한지철의 사냥개 같은 성질이 장르적으로 재밌게 비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관련 업계에 대한 조사나 공부도 따로 했는지.

=돈을 좇는 사람들의 욕망이 부각되는 영화라서 공부까진 따로 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볼까 싶어서 시도는 했지만 만나지 못했고, 대신 일개미로서의 캐릭터를 고민했다. 예전에 아르바이트할 때 만났던 한 상사는 늘 밤 11시, 12시까지 회사에 남아서 일하곤 했다. 일에 매진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처연한 감정도 느꼈는데, 그런 부분을 한지철에게 녹여내려고 했다. 그런 식으로 이번엔 캐릭터의 성격과 성향에 더 집중했다.

-작품 안에서 독특한 말투와 호흡을 창조할 때가 많다.

=대본에 있는 대로 연기하다 보면, 작가님의 필력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 같다. 또 상대 배우에 따라 툭툭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고.

-어떤 배우를 만나도 호흡이 좋다. 상대 배우를 타지 않는다.

=좋은 상대를 만난 복이다. 어쩌다 보니 짧은 시간에 너무나 훌륭한 분들과 작품에서 자주 만났다. 특별한 비결은 없고, 상대한테 집중하는 게 최고라는 것을 최고의 배우들과 연기하며 배웠다.

-<>의 제작보고회에서 “거액의 돈이 생기면 봉사활동을 하겠다”는 훈훈한 대답을 들려줬다.

=지난해부터 가진 화두다. 그동안 주변을 많이 둘러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문화예술이란 게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발전하는 건데, 그렇게 얻은 사랑이나 수익을 다시 나눌 수 있다면 또 다른 행복이 될 것 같았다. 그 마음을 지난해부터 조금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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