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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전주데일리]관객과의 대화 - <고 피쉬> 제작자 크리스틴 바숑
2002-04-30

“커밍아웃 뒤 레즈비언들이 어떻게 사랑하는 가를 다룬 첫 영화”

미국 독립영화의 대표 프로듀서 크리스틴 바숑이 29일 <고 피쉬> 상영 뒤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바숑은 “나도 오래 동안 보지 못한 영화를 볼 수 있어 기쁘다. 오늘 마지막 30분 정도를 봤는데, 언제나 그렇듯 미소를 짓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 피쉬>는 그 자신이 레즈비언이면서도 게이 영화만 제작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바숑이 최초로 제작한 레즈비언 영화. 바숑은 우연히 발견한 이 영화의 매력을 자잘한 에피소드와 함께 전달했다.

발랄한 흑백영화 <고 피쉬>는 친밀하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레즈비언들의 연애 이야기다. 레즈비언인 대학 교수 키아는 한동안 애인이 없었던 룸메이트 맥스에게 일라이를 소개한다. 맥스는 일라이가 못생기고 촌스럽다며 거부하지만, 차츰 그녀에게 이끌리기 시작한다. 맥스를 가로막는 건 섹스에 열광하는 또 다른 레즈비언 다리아와 지금은 시애틀에 살고 있는 일라이의 오랜 연인 케이트. 즐겁게 카드놀이를 하거나 머리를 맞대고 수다 떨기를 즐기는 이 여인들의 짧은 시간은 맥스와 일라이의 섹스로 즐거운 결말을 맞는다.

바숑은 전혀 알지 못했던 <고 피쉬>의 감독 로즈 트로체가 보낸 테이프를 보고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 “흑백에다 포커스도 잘 안 맞았고 음질도 엉망이었다. 그러면서도 매력적이었다. 이 영화는 이미 커밍 아웃이 끝난 상태에서 출발해 어떻게 살고 사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처음 보는 레즈비언 영화였다”는 것이 <고 피쉬>를 받아 들인 이유였다. 바숑은 트로체가 현실을 담고 싶어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트로체는 자신의 친구들인 레즈비언들도 남들처럼 똑같이 싸우고 사랑하는데, 영화만 그들을 이상하게 표현하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프로듀서로서 바숑은 이 신선한 영화가 끝까지 그 힘을 잃지 않도록 도왔다. 자본을 끌어왔지만, 감독이 친구와 이웃을 동원해 연기부터 음악까지 해결한 이 영화의 아마추어리즘은 그대로 유지했다. 필름을 절약하기 위해 장면과 장면 사이를 영화와 상관 없는 장면으로 채운 것도 뜻밖에 좋은 결과를 불러 왔다. 1만 5천 달러로 제작된 <고 피쉬>의 미국 내 수입은 4백만 달러. 현재 그녀는 오랜 친구인 토드 헤인즈가 연출하는 <파 프롬 헤븐>을 제작 중이다. “동성애자들은 왜 그런 성향을 갖게 되느냐”는 한 관객의 난처한 질문에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왜 동성애자가 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며 웃음으로 넘긴 바숑은 ‘대모’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은 제작자였다.

김현정

사진설명:미국 독립영화 대표 프로듀서크리스틴 바숑(오른쪽).▶ 씨네21 [2002전주데일리]홈페이지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