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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전주데일리]특집 -중국독립영화
2002-05-02

디지털로 검렬과 제작여건의 벽을 뚫는다

전주를 찾은 중국의 독립영화 감독들은 인터뷰와 세미나를 통해 중국에서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가지고 낙관하는 이들은 영화를 둘러싼 여러가지 제약을 뚫고 나가려는 의지와 동성애를 비롯해 금기시되는 다양한 소재를 파고드는 도전정신을 지니고 있었다.

쿠이지엔, 닝징우, 에코 윈디 등 이들 젊은 감독들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80년대 중반부터 소위 ‘관(官) 다큐멘터리’라 불리는 TV용 다큐멘터리의 제작이 활발하게 일었고, 그보다 조금 늦은 80년대 후반 우웬광 감독을 앞세운 ‘민간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지하전영’이라 불리는 독립영화 그룹의 시초인 91년 허 젠준과 장 위엔, 왕 샤오솨이 감독의 등장과 함께 현재의 중국 독립영화 레이블의 기반이 된 사건이다. 작년 가을, 베이징에서는 최초의 독립영화제가 개최됐다. 무려 200편이 넘는 독립 장·단편 영화가 상영됐고, 이 중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작품이 현재 전주 영화제에 출품 중인 <박스>(에코 윈디), <철길 따라>(두 하이빈), <농부와 춤을>(우웬광)이었다. 또 이 영화제 개최에 이어 중국감독들 사이에서 검열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서명운동이 전개됐다. 효과는 별 무소득이었으나 젊은 감독들의 최초의 집단 행동이었음을 고려하면 뜻깊은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닝 징우 감독은 “현재 중국사회에서 6세대 감독들에게 거는 기대는 지대하다. 하지만 뚜렷한 연대나 전선이 형성되지 않았고, 서로의 거취나 행보에 관심이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자신을 독립 영화감독이나 6세대로 분류하는 것에 익숙지 않은 그들이다. 아직은 두고 봐야 할 때다”고 말했다.

중국의 독립영화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하지만 여기에 디지털 영화가 가세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있다. 중국 감독들은 디지털 영화의 제작비 절감 효과를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게다가 디지털영화를 검열하는 법규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재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이점으로 꼽았다. 16mm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쿠이지엔의 <광대, 무대에 오르다>의 제작비는 2만5천 위안으로 보통 35mm 필름 작업에 드는 제작비가 70만 위안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20-30배의 절감이 이뤄진 셈이다. <박스>의 에코 윈디 역시 10배의 절감 효과를 토로했다.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희망적인 분위기. “찍을 당시의 거친 감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본능에 가까운, 야성적인 영화”(쿠이지엔), “예술의 해방을 가져온 혁명적 방식”(닝 징우), “주류 영화의 타도를 가져왔다.”(두하이빈)

이들이 가져온 영화 가운데 동성애를 다룬 <광대, 무대에 오르다> <박스> 등 두편은, 유난히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았던 이번 영화제에 ‘전주 퀴어 영화제’라는 닉네임을 붙이는 데에 일조했다. <박스>의 감독 에코 윈디는 “정치적 압제가 심할수록 오히려 사회 문제를 에둘러 다룬 온건한 영화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라며,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복잡한’ 중국사회가 스크린 속 동성애자를 포함한 소수자들의 삶으로 축소, 표현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정치적 이슈나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피하려는 의도만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최초로 커밍아웃한 게이 감독 쿠이지엔은 “중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데 더 이상 소재의 한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재정적 어려움 역시 디지털 방식의 영화 찍기로 타개하는 중이다”고 비교적 낙관적인 태도를 비췄다.

심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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