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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개봉 후 2주까지… <걸캅스>를 둘러싼 논란을 추적했다
임수연 2019-05-24

<걸캅스>에 무슨 일이?

2017년 <씨네21>은 ‘타임라인으로 정리해본 <군함도>’ 기사(1118호)를 통해 <군함도>를 둘러싼 여러 논쟁의 확산 과정을 정리하고, 2018년에는 ‘<인랑>에 무슨 일이… <리얼>급? 과연 이래도 좋습니까?’ (1168호) 기사를 통해 구설의 전파 속도가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 SNS 시대의 파급력을 확인한 바 있다. 올해 도마에 오른 영화는 여성 투톱 형사영화 <걸캅스>다. 앞선 사례와의 차이점은, 개봉은커녕 언론배급 시사회도 열기 한달 전부터 그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논란의 시작

<걸캅스> 논란이 시작된 것은 4월 4일 오전 7시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 이곳은 <걸캅스>뿐만 아니라 같은 날 발생한 속초 일대 산불을 웃음을 위한 오락거리로 삼기도 했던 커뮤니티다. ‘안 봐도 느낌 오는 영화….jpg’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걸캅스> 공식 포스터를 보고 줄거리를 유추하는 글이 쏟아지면서 댓글은 순식간에 800여개를 돌파하며 유저들의 놀이터가 됐다.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당찬 모습이 묘사될 것이라는 추측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를테면 “여자가 아니고 경찰이야 새X야~”, “남자가 여자들보다 느려터지냐!” 같은 대사가 등장한다거나 “여자라서 직장에서 하루 종일 차별만 받다 퇴근한 여경 라미란에게 라미란 남편이 밥 안 주냐고 한다”는 상황 설명 같은 것들이다. 이들의 반응을 정리한 글은 <걸캅스> 시나리오가 유출됐다는 식의 제목으로 게임 커뮤니티 루리웹, 야구 커뮤니티 엠엘비파크, 축구게임 커뮤니티 FM코리아, 게임 커뮤니티 도탁스 등이나 페이스북에 단기간에 확산됐다. 또한 4월 6일 ‘국내야구 갤러리’에서는 여초 커뮤니티는 <걸캅스>를 꼭 보겠다는 반응이 있더라는 ‘중계’가 화제가 됐고, “사회적으로 애 낳고 출산하면 경력 단절되고 저런 영화라도 보면서 없는 XX이라도 떨어야 열등감 해소되겠지”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걸캅스>가 이미 안 봐도 본 것 같은 클리셰 덩어리라든가, <자전차왕 엄복동> 같은 영화가 될 것이라는 의미로 ‘걸복동’이라는 별칭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다. <자전차왕 엄복동>과 <걸캅스>는 소재부터 장르까지 아무런 접점이 없지만, 언론배급 시사회 한달 전부터 일부 네티즌에게 <걸캅스>의 비교대상은 <자전차왕 엄복동>으로 굳어졌다. 여성 투톱 형사영화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편견을 딛고 활약하는 여성 경찰 이야기가 언제 또 존재했기에 따분한 클리셰가 된다는 것인지, 왜 성차별을 극복한 여성의 이야기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웃을 일인지, 그런 내용을 담은 영화가 왜 ‘걸복동’이라고 이어지는지는 명확한 이유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걸캅스>는 일부 네티즌에게 일종의 ‘밈’으로 소비됐다. <자전차왕 엄복동>의 관객수 17만명을 ‘기축’으로 삼아 ‘1UBD’라 일컫는 네티즌은, <걸캅스>를 딴 ‘GCS’란 단위가 새로 나온다거나 한술 더 떠‘10GCS=1UBD’이 될 것이라는 예언도 쏟아냈다. 당시로서는 1차 예고편만이 공개된 영화에 극한의 분노를 표하는 이도 나타났다. 4월 5일 인터넷 커뮤니티 ‘웃긴대학’에는 “<걸캅스> 손익 넘기면 XX 자른다”(닉네임 ‘너냐시X놈아’)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5월 23일 기준 568회의 추천을 받았다. “여경이고 자시고 남경이었어도 안 볼 스토리임. 저런 경찰류 영화는 또 어르신들이 좋아하는데. 뭐? 여경이 범죄자를 때려잡는다고? 걔들 혹시 초능력 쓰냐고 반문하실 듯”이라는 게 그 내용이다. 참고로 CJ 엔터테인먼트 확인 결과 순제작비 39억원이 투입된 <걸캅스>의 손익분기점은 150만여명이며, 5월 23일 기준 관객수 134만명을 돌파했다.

‘영혼 보내기’는 편법인가

특정 영화를 응원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매만 하는 것을 ‘영혼 보내기’라고 한다. 지난해 <미쓰백> 개봉 당시 ‘영혼 보내기’는 여성영화를 응원하지만 아동 학대 장면을 차마 보기 힘들다 말하는 관객이 주도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화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은 “<미쓰백>은 여성 서사를 지지하는 관객 운동의 힘을 얻어 순익분기점을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며 성인지 통계를 개선한 요인 중 하나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걸캅스>의 경우 ‘영혼 보내기’가 일찌감치 가시화됐다. 개봉 며칠 전부터 <걸캅스> ‘영혼 보내기’를 했다는 인증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이다. 이에 <걸캅스> 예매율이 급등한 것은 ‘영혼 보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걸캅스> 시나리오 유출’을 유머로 소비했던 일련의 커뮤니티에서 연속적으로 제기됐다. 상영 직전 예매를 취소해서 일시적으로 예매율을 올리는 행위가 아니냐든가, 음반 사재기와 같은 불공정한 편법이라는 비판, 그리고 영화가 재미가 없어서 영혼만 보내는 것이냐는 조롱도 있었다. 먼저 전자는 ‘영혼 보내기’의 의미를 잘못 이해한 비판이다. 또한 한 사람이 한 좌석 정도를 예매하는 정도인 ‘영혼 보내기’는 사재기와 어떠한 공통점도 없다. 마지막으로 ‘영혼 보내기’는 재미가 없어서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정으로 영화를 아예 보지 못하거나 개봉 첫주 시간을 내지 못한 관객이 자신의 소비의사를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하다. 이미 영화를 본 관객이 추가로 표를 구입해 영화를 응원하기도 한다. ‘영혼 보내기’의 형태로 표를 구입한 후, 다른 사람에게 표를 무료로 나눠주는 모습 또한 SNS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전문가 평점과의 전쟁

영화가 개봉하자 개봉 전 예상 줄거리와 실제 영화를 비교하는 일보다 화제가 된 것은 따로 있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기준 <걸캅스>의 전문가 별점은 5.17로, 가장 높은 별점을 준 이는 “<폴리스 스토리> 여경찰 버전”이라는 평과 함께 7점(별 3개 반)을 남긴 <씨네21>의 김성훈 기자다. 이에 <걸캅스>가 개봉한 5월 9일 오후 12시경 참여형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는 “‘<폴리스 스토리>를 본 적 없는 평론가'라는 네티즌의 조롱을 받고 있다”는 서술이 올라왔는데, 같은 날 김성훈 기자는 개인 SNS에 불쾌함을 표했다. 이같은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던 나무위키는 5월 14일 <걸캅스>의 ‘영화평론가 평’ 항목에서 7점을 준 김성훈 기자의 평만을 삭제했다. “평론가도 아니며 저명성이 있는 인물로 보이지 않아 해당란에 남겨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 문서 수정의 이유다. 그보다 박한 평들은 ‘영화평론가 평’ 항목에 아직 남아 있다. 그 밖에도 ‘긍정적 반응’ 항목의 내용을 굳이 삭제하고 ‘없다’고 수정하거나, “특이한 점은 평론가들보다도 오히려 관객의 평가가 더 안 좋다는 점이다. 이건 사실 블라인드 시사회 때부터 나온 얘기”라고 서술한 것이 그간 이 사이트에서 벌어진 일. 5월 23일 기준 네이버 관람객 평점 9.15, CGV 실관람객이 매기는 에그지수 93%선(참고로 <리얼>(2017)의 에그지수는 39%다.)을 유지하는 영화를 두고 관객 평가가 좋지 않다고 한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또한 기자가 취재한 결과 <걸캅스>의 블라인드 시사회 평점은 통상적으로 낮다고 평가되는 모니터 반응 기준을 훨씬 상회해서, 해당 주장의 출처가 무엇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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