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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왓쳐>, 시청자와의 거리두기

OCN의 ‘내부 감찰 스릴러’ <왓쳐>의 시작, 경찰청 차장이 ‘카산드라 콤플렉스’에 대해 아느냐 묻는다. 감찰 수사관 도치광(한석규)이 “고통스러운 진실을 마주했을 때 일단 부정하고 보는 자기방어 심리”라고 대답할 때까지만 해도 구구절절 설명으로 초를 치는 한국형 스릴러가 또 나왔구나 싶었다. 오해였다. 이미 할 말을 정해놓은 상급자의 질문에, 딱딱한 정답으로 대꾸하고 본론을 기다리는 것이었을 뿐.

평소 드라마 속 대사를 극중 화자의 지능을 측정하는 척도로 삼아왔다. 그리고 <왓쳐>는 말이 가닿는 청자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만든다. 청자는 화면 속 상대역이고, 또 화면 바깥의 시청자이기도 하다. 중요한 청자를 후자로 두는 드라마들은 상황과 감정을 설명하는 혼잣말의 비율도 높다. <왓쳐>는 거의 모든 대사들이 극 안에서 정확한 수신인을 두고 말해진다. 상황과 맥락을 공유하는 이들끼리 오가는 대사는 간결하고 경제적이며, 그렇지 않은 사이에서는 의사소통에 버퍼링이 생기는 코미디도 발생한다. 아주 상투적인 장면으로, 극중 인물이 상대방에게 바짝 다가가 무언가 속삭이는 상황이 있다. 시청자인 내가 이전엔 그 속삭임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면, <왓쳐>에서는 그 말이 무엇이었는지 누군가 묻고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배제된다. 불친절하다. 그리고 불친절한 말들의 안쪽을 비집고 들어가 말하는 이들의 관계를, 나머지 진실을 추측하는 짜릿함을 얻었다. 이 재미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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