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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프로그래머 전승일
2002-05-02

“애니메이션은 소리와 시간을 만난 미술”

애니메이터로서, 프로그래머로서 전승일의 바람은 ‘다양한 영상을 보편적 감성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그의 이런 바람은 2년 만에 닻을 올린 전주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의 꿈이기도 하다. 벨기에 거장의 회고전과 러시아·체코 애니메이션 특별전, 일본 단편영화 상영이 계획된 이번 축제는 온통 낯섬과 다양함으로 채워진 신기한 뷔페 같다.

초심자에게는 낯선 땅을 개척하는 스릴과 긴장을, 마니아에게는 이미 이름으로 친숙해진 거장들의 작품을 양껏 감상할 수 있는 만찬의 자리를 제공한 주인공은, 그 자신도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Mimesis TV’의 운영자 전승일이다.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되어 있는 그의 칼럼에는 그가 원래 애니메이션과는 거리가 먼 서울대 미대생이었으며, 프레드릭, 유리 노르스타인 등과 같은 아트 애니메이터의 작품으로 인해 그림을 1초 이하의 단위와 그것의 연속성 속에서 사고할 수 있게 되었고, 어렵게 8mm 비디오 카메라를 장만해 손잡이가 세번이나 부러져 나갈 정도로 영상 작업에 몰두, 결국 4학년 졸업작품으로 손수 만든 애니메이션을 제출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있다.

그의 행적 때문인지 서울대 서양화과의 졸업 전시회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은 더이상 특이한 졸업작품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 그림에서는 더이상 힘을 느낄 수 없었던 미대 졸업생은 연극영화과 대학원으로, 영상으로 선회한다. 결국 미술과 영상이라는 기막힌 조합의 결과로 한 사람의 애니메이터가 탄생했으니, 그는 지금 단상에 서서 제자들에게 “애니메이션은 소리와 시간을 만난 미술이요, 실사영화의 또 다른 구조로서의 영화”라고 이른다.

전승일이 전주영화제 애니메이션 비엔날레의 프로그래머직을 위촉받은 것은 지난해 12월쯤. 프랑스 안시영화제쯤 되는 ‘수준 높은’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들이 프로그래밍에 1∼2년을 쏟고,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시간이 3년 정도라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수준의 게으름이 아니었다. 애초에 염두에 두고 있던 캐나다 애니메이션들은 이미 1년치 스케줄이 짜여진 터라 엄두를 내지 못했고, 부랴부랴 손을 내밀어 체코와 일본의 단편 작품들을 건졌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관객이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시대를 경험하고, 다양한 생각을 느끼며, 다양한 제작기법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라울 세르베 벨기에 감독의 작품은 초기작 몇개를 제외하고 65년작부터 지난해 발표된 일련의 작품과 체코의 인형극, 한·일 인디 애니메이션, 실험 애니메이션과 또한 디지털, 특수합성, 원시적인 만화 기법까지 총동원된 별난 맛의 작품들이 관객의 눈길을 기다리는 중이다. 영화제 기간 중에 열리는 ‘한국 인디 애니메이션 워크숍’과 ‘유럽 아트 애니메이션 강연’ 역시 빼먹지말라고 당부. 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프로필

1965년생

서울대 서양화과 졸업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대학원 졸업

94년 단편 <내일인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단편 작업

2000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MIMESIS TV 설립

현재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프리프로덕션중

2002 전주국제영화제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프로그래머

동국대 교수

자세한 사항은 www.mimesistv.co.kr로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