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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 노부히로 감독과 <응시 혹은 2002년 히로시마>
2002-05-03

과거의 도시로 여배우를 부르다

아시아를 대표할 미래의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와 노부히로(42) 감독은 전통적인 양식의 영화를 배반하는 ‘다른’ 영화를 줄기차게 모색해왔다. 사적인 실험영화로 영화에 발을 들여놓은 스와는 이시이 소고 등 독립영화 감독의 작업을 도우면서 수련했다. 그의 장편 데뷔작 <듀오>는 조금씩 멀어져가는 동거남녀의 심리적 궤적을 픽션과 다큐멘터리 중간에 서 있는 카메라로 담아 호평받았다. 제1회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된 는 이혼남과 동거하는 여성과 어느 날 갑자기 세 번째 식구가 된 남자의 아들 사이에 생겨나는 깊지도 얕지도 않은 감정의 계곡을 그린 작품. 세 번째 영화 는 <히로시마 내 사랑>의 리메이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여기서 스와 노부히로는 전작 두편에 비해 완성된 각본의 설계에 충실하면서도 인간관계의 연구라는 기조는 지속했다.

배우의 즉흥적 표현과 능동성을 적극 활용하며 영화 만들기 과정 자체를 개방하는 작업 방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스와 노부히로에게 <응시 혹은 2002년 히로시마>는 또 하나의 실험이다. 문승욱의 <서바이벌 게임>, 왕샤오솨이의 <설날>과 나란히 세 번째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작된 스와 노부히로의 <응시 혹은 2002년 히로시마>는 거대하고 참혹한 폭발의 형태로 현대사를 분만한 도시 히로시마에 관한 영화를 찍으려는 일본 감독과 한국 여배우의 망설임으로 가득찬 만남을 기록한 필름이다.

히로시마의 역사를 어렴풋한 소문처럼만 알고 있는 한국의 여배우 김호정은 일본의 영화감독 스와로부터 “새 영화를 위해 당신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히로시마에서 당신과 함께 만들 영화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빨리 히로시마에 와 주십시오”라고 적힌 편지를 받는다. 감독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한 채 비행기에 오른 김호정은 히로시마의 지정된 호텔에 도착하지만 감독은 보이지 않고 교포 통역이 찾아와 당장은 그녀를 만날 수 없으니 히로시마를 둘러보고 있어달라는 스와 감독의 말을 전할 뿐이다. 평화 기념관을 찾은 김호정은 광포한 죽음의 이미지에 압도당하고 운명의 그날 어디선가 죽어갔을 어린 자식을 기억하는 어머니의 편지를 읽는다. 한편 스와 감독은 영화를 고민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오늘의 히로시마 시민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홀로 히로시마를 조우하고 짐을 싸서 호텔 방을 나서는 김호정 앞에 스와 노부히로가 어린 아들과 함께 나타난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짧은 망설임 끝에 그녀는 마실 것을 권하며 다시 방문을 연다.▶ 배우 김호정이 쓴 <응시 혹은 2002년 히로시마> 제작기

▶ 스와 노부히로 감독과 <응시 혹은 2002년 히로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