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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원작자' 스티븐 킹에 관한 10가지 흥미로운 이야기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불어 호러·스릴러 장르의 적지 않은 영화들이 걸핏하면 '스티븐 킹 원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온다는 것도. 스티븐 킹 스스로도 자신의 소설이 영상물로 태어나는 과정에 꽤 관심이 커 보인다. 지금까지 약 60여 편의 장편 소설, 200여 편의 단편 소설을 발표할 만큼 대표적인 다작 작가인 그는, 쓰는 시간도 부족할 것 같지만 영화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기에도 바쁜 사람이다. '프로 원작자' 스티븐 킹과 영화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모았다.

1. 스티븐 킹은 현존하는 작가 중 가장 많은 영화 원작을 보유한 작가다. 무려, 그의 장·단편 소설을 아울러 34편에 이르는 작품이 영화화됐다. 약 65편의 극장 영화와 약 40편의 TV 영화를 합치면, 총 105편에 이르는 영화가 바로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가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라는 점은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사실이다.

<그것>

2. 그렇다면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표적인 영화는 뭘까?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초인지대>, 롭 라이너의 <미져리>, 프랭크 다라본트의 <그린 마일> <쇼생크 탈출> <미스트>, 로렌스 캐스단의 <드림 캐쳐> 등 대표작만을 언급하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최근작에 해당하는 대표작은 아마도 <그것> 시리즈 일 것. 광대 공포증을 모티프 삼은 동명의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소설 <그것>이 과거 TV 영화 <피의 삐에로>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샤이닝>(왼쪽), <미져리>

<캐리>(왼쪽), <쇼생크 탈출>

3. 이렇게 많은 작품이 영화화를 거쳤으니, 원작자 스티븐 킹의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는 영화도 있기 마련이다. 그는 어떤 영화에 찬사를 표했을까? 지금까지 스티븐 킹이 극찬했던 영화는 <스탠 바이 미> <쇼생크 탈출> <미스트> 정도가 있다. <쇼생크 탈출>과 <미스트>를 만든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은 스티븐 킹과 인연이 깊다. 두 작품 외에도 <그린 마일>이라는 스티븐 킹 원작 영화가 있으니 편 수로 3편째다. 특히 <미스트>의 경우 킹의 동명 단편과 전혀 다른 결말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킹의 찬사를 불렀다.

<쇼생크 탈출>(왼쪽), <미스트>

<스탠 바이 미>

4. 그 유명한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스티븐 킹이 싫어한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배우들의 명연은 물론이고, 스릴러의 교본으로 간주되며 영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큐브릭의 <샤이닝>. 그러나 스티븐 킹은 이 영화가 소설 속의 내용을 망쳐 놓았다고 보았다. 그는 큐브릭의 영화가 "캐릭터의 성향을 바꾸고 심리적인 고난을 단순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인공 잭 토랜스는 알콜 중독과 분노조절장애로 힘든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를 원인조차 알 수 없는 미치광이로 묘사한다. 아내 웬디도 마찬가지다. 비명이나 질러대는 여자로 만들어 버리니 영화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캐릭터가 돼 버렸다"고 평가했다.

<샤이닝>

5. 스티븐 킹의 첫 번째 장편 소설 <캐리>는 영화로 총 네 번 만들어졌다. 1976년에 만들어진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를 시작으로 1999년에 후편 <캐리 2>가 나왔다. 2013년에는 드 팔마의 <캐리>를 리메이크한 클로이 모레츠 주연의 <캐리>가 등장했다. 2002년에 TV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 <캐리>도 있었다. 가장 많이 영화화된 그의 역작 <캐리>는 하마터면 세상에 못 나올 뻔했다. 하물며 그랬다면 지금의 스티븐 킹도 없었다. 가난에 쫓기며 세탁 공장 인부와 건물 경비원을 전전하던 스티븐 킹은 영어 교사 자리를 어렵게 얻고 틈틈이 집필 작업을 했다. 하지만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킹은 <캐리>를 완성하기 전에 쓰레기통에 처박고 말았다. 우연히 아내 테비사가 쓰레기통에서 이를 발견하고, 독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결과 출판 계약에 이를 수 있었다는 것.

<캐리>(1976)

<캐리>(2013)

6. 지난 7일, <샤이닝>의 속편 <닥터 슬립>이 개봉했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에 바치는 후배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의 헌사이자 스티븐 킹을 향한 헌사도 될 것이다. <닥터 슬립>에 대한 평가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재미있게도 큐브릭의 <샤이닝>을 부정했던 스티븐 킹은 <닥터 슬립>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소설의 훌륭한 각색이자 <샤이닝>의 멋진 속편"이라고 표한 그는, "박스오피스 결과를 떠나 마이크 플래너건의 영화는 훌륭하다. 이걸 안 본다면 그들의 선택이지만, 좋은 게 있다면 기꺼이 권할 것"이라며 홍보에도 열심이다.

<닥터 슬립>

7. 스티븐 킹이 직접 영화를 만든 적도 있다고? 사실이다. 그는 1978년에 발표한 자신의 단편 소설 <트럭>을 원작으로 한 B급 영화 한 편을 만들었다. 제목은 <맥시멈 오버드라이브>다. 전형적인 B급 영화의 향취 아래서 <맥시멈 오버드라이브>는 기계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컨셉의 이야기를 펼친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좋지 않은 편이다. 아무리 B급 영화라고 해도 설명되지 않는 구멍이 많다는 평. 작가와 연출가의 서로 다른 역할을 이해하게 된 것인지, 그 후로 킹은 영화를 찍지 않았다.

<맥시멈 오버드라이브>

8. 스티븐 킹은 활발한 트위터리안이다. 거의 매일 게시물을 남긴다. 영화나 책에 관한 코멘트를 남기고, 그를 뺀 나머지 1/3 정도의 지분은 트럼프를 향한 비난이 주를 이룬다. 영화광이기도 한 그는 자신이 주력하는 공포·스릴러 장르 영화에 대한 평을 부지런히 게시한다. 하지만 그의 평가는 주류 평론가의 의견과는 그다지 일치하는 법이 없으며, 오히려 호러 영화 팬들의 취향과 통하는 평이 많다. <이벤트 호라이즌> <왼편 마지막 집> 등의 영화가 그의 호평 일색을 부른 호러물이다. 한국 영화 <설국열차>와 <부산행>에 대한 극찬의 코멘트도 트위터를 통해 게시된 바 있다.

<이벤트 호라이즌>

<왼편 마지막 집>

9. 스티븐 킹은 영화 카메오 출연을 즐겨 왔다. 자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 마치 자신의 인장을 남기듯이 말이다. 찾아보면 그의 영화 편수만큼이나 많은 카메오 장면이 나온다. 그는 최근작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전당포 주인으로 카메오 출연을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다고 하는데. 킹은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에게 "징크스가 있다. 내가 카메오로 나온 모든 영화가 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은 걱정하지 말라며 "이번에는 징크스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이참에 징크스를 깨보자"고 제안했다는 것.

<크립쇼>(왼쪽), <공포의 묘지>

<맥시멈 오버드라이브>(왼쪽), <시너>

<그것: 두 번째 이야기>

10. 스티븐 킹은 독특한 판권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판권 판매에 까탈스러운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신인 감독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단돈 1달러에 단편 소설 판권을 넘기기도 한다. 다만 만들어진 영화를 킹에게 보여준다는 하나의 전제만 지키면 된다. 그가 애정 하는 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역시 이 방면의 수혜자다. 그는 본격적인 상업 영화감독으로 발돋움하기 전에, 스티븐 킹의 <방안의 여자>를 동명의 단편 영화로 탄생시키면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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