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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光復香港 時代革命
주성철 2019-11-22

“7천홍콩달러 월세를 내서 감방 같은 방만 구할 수 있는데, 체포되어 감방으로 가는 게 두렵겠어요?” 지난 주말 서교동 갤러리 위안에서 있었던,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홍콩 시위대의 투쟁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신문에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The true story behind media coverage) 사진 전시회에 다녀왔다. 웡타이신 사원으로 유명한 웡타이신에서 시위에 참여한 누군가가 벽에 남긴 위와 같은 글귀를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는데, 그 아래 설명을 보니 인구밀도와 집세 등을 고려할 때 홍콩 사람들의 1인당 거주면적은 탁구대 하나 정도의 크기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100만원 정도인 7천홍콩달러를 들여도 팍팍하게 살 수밖에 없는 홍콩의 젊은이들이 ‘光復香港 時代革命’(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위에 참여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더불어 올해 8월 23일, 13만여명의 홍콩 시민들이 정확히 30년 전 ‘발트의 길’을 본받아 시내에서 사자산 정상에까지 이르는 인간 띠를 이었던, 최종 60km에 달했던 <홍콩의 길> 사진도 감동적이었다. 발트의 길은 1989년 8월 23일, 당시 발트 3국의 시민 200여만명이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거쳐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이르는 총길이 678km를 인간 띠로 연결했던 길을 말한다. 당시 소련의 점령하에 있던 발트 3국이 독립에 대한 열망을 세계 각국에 보여주기 위해 계획했던 것으로, 시위 7개월 만에 리투아니아는 소련의 공화국 중 처음으로 독립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처럼 발트의 길은 세계 역사상 가장 대중적이고 창의적인 비폭력운동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흘러, 홍콩 사자산 정상에는 ‘FREE HK’라는 불빛이 빛났던 것이다. 서울의 남산처럼 홍콩 시민들이 사랑하는 사자산은 오우삼 감독과 제작자 테렌스 창이 할리우드로 진출하면서, <윈드토커>(2002)와 <페이첵>(2003), <방탄승>(2003) 등을 제작하며 설립한 영화사 라이언록 프로덕션(Lion Rock Production)의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초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개정안 논의로 촉발된 홍콩 시위는 최근 들어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왕가위 감독의 모교이기도 한 홍콩 이공대학에서 격렬한 반중시위가 벌어지며 학교가 불길에 휩싸였고, 많은 시민들이 교내에 갇힌 학생들을 구출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사지를 향해 뛰어드는 홍콩 젊은이들을 보면서 사실상 원격의 지지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무책임하게 느껴질 정도로, 홍콩은 정말 그 끝을 알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이번호 특집은 현재 홍콩 시위를 이끌고 있는 운동가 조슈아 웡 인터뷰와 함께, 11월 28일 개막하는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의 ‘반환 이후의 이미지들: 1997년 이후의 홍콩 독립영화’ 특별전 소개다. 부디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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