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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U2 내한 공연, 결국 우리는 만났다

어렵게 성사된 역사적 첫 내한 공연이었지만 악조건이 많았다. 일단 악명 높은 고척돔의 사운드를 해결하지 못했다. 악기가 적을 때는 비교적 괜찮았지만 멤버 전원이 쏟아낼 때는 심하게 뭉개져 들렸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온 것도 문제였다. 나이 든 보노는 초반엔 컨디션 난조로, 후반엔 체력 저하로 힘들어했다. 전반적으로 훌륭했으나 때때로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관객 반응도 예상외로 뜨겁지 않았다. 스마트폰 촛불 파도가 장관이긴 했으나 한국 관객의 주특기인 열렬한 떼창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One>을 부를 땐 관객이 가사를 몰라 관객석을 향한 마이크가 민망해지기도 했다. 거장이지만 국내 히트 레퍼토리가 적은 단점이 뼈아프게 드러났다.

물론 좋은 순간들도 많았다. 디 에지는 ‘기타리스트’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은 베테랑 연주를 선보였다. 반주 정도의 난이도였지만 피아노 연주도 깔끔하게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모습도 자랑했다. <Where the Street Have No Name>의 기타 전주가 나오며 가로 61m에 달하는 스크린이 위용을 드러낼 때는 압도적인 스펙터클함이 느껴졌다. 여성들에게 헌정하는 무대에서 고 설리(최진리)의 얼굴이 나왔을 때의 먹먹함은 수많은 후기들에 공통적으로 등장할 정도로 보편적 감동을 선사했다.

하지만 더 좋은 소리로, 더 전성기 때 봤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만났지만, 만났다는 사실이 가장 큰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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