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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아빠가 애 보는 거 처음 보나?

아기(Baby), 동물(Beast), 미녀(Beauty)가 등장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광고계의 ‘3B 법칙’처럼 한국 예능계에는 ‘남자, 아기, 백인’을 등장시키면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는 듯하다. 마침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하 <어서와~>) 벨기에 편에 등장한 세 살짜리 아기 ‘우리스’는 이 세 가지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출연자다. 벨기에의 식민지배에서 비롯된 90년대 르완다 대학살을 다룬 르완다 편 직후에 벨기에 편을 편성한 제작진의 무지와 무신경에 대한 비판이 슬쩍 묻혔을 만큼, 예능에서 귀여움은 강력한 무기다. 그러나 <어서와~> 벨기에 편에서 드러난 건 또 다른 측면의 무지와 무신경이다. 여행에 참여하지 않은 우리스의 엄마는 원래 자신보다 남편이 아이를 많이 돌보기 때문에 둘이 같이 잘 지낼 거라며 걱정 없다는 태도를 보였지만, 제작진은 계속 ‘엄마의 부재’를 강조하며 ‘아빠 육아의 한계’를 웃음 포인트로 삼는다. 상추쌈 같은 음식이 낯설어 저지른 단순 실수는 물론, 매일 똑같은 겉옷을 입혀 다닌 것까지 ‘아빠라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엄마라면 이 먼 나라까지 옷장을 쓸어와 패션쇼라도 시켰을 거라는 건가? 정작 우리스는 엄마를 찾지 않는데“엄마 품이 아니네?”라는 자막을 넣은 제작진은 유모차에서 잠든 우리스를 옆에 둔 채 아빠와 일행이 즐겁게 놀자 “아빠가 아기 보면 생기는 일”이라고 한다. 아무 일도 안 생겼는데? 아빠는 원래 ‘철이 없고’ 육아에 서툴 수밖에 없는 존재니까 ‘엄격한’ 엄마의 감시가 없으면 안된다는 지겨운 농담들은 결국 육아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인식을 공고히 한다. 음식을 일일이 떠먹여주지 않는다며 “엄마라면 무조건 아이 먼저 먹였을 텐데…”라는 가수 딘딘과, “이게 좋은 거예요. 아기가 알아서 먹거든요”라는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의 대화는 한국과 유럽 문화의 차이를 ‘엄마와 아빠’의 차이라고 해석하는 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보여준다. 고정관념에 기대어 웃기기는 당연히 쉽다. 게으른 만큼 쉬운 것이다.

VIEWPOINT

러브라인 기가 찬다

한국 예능에는 이성 유아동이 눈이라도 한번 마주치면 ‘로맨스’라며 호들갑 떠는 관성이 있다. 딸기 체험농장에서 마주친 여자아이가“귀엽다”라며 우리스의 볼을 만지자마자 제작진은 둘 사이에 “두근두근”, “수줍은 마음”,“연상의 그녀”, “사랑의 상처” 따위의 자막을 넣는다. 배경음악은 <인형의 꿈>, 자막은“첫사랑(?) 누나와 이별”인 데다 “우리스 마음에 불만 지피고…” 같은 MC 멘트를 내보내는 것은 상대가 아이라도, 아니, 발언권이 없는 아이니까 더욱 하면 안되는 연출이다. 어른 여러분, 제발 이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