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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한국영화계 결산] 숏폼, 예능을 잡아라... 코로나19가 바꾼 영화 마케팅
임수연 2020-12-22

<문명특급>에 출연한 <서복>의 공유.

“개봉을 준비하는 영화들이 <문명특급>에 줄을 섰다.”(한 영화 홍보·마케팅사 관계자) 예전엔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화려한 레드 카펫 행사를 곁들인 쇼케이스를 열고 대규모 시사회 입소문을 노렸다면, 2020년의 한국영화는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또는 숏폼 콘텐츠 창작자들과 손을 잡는다. 이는 팬데믹 이전에도 존재한 흐름이지만, 관객 무대인사와 같은 오프라인 행사가 불가능해지면서 변화의 급물살을 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팀부터 <반도>의 강동원, <도굴>의 이제훈, <서복>의 공유까지 다양한 영화의 주연배우들이 SBS디지털뉴스랩의 숏폼 콘텐츠 <문명특급>에 출연했고 <내가 죽던 날>의 김혜수이정은은 카카오의 숏폼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카카오TV <톡이나 할까?>에, <조제>의 한지민은 카카오TV <밤을 걷는 밤>에 출연했다. 방송작가들이 "영화배우들 섭외가 어렵다"고 토로하던 과거와 달리 배우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늘어났다. <#살아있다>의 유아인과 <국제수사>의 곽도원은 MBC 예능 <나혼자 산다>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오케이 마담>팀은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에 출연했다.

오프라인 행사는 줄어들고 숏폼 콘텐츠나 예능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것을 포함해 코로나19는 수년에서 수십년간 굳어지다시피 했던 홍보·마케팅의 루틴들을 전면 보류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게 만들었다. 기자들을 초청해 진행되던 제작보고회는 전부 온라인 중계로 바뀌었고, 마케터들은 기자들의 질문을 사전 수급한 후 이중 일부만 골라서 Q&A 시간을 꾸린다. 사진기자들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대신 배우 매니지먼트사의 확인을 거친 언론 배포용 사진이 제작보고회 시간에 맞춰 매체에 공유된다. 영화 공개 후 카페를 빌려 진행되던 일 대 다 라운드 인터뷰도 화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홍보·마케팅사 플래닛의 김종애 실장은 “기자들의 질문을 한번 걸러내다 보니 행사 중 일어날 수 있는 실수는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코미디 장르 등 밝은 톤의 영화는 배우와 기자가 상호작용하며 분위기가 고조된다거나 예기치 않게 재밌는 상황이 연출될 때가 있는데, 그런 그림이 포털사이트에서 화제가 되는 일은 사라졌다”라며 온라인 제작보고회의 장단점을 말했다. 화상 인터뷰의 경우 배우와 기자가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해 친밀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많은 기자들이 화면을 끄고 진행할 때가 많다는 후문이다. 회사 사무실이나 공공장소에서 화상 인터뷰를 할 때 주변 환경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 결과다.

<#살아있다> 인스타그램 홍보.

한 배우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배우가 검은 화면을 보고 혼자 말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쑥스럽고 민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담이 줄어들고 필요한 질문만 오가서 좋다”고 말한 소속사 홍보팀 관계자도 있었다. 언택트 시대였기에 더욱 빛을 본 마케팅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개봉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살아있다>가 개봉 전 주인공 준우(유아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캐릭터 및 영화 컨셉을 보여준 것은 언택트 시대에 효과적인 아이디어였다. 예전처럼 개봉 시기에 맞춰 단계별로 영화를 홍보하는 일이 어려워진 시대에, 여타 영화산업 종사자처럼 마케팅 업계 역시 생존을 고민하며 새로운 툴을 고민하고 있다. 그중에는 기대 이상의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면서 새로운 루틴으로 자리 잡는 것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영화를 알리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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