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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을 이룬 작화, 그리고 화면구성의 비밀
김소미 2021-01-22

또다시 한계를 넘다

<소울> 속 영혼 캐릭터 작화 모음.

픽사가 상상한 사후세계

‘저세상’으로 가게 된 조 가드너가 마주하는 영혼들은 “부드럽고 산소 같고 영적인 특징을 갖춘 초월적 존재”(프로덕션 디자이너 스티븐 필처)로서 반투명한 유선형의 형체를 갖췄다. 동시에 ‘내가 나로서 사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하는 작품의 주제와 맞닿도록 이승에서의 삶과의 시각적 연관성을 부각했다. 주인공 조의 경우 약간 길쭉한 얼굴과 이목구비의 비율, 트레이드 마크인 중절모와 안경, 그리고 배우인 제레미 폭스에게 영향을 받은 구체적인 표정이 담겼다.

오색빛깔 영혼들

반면 ‘태어나기 전 세상’의 영혼들은 아기 같은 얼굴, 전구 모양의 형상, 보랏빛 눈으로 표현해 이제 막 성격이 생성 중임을 보여준다. 몸 전체에 그러데이션이 들어갔고 외부 세계의 빛이 닿으면 굴절되어 다채로운 프리즘을 만들어낸다. 다만 “난 마더 테레사 수녀도 울게 만들었지!”라고 자부할 만큼 심술궂은 조의 파트너 22만큼은 조금 다르게 디자인했다. 거만하게 반쯤 뜬 눈, 뻐드렁니 두개를 더해 특유의 별남을 살렸고, 자신이 원할 때 작은 손을 생성해낼 수 있다고 설정해 유 세미나에 수백년간 머무른 애늙은이만의 특권을주었다.

3D로 만든 2D

방황하는 22를 안내하는 유 세미나의 카운슬러 제리들.

모두 똑같이 제리라는 이름을 지닌 유 세미나의 카운슬러들은 선적인 형태가 강조된 2D 캐릭터이지만 작업 과정은 3D에 가까웠다. 그간 다양한 시도를 한 픽사에서도 최초의 작업이었다. 직선과 곡선이 강조된 카운슬러 캐릭터들은 먼저 3D 버전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캐릭터가 각도에 따라 어떻게 보이는지 형태감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물이다. 이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수준을 한껏 낮춘 우주”로 상정된 카운슬러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함으로 돌, 유리, 무지개 등 자연의 신비에서 영감을 얻었다. 살아 움직이는 선에 가까운 제리들은 픽사의 모토, “예술은 기술에 도전하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준다”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발소 장면이 특별했던 이유

애니메이터들에겐 이발소 신이 “기술의 이정표를 상징”(공동감독 캠프 파워스)한다는데, 그다지 특별할게 없어 보였던 그 장면이 어째서일까? <몬스터 주식회사>의 동물 털이나 <니모를 찾아서>의 물속처럼 색과 질감, 볼륨이 뭉쳐 있을수록 미세한 디테일을 건져 내기 힘들다. 사람의 머리카락도 마찬가지다. 이발소신에서 흑인들의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머리카락을 렌더링(표면을 처리하는 과정)한다는 것은 애니메이터들에게만 허락된 경이 그 자체.

‘셰이딩’ 미술감독이란?

<소울>에서 유독 돋보이는 숨은 직책은 셰이딩 미술감독이다. 형태가 비슷하고 희미하게 처리된 어린 영혼들에게 각각의 빛과 그림자를 주고 캐릭터의 촉감을 살리는 일,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서도 천차만별인 피부 톤을 구현하는 일, 뉴욕 도심 속 건물들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표현하기 위해 페인트가 겹겹이 더해진 건물 외벽과 “비둘기 배설물 같은 것으로 입체감을 더해주는” 일 모두 브린 이매가이어 셰이딩 미술감독의 몫이었다.

낙엽의 감동과 깊이

단풍나무의 잎과 씨앗이 부드럽게 회전하며 조의 손바닥 위로 안착하는 길거리에서의 한순간은 <소울>에서 잊기 힘든 명장면 중 하나다. 기교가 배제된 단순하고 담백한 이 장면엔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콘티를 바탕으로 화면 구성을 담당하는 애니메이터)의 아이디어가 깃들어 있다.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의 발 아래로 자연스럽게 낙엽이 굴러가는 모션을 부여해 인물의 시선이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하는 등 컷이 많았던 기존 콘티를 수정해 유려함을 배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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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