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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작사가 궁금하다- '지옥' '콘크리트 유토피아'(가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남선우 사진 오계옥 2021-03-19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 인터뷰

지난 1월,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는 레진엔터테인먼트로부터 독립 및 레진스튜디오에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로의 사명 변경 소식과 함께 총 18편에 달하는 향후 라인업을 공개했다. 그 가지는 영화, TV드라마, 넷플릭스 시리즈 등으로 뻗어 있는 한편 오리지널 각본에서부터 소설·웹툰·단편영화 원작까지 다채로웠다. 지금 가장 활발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제작사 중 하나인 이들은 지난해부터 영화 <초미의 관심사>, tvN 드라마 <방법>, 카카오TV 오리지널 <아만자>를 선보이며 일찌감치 콘텐츠 포맷과 플랫폼의 다변화에 대응해왔다. “이 산업의 창작자 한명 한명이 별이라면, 우리 회사가 그 별들을 잘 엮어서 보기 좋은 별자리로 만들고 싶다”는 변승민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영화, TV드라마, OTT 숏폼 드라마를 모두 내놓았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여러 유형의 작품을 해봤다는 것이 2020년의 성과다. 코로나19라는 큰 변화가 오기 전에 결정했던 사항들인데, 타이밍이 잘 맞아 경험의 폭이 넓어졌다. 직접 시장과 부딪히면서 콘텐츠의 유형과 플랫폼마다 반응하는 관객 유형, 층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가장 인상적으로 체감한 차이가 있나.

=<방법>이라는 드라마를 tvN에서 론칭했는데, 오컬트 장르에 한국적 샤머니즘 요소가 가미된 콘텐츠가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우려가 있었다. 이 작품이 가진 코드를 어떻게 쉽게 변형된 형태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드라마를 공개하고 나니 우려했던 지점이 더 환영받는 분위기가 되어 인상적이었다. 전통적인 방식에서 우려되던 소재와 톤이 지금은 오히려 선호되고 각광받을 수 있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과거의 경험으로 작품을 판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싶더라.

-지난해 말 <씨네21>이 55인의 콘텐츠 업계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단기간에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기획 및 제작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올해 기대되는 제작사 2위로 꼽히기도 했다.

=순간순간을 즐기는 타입이라 그런지 부담스럽기보다는 기분이 좋더라. (웃음) 업계에서 같이 활동하는 분들이 좋은 시선으로 봐주셔서 감사했다. 응원에 부응하며 작품을 해나가야겠다 싶었다.

-레진엔터테인먼트와 지분 관계를 해소하면서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라는 새 이름으로 독립하게 된 이슈도 있다.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가 레진스튜디오의 최대 주주로 있으면서 웹툰과 영상매체의 협업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왔다. 물론 웹툰의 IP를 활용해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 방식에만 매몰되면 안되겠다는 생각 또한 했다. 빠르게 다변화하는 환경 안에서 잘못하면 웹툰을 영상물로 만드는 것이 단순히 하나의 미션처럼 그치게 됐을 때 범할 수 있는 우도 있지 않을까 싶었고. 레진엔터테인먼트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취했던 방향과 내가 제작자로서 해보고 싶었던 방향을 잘 정리하는 쪽으로 서로에게 필요한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싶다.

-클라이맥스 스튜디오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가 영화라면 2시간, 드라마라면 20시간 정도 관객 앞에 펼쳐질 텐데, 그 시간 동안 최고의 콘텐츠 경험을 드리고 싶다는 의미, 우리와 함께 작업하는 감독, 작가, 배우 등에게 최고의 창작 경험을 드리고 싶다는 의미를 모두 담았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중 절정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그 절정을 모두에게 맞이하게 해주고 싶다는 뜻이다. 로고에도 나름의 철학을 담았는데, 창작자들이 우리 회사를 만나 상승세를 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디자인했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여서 만들어지는 보라색을 사용해 뜨겁고도 냉철하게 우리 것을 만들자는 바람을 담았다. 보라색이 소수성을 표상하기도 하는데, 소수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담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스튜디오’라는 표현에도 철학과 방향성을 담았나.

=미국 영화사들은 독립적인 세트 공간을 스튜디오라 부르며 출발했고, 그렇게 시작된 영화사들이 나중에 배급도 하고 극장 영업도 하는 등 갈래가 넓어졌는데, 회사가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토대 자체가 스튜디오의 원형이 되는 것이라고 본다. 규모의 확장성을 생각하고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붙였다기보다는 창작자들과 사업적 파트너들에게 안정성을 주는 하우스 개념을 생각하며 이름을 붙였다. 물론 회사가 앞으로 펼칠 사업적 영역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 중이다. 다만 지금은 본질을 놓치지 않고 한땀 한땀 작품을 만들어가고 싶다.

<소울메이트>

-지난 1월 13일 공개된 라인업에는 영화 <소울메이트> <콘크리트 유토피아>(가제) <스펙트럼>(가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D.P.> 등 원작이 있는 작품이 많다.

=이 작품들은 우리가 원작을 발굴해서 창작자를 붙인 사례들과는 다르게 작품과 감독, 작가를 조합해서 원작에 접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가나 감독이 먼저 작품을 추천한 경우도 있지만 내가 오랫동안 봐온 이 감독, 이 작가가 이 작품을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를 처음부터 생각하며 추진해나갔다. 그런 과정에서 신기한 우연들도 많았다.

-에피소드를 하나 말해줄 수 있나.

=같이 작업한 분들과 부여 자온길에 여행 간 적이 있는데, 마을의 이정표가 되는 작은 서점이 있었다. 거기서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예쁜 표지가 눈에 띄었고, 작가님 이름도 많이 들었던 터라 책을 사자마자 빠르게 읽어나갔다. 그 후 김보라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그 책 이야기를 하게 된 거다. 김보라 감독이 어떤 수록작이 가장 좋았냐고 물어 <스펙트럼>이라 답했고, 김보라 감독이 영상화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더니 김보라 감독도 그 작품이 좋았다며 영화로 만들면 가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김초엽 작가도 함께 만나고, 영화화를 결정하게 되었다.

-영화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 <방법>의 유니버스를 확장해나가는 작품이다. 드라마 방영 전부터 연상호 작가와 김용완 감독이 시즌2를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던데.

=산업적인 전략과 관객의 니즈를 고려하며 IP를 확장하려 생각한다. 특히 OTT가 활성화되고 숏폼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하나의 IP로 여러 유형의 이야기를 스핀오프로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시대가 찾아와서 더 속도를 낼 수 있어졌다. 무엇보다 두터운 장르 팬층이 든든한 힘이 된다.

-김주환 감독의 <비호>(가제)는 사나이픽처스와 양경모 감독의 <팬텀>(가제)은 하드컷과 공동 제작한다. 다른 제작사들과 어떻게 협업하고 싶나.

=서로 잘할 수 있는 요소들을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함께하기로 했다. 지금 콘텐츠 시장은 순간적인 판단과 협업의 시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비즈니스적인 협업, 작품 내적인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속도와 규모를 키울 수 있다면 산업 자체의 파이를 키울 수도 있다. 그러면서 시대에 발맞춘 합종연횡을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공통의 목표는 좋은 작품을 안정적인 조건 안에서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럴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획을 안정적인 토대 위에서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태계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오늘 했던 말을 내일 바꿔도 좋다고, 대신 설득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동안 처음의 생각을 지속하지 말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거다. 생각의 내용과 지속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 재밌는 아이러니가 있는데, 기왕이면 빠르게 변화를 맞이하고 싶다.

요즘 주목하는 작가, 감독, 배우

“2020년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 진한새 작가, 김진민 감독의 <인간수업>이다. 다루기 힘든 소재를 과감한 선택과 뚝심으로 몰고 간 작품인데, 만드는 과정에서 설득이 필요한 요소가 많았을 거다. 소재가 자극적일지라도 시선이 좋았던 작품이라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인간수업>을 제작한 윤신애 스튜디오 329 대표의 다음 작품들도 무척 궁금하다. 영화는 홍의정 감독의 <소리도 없이>를 베스트로 꼽았다. 감독의 다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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