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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제로 웨이스트 키친>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백종헌 2021-04-20

류지현 지음 / 테이스트북스 펴냄

이것, 냉장고에 보관하면 절대 안된다! 마트에서 장을 본 식재료를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에 쓸어 담는 저장강박증 환자에게는 신경 쓰이는 뉴스였다. 토마토와 호박, 감자는 냉장고보다는 상온에 보관하는 편이 재료 본연의 맛과 영양소를 유지할 수 있다니! 어디 이런 채소뿐인가. 바나나와 망고 같은 열대 과일은 냉장고에 보관하면 저온 장애를 입어 상온에 두는 것보다 빨리 물러진다고 한다. 생선이든 고기든 냉동고에 넣는 순간 영원불멸한 생명 유지 장치를 단 것처럼 안심했건만 사실 식재료는 냉장고에 들어가면서 그 생명력을 잃어간다. 몇년 전 한 철학자가 칼럼에서 ‘냉장고는 자본주의를 대표하고 가족 건강, 이웃 공동체, 재래시장과 생태 등을 파괴하는 주범’이라 주장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가 왜 ‘냉장고와 대용량을 폐기하자’고 주장했는지 이해는 되지만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바쁜 현대인이 매일 동네 시장에 들러 소량의 장을 보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제로 웨이스트 키친>의 저자는 그보다는 온화하게 냉장고의 도움을 최소화하는 식재료 보관 지식을 나눈다. 그는 수년째 ‘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하자’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냉장고 속에 무엇이 있는지도 잊어버려 같은 상품을 또 소비하고, 상온에서 잘 관리하면 한달까지도 보관할 수 있는 채소를 냉장고에 방치해 음식물 쓰레기로 만드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워 자신이 직접 터득한 식재료 관리법을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전파해왔다.

아침에 일어나면 얕은 물에 담가둔 양배추 밑동과 파뿌리를 확인하고, 수분이 필요한 무에는 물을 뿌려주고 선반 위 채소들의 상태를 확인해 오늘의 식단을 결정하는 그에게 식재료는 보살펴야 할 자연의 생명체다. 땅에서 뿌리 뽑혀 마트로 운반되고, 바코드를 찍어 돈과 거래하는 죽은 상품이 아니라 각각의 특성에 맞게 볕을 피하거나 환기를 시켜주며 아껴줘야 할 음식들. 버리는 것이 없도록 껍질 하나까지도 저장 식품으로 만드는 상세한 레시피와 모든 식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차분한 제안을 읽고 있으면 이 책과 함께 사계절 식재료를 기쁘게 경험하고 싶어진다.

냉장이 필요한 것은 냉장고에

<제로 웨이스트 키친>은 냉장고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닙니다. 스스로 부엌의 주인이 돼 먹거리를 다루고 보관하기 위해 인간의 기술과 자연의 힘을 적절하게 현명하게 쓰는 방식을 소개합니다. 중요한 것은 냉장고의 유무가 아닙니다. 냉장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는 것들은 냉장고 안에, 냉장고에 넣지 않아도 되거나 냉장고에 넣으면 오히려 상하는 식재료들은 냉장고 밖에 보관하는 관심입니다.(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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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제로 웨이스트 키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