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도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
이다혜 2021-05-03

스테프 차 지음 / 황금가지 펴냄

2021년 4월 20일, 전직 경찰인 데릭 쇼빈에 대한 유죄 평결이 속보로 보도되었다. 그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평결은 폭력 사태를 막아냈다는 분석을 얻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만일 1991년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찰들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면 LA폭동이 일어났을까 궁금해진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스테프 차의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LA폭동으로부터 28년이 지난 2019년을 무대로 한다. 두순자라는 한인이 자신의 가게에서 라타샤 할린스라는 10대 여성을 강도로 오인해 권총 살해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2019년. 그레이스 박은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는 경찰 폭력에 사망한 흑인 관련 언급을 일절 하지 않는 어머니 이본에 대해 의아한 감정을 느낀다. 어느 날 그레이스는 어머니와 함께 있다가 난데없는 총격 사건을 경험하고, 어머니가 큰 부상을 입는다. 이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러워지고서야 그레이스는 어머니의 이름이 한정자이며, 폭동 당시 10대 여자아이를 등 뒤에서 총으로 쏜 사건의 가해자로 유죄 판결을 받은 과거를 알게 된다. 당시 사건으로 사망한 에이바의 동생 데릭의 이야기가 나란히 진행된다. 데릭의 가족은 한정자를 총기로 쏜 사건의 유력 용의자다. 데릭은 18년이 지나서도 여전한 분노를 느끼지만 동시에 가족과 함께하는 현재를 지키고자 노력한다.

동정심과 분노와 사랑과 혐오. 그레이스는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알아가면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감정을 경험한다.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는 교도소에 다녀온 가족 구성원이 드물지 않은 흑인 가족이 서로를 위해 믿고 희생하는 방식, 한국계 가족이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사용하며 가족 중심주의를 강화하는 와중에도 중요한 것들에 대한 비밀을 고수하는 방식을 나란히 전개한다. 소수자 문제에 앞장서는 백인이 지닌 시혜적인 태도를 냉소적으로 쓰기도 하고. 피해자다움에 대한 문제의식, 사회적 폭력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개인간의 폭력 등 여러 면에서 주목할 만한 소설이다.

예스24에서 책구매하기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 <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