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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 해외초청작
2002-05-17

당혹스러운 난해한 그리고 섬세한

올해 초청작은 해외 8편과 국내 1편 등 9편이다. 해외 초청작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서 매년 2월에 열리는, 실험성으로 이름 높은 영화제인 ‘미디어시티 국제실험영화제’에서 불러온 작품들. 난해하고 실험성 강한 영화들의 집합체인 만큼, 공들여 만든 화려하고 기이한 영상미가 시선을 자극한다.

<다크 다크>(Dark Dark, 감독 아비게일 차일드, 16분, 16mm, 흑백)는 당혹스러운 영화다. 네개의 단편적인 이야기가 누아르, 웨스턴, 로맨스 등 서로 다른 형식과 뒤섞여 있을 뿐 아니라 화면 자체를 거꾸로 잡는 등 스타일의 욕심이 넘쳐난다. <엔젤 비치>(Angel Beach, 감독 스콧 스타크, 25분, 16mm, 컬러)는 고장난 영사기처럼 흔들리는 정지화면으로 1970년대 해변의 비키니차림 여인들 모습을 현란하게 교차편집한 작품. 달력 속의 미녀사진들을 즐기는 관음증을 자극하면서 팝아트의 느낌도 동시에 풍겨난다. <그녀의 차가운 속도>(Her Glacial Speed, 감독 이브 헬러, 4분30초, 16mm, 흑백)는 동양화처럼 유연한 흑백의 농담이 돋보이는 작품. 피어나는 꽃잎, 흔들리는 나뭇잎, 흰눈처럼 쏟아지는 우유 방울에 비친 세상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23.2, Book of Mirrors>(주스트 랙밸드, 12분, 35mm, 컬러)는 추상적인 빛을 다섯 가지 색채로 시각화한 작품. 빛의 분산과 굴절을 규칙적인 원이나 불규칙적인 파장, 곧게 뻗은 직선 등으로 표현한 스타일이 돋보인다. <드림 워크>(Dream Work, 감독 피터 차르카스키, 11분, 35mm, 컬러)는 한 여자의 꿈속을 그린 작품.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풍경이 다양하게 오버랩된다. 필름 위에 사물을 놓고 빛을 비추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법으로 빚어낼 수 있는 이미지를 다양하게 실험한다. 그 기법을 최초로 쓴 사진작가이자 화가인 만 레이에게 바친 작품이기도 하다.

<데카시아>(Decasia, 감독 빌 모리슨, 70분, 35mm, 흑백)는 오래된 문서보관실에서 인류의 흔적을 탐색하는 활동을 담은 일종의 장엄한 인류학 보고서다. 자연현상, 세계기행 등에서 가려뽑은 듯한 사실적인 영상과 탐미적인 이미지가 뒤섞여 하나의 거대한 하모니를 이루며, 타르코프스키 영화처럼 느릿하고 비장하게 흘러간다. <흔들의자>(Rocking Chair, 감독 시노 카호, 13분, 16mm, 흑백)는 조도에 따라 사물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험한 ‘조명 교과서’ 같은 영화. 조명의 강약만으로 사물이 칸딘스키의 추상화처럼 모던한 느낌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처럼 어둡고 탁하게 변신하는 마법을 펼쳐보인다. 하늘거리는 커튼 끝자락, 의자에 앉은 여자, 방바닥 등을 응시한 카메라는 밝음에서 어둠으로, 다시 어둠에서 밝음으로 방과 사물의 표정이 변하는 모습을 차분하게 보여준다.

<다 카포: 안나가 탄 기차 위에서의 변주>(Da Capo: Variations on a Train with Anna, 감독 가이 셔윈, 10분, 16mm, 흑백)는 음악용어인 ‘다카포’(D.C., 처음부터)라는 제목이 의미하듯, 반복되는 이미지와 변주되는 음악의 조화를 실험한다. 기차에 올라 역을 떠나는 소녀의 모습과 역의 풍경, 달리는 기차의 창 밖이 프레임에 반복해서 담기며, 바흐의 오르간 전주곡 14곡이 곁들여진다.

국내 초청작은 1편. <둘 하나 섹스>의 이지상 감독의 신작 <고마워>(71분, DV 6mm, 컬러/흑백)가 처음으로?? 관객을 만난다. 위정훈 oscarl@hani.co.kr▶ 인디포럼2002 5월18일부터 9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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