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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CINEMA] 드라마 ‘오월의 청춘', 그 오월의 광주 사람들

김명희(고민시)는 광주 시내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나주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꾸려왔다. 간절하게 기다리던 독일 대학 입학 허가서가 나왔는데 장학금을 받으려면 한달 후인 5월에 출국해야 한다. 명희가 전화로 유학 소식을 알리자, 나주의 엄마는 참말로 잘됐다고 하면서도 목소리는 근심을 숨기지 못한다.

마당 평상에서 딸기를 맛나게 드시던 할머니는 멀찍이 떨어져 통화 중인 며느리가 수화기 선을 손가락에 감아 비틀고 있는 모습에 정신을 놓고 절규한다. “우리 아는 아무 죄도 없어라우! 시방 또 누굴 잡으려고!” 요즘이야 딸기 제철이 겨울이지만, 예전엔 딸기가 봄에 났다. 내가 서너살 코흘리개 시절에 딸기 향에 홀려 과일 리어카를 따라갔다고 하는데, 사진을 보면 아마도 1980년 즈음의 봄이었을 테다.

그 무렵 광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역 바깥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KBS2 <오월의 청춘>은 그때의 이야기다. 군부독재로 아물지 못한 상처를 가진 이가 있었고 각자 감당하는 싸움의 와중에 5·18민주화운동이 놓인다.

서울서 의대를 다니던 황희태(이도현)는 부상을 입은 운동권 친구들을 몰래 치료해주던 중에 회복하지 못한 환자를 이송하려고 고향 광주로 내려왔고, 명희의 친구인 전남대 법대생 이수련(금새록)은 자본가의 딸이라는 자괴감에도 학생운동에 투신하던 인물이다. 이들을 엮는 대리 맞선이나 정략결혼, 부모 세대와의 갈등은 익숙한 멜로드라마의 장치지만 예정된 운명이나 정해진 결말은 정말 온 마음으로 버티게 된다.

그저 며칠 후의 약속, 한달 후의 계획을 기대하며 사는 게 사람이다. 명희가 유학을 갈 수 있을지, 명희 동생 명수(조이현)가 전국소년체전에 참가할 수 있을지, 희태가 대학가요제에 나갈 수 있을지 등 오만 것들에 애가 탄다. 극 바깥에서 할 수 있는 게 이뿐인가 싶은데, 뒤늦게 도착한 소망들의 전이를 지금에라도 겪는 것. 여기부터 시작이라고 생각을 고쳐먹고 빛나는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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