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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서울극장 마지막 상영회에 다녀왔습니다
배동미 사진 최성열 2021-09-03

극장은 사라져도 추억은 영원히

오전 10시 서울극장 8관에서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의 <흐르는 강물처럼> 이 상영되고 있다. 8관은 서울극장에서 가장 오래된 상영관 중 하나다.

1978년부터 43년간 서울 종로3가를 지키며 수많은 영화를 상영한 서울극장이 2021년 8월 31일 화요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서울극장의 마지막 순간을 글과 사진으로 옮기기 위해 이날 오전 9시경 극장으로 향했다. 곧 비가 쏟아질 듯 흐리기만 했다. 서울극장은 지난 8월 11일부터 3주간 오전 9시30분부터 평일에는 100장, 주말에는 200장씩 무료 티켓을 나눠줬는데, 매표소가 열린 지 10분 만에 모든 표가 동이 났다.

극장 안으로 들어가자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100명이 족히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티켓 부스가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 선두에 있는 관객에게 물어보니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볼까봐 7시10분경에 왔다”고 했다. 티켓 판매 3분 전, 극장 직원이 선착순 100명에 든 관객을 짚어주며 뒤에 선 사람들에게는 티켓을 사야 한다고 고지했다. 실망해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으나 이왕 온 김에 영화를 보고 가려는 사람이 더 많았다.

5관의 필름 영사기. 디지털 상영으로 필름 영사기를 쓸 일이 거의 없지만 서울극장은 한달에 1~2회씩 필름 영사기를 가동해서 고장이 나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해왔다.

42살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김지윤, 장영은씨는 “선착순 무료 티켓은 마감됐지만 영화가 보고 싶어서 티켓을 끊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택한 <흐르는 강물처럼>은 이미 10석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51살 여성 박모씨는 “옛 추억이 있는 곳이라 마지막 날을 기념해 딸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극장이 문을 닫는 게 서운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젊은 시절 좋아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상영한다는 걸 알고 딸과 함께 보려고 예매했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딸이랑 서울극장에서 <인터스텔라>도 같이 보고 <벼랑 위의 포뇨>도 봤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서울극장은 인생의 어느 시절,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본 곳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인터스텔라>의 광활한 우주공간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디아나 존스>의 용기로 기억될 것이다.

서울극장 앞 광장은 인터넷 예매가 불가능하던 시절, 관객이 길게 줄을 서서 표를 사던 공간이다. 1980~90년대에는 이 넓은 곳을 메우고도 넘친 관객이 인도까지 밀려 종로3가의 노점 앞까지 이어졌다.

서울극장은 오전 10시 <흐르는 강물처럼> 상영을 시작으로 <모가디슈> <인질> 등 개봉작을 상영하고, 마지막으로 <홀리모터스>를 틀었다. 티켓 부스가 열린 지 15분 만에 <그린 나이트>가 매진됐고, 이어 <흐르는 강물처럼> <걸어도 걸어도> <어느 가족> 등이 속속 매진됐다.

마지막 상영작인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홀리모터스> 마지막 장면. “이제 운행 못해”라는 자막이 마치 서울극장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

마침내 비가 쏟아진 오후 2시쯤 되자 약 700장의 티켓이 모두 판매됐다. 이후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가야 했다. 마지막 상영작인 <홀리모터스>의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자 시계는 오후 7시를 가리켰다. 코로나19로 서울 내 모든 극장이 밤 10시에 문을 닫는 상황에서, 서울극장은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문을 닫았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내일이면 다시 스크린 위에 영화가 펼쳐질 것처럼 보이는 우리의 극장은 그렇게 영사기를 멈췄다.

안녕, 서울극장.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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